삼성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5년

삼성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5년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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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바다와 주민들은 여전히 5년 전을 기억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태안 앞바다에서 정박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들이 박았다. 그 충격으로 유조선엔 커다란 구멍들이 뚫렸고 그 구멍으로 1만2547킬로리터의 원유가 쏟아져 나왔다. 검은 기름이 파도를 타고 육지까지 밀려오는 데는 1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태안의 황금어장과 양식장을 넘어 갯벌, 모래사장까지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썼고 정부는 태안군, 서산시, 보령시, 서천군 등 9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최악의 기름유출사고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여전히 아픈 바다

사고 직후 100만 명이 넘은 이들이 가슴 아파하며 서해로 향했고 기름을 닦아냈다. 그들이 있어 눈에 보이는 검은 기름은 서서히 걷혔다. 하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후 생태계 영향 장기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2011년도 3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기름은 사라졌지만 일부 자갈이 포함된 해변 및 펄질 해변에서 심각한 수준의 유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도는 아직도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될 정도의 유류가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태안해안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생물체 내 총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수치를 조사한 결과 패류인 지중해담치에서 최대 68.27(평균 42.84)ng/g, 굴은 최대 77.07(평균 37.65)ng/g이 검출됐다. PAHs 농도는 어류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최대 146.47(평균 56.95) ng/g 이 검출되었다. PAHs는 원유에 포함된 200여 종의 벤젠화합물을 총칭하는 용어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PAHs는 생태계에 오래 잔존하면서 장기적으로 물고기의 생식뿐만 아니라 물새나 바다포유동물들에게도 오랜 시간에 걸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간대 저서무척추동물 조사에서도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7년 유류유출 이후 계속된 조사에서 2008년에는 종수와 개체수의 감소가 컸다. 이후 2009, 2010년에는 여러 가지 환경의 영향으로 회복하는 듯했지만 2011년 조사에는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기름오염의 영향이 남아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주민들도 아프다

원유는 1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그중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들도 있다. 사고 직후 주민들은 방제복, 방제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갖추지 못하고 기름제거 작업에 나섰다. 독성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주민들은 사고 초기 두통, 구토, 피로, 호흡기 자극 등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태안군과 태안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소원면과 원북면 등 해안가 주민 566명을 대상으로 정밀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이 중 28.2퍼센트인 160명에게서 이상징후가 발견돼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또 이 중 2명은 조직검사 결과 각각 대장암과 식도암에 걸린 것으로 확진됐다. 지난해에도 유류피해 주민 614명을 대상으로 정밀검진을 실시한 결과 230여 명이 이상징후가 진단돼 조직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5명이 암 판정을 받았다.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어민들

여전히 어민들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07년 태안지역 수산물 판매는 1만2190톤에 달했지만 2008년 5827톤, 2009년 7686톤, 2010년 4777톤, 2011년 4841톤으로 사고 전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2005년만 하더라도 태안지역 어민들은 어류 1만576톤, 굴이니 조개 등 패류 9946톤을 생산했다. 금액으로 치면 811억 원, 225억 원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어획량은 크게 줄어 2010년에는 어류 1919톤, 패류 1344톤에 그쳤다. 금액도 93억 원, 44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태안 바다를 찾는 이들의 발길도 줄었다. 사고 전만 해도 꾸준히 늘었던 관광객 수는 2007년 2088만 명이었지만 이후 2009년 1470만 명, 2011년 787만 명으로 줄었다. 


5년째 보상받지 못한 피해

2012년 9월 24일 현재 피해청구건수는 2만8951건(12만8399명, 2조7751억 원)에 달한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측은 이중 99.7퍼센트인 2만8861건을 사정, 4762건에 대해 피해를 인정하고 1798억 원을 보상했다. 전체 청구건수에 16.5퍼센트, 청구금액은 6.5퍼센트에 불과한 수치다. 사정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보상금을 받지 못할 주민들이 상당수일 가능성이 크다. 사고발생 이후 5년 동안 정부가 자체적인 피해 사정조차 하지 않는 등 IOPC에만 의존하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탓이라는 지적도 크다. 

피해를 받지 못한 주민들은 법원에 제한채권을 신청해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국제협약에 따라 사고를 낸 허베이스피리트는 최대 1868억 원을 부담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IOPC가 기금을 합해 총 3216억 원의 범위에서 책임을 부담한다. 주민들이 청구한 피해금액 2조7750억 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를 초과할 경우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재원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해자 삼성은 무얼 했을까. 

사고는 분명 인재이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대법원과 IOPC는 삼성중공업이 가해자임을 확인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삼성중공업도 인재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삼성은 ‘해상사고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책임한도를 제한한다’는 상법을 근거로 56억 원이라는 배상책임제한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들끓자 삼성은 법적 절차와는 별도로 피해지역 발전기금 1000억 원을 출연하고 생태계 복원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피해지역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은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와 비교하며 삼성의 발전기금 액수가 터무니없이 작다며 반발했다. 씨프린스호 사고를 낸 GS칼텍스도 발전기금으로 1000억 원을 출연했다. 씨프린스호보다 유출량은 2.5배, 피해액은 6배나 더 큰 사고를 낸 삼성이 같은 금액을 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의 피해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도 도마에 올랐다. 삼성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총 489억9100만 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은 태안사랑상품권을 구매(237억 원)해 자사 직원들에게 나눠주는데 사용했고 심지어 방제활동비 38억 원도 포함시켰다. 오히려 삼성이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만은 크다. 결국 가해자 삼성이 5년 동안 책임진 일은 아무 것도 없다.

한편 현재까지 정부가 태안유류피해와 관련해 지원한 예산은 총 1조3605억 원이다. 삼성의 책임이 국민에게 전가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5년간 3조6229억 원의 순이익을 남겼고 런던올림픽 공식 스폰서, 세계자연보존총회 스폰서 등 자사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2010년 미국 멕시코만 일대에 원유를 유출시킨 정유업체 BP는 최근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40억 달러(한화 4조 5천억 원 상당)를 벌금으로 내기로 합의했다.


그나마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 금지

사고를 낸 허베이스피리트호는 1992년 건조된 단일선체 유조선이다. 단일선체는 선체 외판을 한 겹으로 만든 재래식 유조선으로 충돌이나 좌초 등 해양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체가 쉽게 손상돼 기름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세계적으로도 단일선체 유조선을 규제하고 운항을 줄여가는 추세였다. 우리나라도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후 단일선체 유조선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결국 2007년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를 불러온 것이다. 

환경연합은 단일선체 유조선의 위험성과 운행을 알리며 단일선체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정유사들은 단일선체 유조선을 계속 이용했다. 2008년은 215척의 단일선체 유조선이 우리 바다를 지나갔고 2009년에 98척이 지나갔다. 

다행히 정부는 2011년 1월 1일부터 5000톤 이상의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2011년 총 9억2751만1000배럴의 원유를 유조선을 통해 수입했다. 단일선체 운항 금지는 그래서 더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름유출사고는 끝났나

2007년 이후에도 기름유출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 동안 기름유출사고는 총 1168건, 유출된 양은 총 1516.8킬로리터에 달한다. 2011년에는 사고 287건, 유출량 369.1킬로리터로 사고가 나기 전인 2006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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