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의 미소가 슬픈 까닭 / 윤미숙

우리는 어릴 때 그들을 ‘물돼지’ 라고 불렀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돼지의 둥근 등을 연상시키는 그들을 어른들은 ‘곱실이’라는 자칫 시골처녀의 이름으로 호명하기도 했다. 구불구불, 고슬고슬, 느긋하게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따온 호칭들이리라. 다름 아닌 상괭이다.

지구상에서 자취 감추는 상괭이
상괭이(Neophocaena phocaenoides)는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여섯 종의 고래 중 하나다. 몸빛은 회백색이며, 몸길이는 1.5~1.9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등지느러미가 없어서 고래처럼 솟구치지는 못한다. 대신에 등에 높이 약 1센티미터의 융기가 나 있다. 상괭이는 생긴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은회색 늘씬한 몸매를 가진 상괭이는 잘디잔 이빨이 96개다. 입도 웃는 모양이고 눈도 그렇다.



하지만 최근 상냥한 모습의 상괭이가 피를 흘리며 위판장 바닥에 눕혀지고 있다. 익사했단다. 물에 빠져서 호흡을 못해서 죽었다는 것이다. 모든 고래가 그렇듯 상괭이도 수면위로 기공을 열어 숨을 쉬는 젖먹이 동물이다.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 금지협약’인 CITES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의 멸종위기등급 ‘취약종’에 속한다. 이 협약은 세계적으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해 수출국과 수입국이 서로 협력해 규제함으로써 불법거래를 막고 국제 간 과도한 거래에 일정한 절차를 거치게 해 거래를 제한한다.

채취, 포획을 억제해 멸종의 우려가 있는 야생동식물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현재 169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에 가입했다.

이렇듯 상괭이는 지구상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종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우리나라의 서남해 연근해에 제법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고맙고 기쁜 마음도 잠시, 인간의 사냥이 시작되어 곧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혼획이 아닌 포획을 의심하는 이유
최근 들어 그물에 걸린 상괭이 이야기가 자주 들리고 있다. 경남 통영 해양경찰서는 지난 10월 28일 홍도 해상에서 조업중인 중형기선저인망 어선 두 척에 32마리의 상괭이가 우연히 잡혔으며, 그 다음날인 29일에도 백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중인 어선에 상괭이 3마리가 혼획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들 상괭이는 통영수협 위판장에서 마리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씩 받고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간 다음날 다시 세 마리의 상괭이들은 위판장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뉘어졌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통영 앞바다에서 혼획된 상괭이는 110여 마리에 이른다.  
의도적으로 그들을 쫓아 붙잡은 것일까, 우연히 그들이 그물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언론에서는 밤사이 쳐 둔 정치망 그물 속으로 상괭이가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했다며 애써 혼획으로 유도하려 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그들이 걸린 그물은 고정용 정치망이 아니라, 선박 두 척이 200미터에 달하는 그물을 양쪽에서 끌고 다니는 중저인망 그물이다. 저인망이라고 해서 바닥만 끌지는 않는다. 바닥에 사는 물고기부터 중층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생선, 상층부에서 부유하는 물고기 모든 것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저인망 그물이다.

혼획이 아닌 포획을 의심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깜깜한 밤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 외에는 누구도 목격한 자 없으니 정확한 사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익사해서 죽은 상괭이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을 터.

서해나 남해의 어부들은 원래 상괭이를 먹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겁고 크기만 한 그것들이 그물에 걸리면 가차 없이 바다에 버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상괭이를 사가는 곳이 생겼다. 온통 기름투성이라 배고픈 춘궁기에도 먹을거리로 취급받지 못했던 상괭이가 제법 고가에 팔린다. 그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돌고래와 흡사한 이 귀엽게 생긴 동물이 한 마리에 30만 원씩 주고 팔려 나간다. 팔린다는 것, 팔 곳이 있다는 것은 포획을 촉진시킨다. 수요처가 있으니 공급책이 날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서해의 커다란 냉동창고에 켜켜히 쌓여있던 상괭이의 사체들, 도대체 상괭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다름 아닌 울산이나 부산, 고래 고기 집으로 간단다. 그렇다면 고래 고기 애호가들이 값비싼 돈을 치르고 사먹는 고래 고기의 적지 않은 것들은 고래가 아니라 상괭이 고기라는 뜻이다.

잡는 자 먹는 자 돕는 괴상한 법률
전 세계에서 한목소리로 보호하자고 외치는 고래를, 죽어라고 먹어야 되겠다고 설치는 식도락가들에게는 은근슬쩍 고소한 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래든 상괭이든 이제는 먹어치우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고래류의 절멸은 우리나라의 괴상한 법률도 단단히 한몫 거들고 있다. 도둑질(포획)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장물(고래 고기)을 팔거나 먹는 것은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다. 2007년 대만에서 열린 고래학회 워크숍에서 이 법률 때문에 국제적인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먹는 자와 잡는 자, 그것을 도와주고 있는 법률, 이들의 합작이 오늘날 한국에서의 고래멸종을 부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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