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을 람사르습지로 / 주용기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 새만금 방조제 내외 측 생태변화는 자못 심각하다. 280제곱킬로미터나 되던 갯벌면적은 90퍼센트 가량 감소함에 따라 저서생물의 개체수도 급감하고 있다. 이는 방조제 총 길이 29.7킬로미터 중 단지 540미터 길이의 배수갑문으로만 해수유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석간만의 차가 평균 5.4미터 정도 되던 것이 물막이 이후 1미터 내외로 줄어든 탓이다.

아직까지 방조제가 완공되지 않아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유통을 시키고 있지만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수문개폐를 수시로 조정하고 있어 생태계에 대한 충격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남아 있는 갯벌들도 조류흐름의 약화로 미세한 세립질 퇴적물이 쌓이면서 뻘갯벌로 변하고 있어 저서생물의 종 변화도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

사라진 14만 마리의 철새들
이처럼 새만금갯벌에서 지형적·생태적 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남에 따라 새만금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던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와 주민 2만여 명의 생존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월동지인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부터 번식지인 중국 동북부, 러시아, 알래스카 등 툰드라지역까지 이동하는 도요물떼새들은 갯벌생태계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지표종이다. 도요물떼새들은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종으로 그 종과 서식지 보전을 위해 람사르협약과 국가 간 조약이 체결돼 보호받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도요물떼새의 종와 개체가 감소한다면 그만큼 갯벌생태계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며 어민생존권 또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새만금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새만금갯벌에 찾아오던 도요물떼새들은 인근 갯벌이나 새로 만들어질 내륙습지로 이동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호주ㆍ뉴질랜드 도요물떼새 연구단(AWSG)>과 <새와 생명의 터>는 2006년부터 3년 동안 중간 기착시기인 4~5월에 ‘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SSMP)’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조사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숙련된 조사자가 10여개 국가에서 참석했으며 총 참여인원은 70여 명이나 됐다. 필자도 현장안내와 함께 조사에 직접 참여했으며 조사대상지역은 새만금갯벌과 금강하구갯벌(유부도 포함), 곰소만갯벌이었다.



조사결과를 보면, 새만금갯벌의 도요물떼새 총 개체수는 2006년에 19만8045마리였으나 2007년엔 8만7226마리, 2008년엔 5만4394마리로 14만3651마리나 감소해 73퍼센트의 감소율을 보였다. 인근 곰소만과 금강하구의 갯벌에서는 2006년에 각각 1152마리와 8만2995마리였던 것이 2007년엔 4674마리와 12만660마리, 2008년엔 1만39마리와 10만3273마리로 나타났다. 곰소만갯벌에서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금강하구갯벌에선 급격히 증가하다가 그 비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세 지역을 모두 합쳐 보면 2006년에 28만2192마리, 2007년에 21만2560마리, 2008년엔 16만7706마리여서 2년 동안 무려 11만4486마리, 즉 41퍼센트나 감소했다(표1 참조).

구체적으로 몇몇 종만을 확인해보면, 붉은어깨도요가 새만금갯벌에서 2006년에 전 세계 개체수(38만 마리)의 23퍼센트인 8만6288마리였던 것이 2008년에 1만2460마리로 7만3828마리나 감소해 감소율이 86퍼센트나 됐다. 금강하구와 곰소만까지 합치면 8만6933마리나 감소했다. 민물도요도 같은 기간에 6만2508마리에서 2만5992마리로 3만6516마리나 감소해 58퍼센트나 감소했고, 세 지역 전체에서는 3303마리가 감소했다. 특히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전 세계 개체수가 150~300쌍)와 청다리도요사촌(전 세계 개체수 1천 마리)이 새만금갯벌에서 각각 34마리와 14마리에서 3마리와 4마리로 감소했고, 세 지역 전체에서는 모두 24마리씩 감소함으로써 새만금사업이 이 두 종의 멸종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전 세계 개체수의 1퍼센트 이상이 찾아왔던 2006년의 도요물떼새를 보면, 새만금갯벌에서 13종이 개체수가 감소했고 이중 전 세계 개체수의 30퍼센트 이상이 감소한 종이 9종이나 됐다. 단지 3종만이 증가했는데 이 종들도 새만금사업이 계속 추진된다면 결국 감소하게 될 것이 뻔하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변화상
한편 AWSG가 단독으로 호주 서북지역에서 붉은어깨도요를 집중 조사한 결과, 새만금갯벌에서 호주 서북지역까지 이동하는 2만1454마리 중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이후 1만7803마리(83퍼센트)만큼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볼 때 새만금갯벌에서 감소한 개체수만큼 인근 금강하구갯벌과 곰소만갯벌이 그 대체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갯벌로 이동할 수도 있지 않나? 일시적으로 남양만, 아산만, 시화갯벌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금강하구갯벌 조사결과가 보여주듯이 먹이의 제한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상당수의 개체는 결국 지구상에서 사라져갈 운명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한 예측은 이미 유럽지역의 조사선례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일부 개체에 한해 금강하구갯벌과 곰소만갯벌이 새만금갯벌의 대체 서식지로 언급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금강하구와 곰소만의 갯벌도 모래갯벌에서 뻘갯벌로 변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도 종의 변화나 개체수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도 증언하고 있지만, 금강하구갯벌의 경우 작은 조개류가 없어지고 뻘갯벌이 늘어나고 있어 갯지렁이, 칠게, 쏙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주민들은 모시조개 종패를 사다가 갯벌에 뿌려 양식을 시도하고 있을 정도다.

올해 가을철의 도요물떼새 조사결과, 작은 조개를 먹이로 하는 붉은어깨도요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작은 갯지렁이를 먹는 민물도요가 많이 발견돼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리고 일부 붉은어깨도요는 곰소만갯벌로 이동해 작은 조개를 잡아먹는 광경이 직접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고 볼 때 곰소만갯벌에서 붉은어깨도요와 바지락 양식을 위해 종패를 뿌리는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 또한 크다. 주민들이 도요물떼새가 조개를 잡아먹어 피해가 많다고 증언하고 있고, 이러한 증언은 현장조사를 통해 붉은어깨도요가 바지락 양식장 주변에서 조개를 먹는 모습으로 직접 확인됐다.

또한 금강하구둑 바로 앞 외측에 건설중인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이 완공돼 가동되면 앞으로 시간당 5만6997톤의 냉각수가 섭씨 7도 정도의 온도로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유부도갯벌을 비롯한 금강 하구역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새만금갯벌을 람사르습지로
도요물떼새의 이동과 보전은 그동안 국제적인 관심사가 돼왔다. 이들 도요물떼새는 월동지와 번식지, 중간기착지에서 먹이를 잡아먹음으로써 그 지역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3년간의 SSMP 조사결과, 18개 나라와 지역에서 유색 가락지와 밴딩을 한 19종의 도요물떼새 1445마리가 발견됐다. 만약 도요물떼새들이 일부나마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이들이 서식하던 지역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해당 국가 모두 협력해서 종 보전과 서식지 보전을 위해 협력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 정부가 주축이 되어 국제 이동물새와 관련해 양국 간, 다자간 회의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호응해 환경부가 주관이 되어 지난 2006년에는 호주와, 2007년에는 중국과 도요물떼새 보호를 위한 양국 간 조약을 맺은 바 있다. 1996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제6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이동성 물새보전 전략’이 세워진 후 <국제 도요물떼새 네트워크>가 출범했고, 그 대상지역에 ‘동진강 하구’도 포함됐었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을 강행함으로써 결국 이는 헛된 약속에 그치고 말았고 동진강 하구에 찾아오던 도요물떼새는 사라지고 있다.

이는 결국 지난 11월 6일과 7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남양주간 국제 이동물새 관련 파트너십’ 국가 간 회의에 제출된 네트워크 목록에서 아예 제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올해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총회에서도 여전히 도요물떼새 감소의 원인이 되는 새만금사업을 비롯한 각종 연안개발 사업에 대한 우려는 표명됐고, 지난 9차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 그대로 앞으로도 새만금사업으로 인한 도요물떼새 등 생태변화에 대해 람사르 사무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올해 조사결과로 볼 때 새만금갯벌은 여전히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사촌 등 멸종위기종이 도래했고, 총 개체수가 5만4394마리, 전 세계 개체수의 1퍼센트가 넘는 종이 10종이나 도래했다. 그렇다면 새만금갯벌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람사르협약과 생물다양성보전협약 가입해 약속한 만큼, 또한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만큼 국제사회에서 습지보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새만금갯벌을 람사르습지로 등록,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에 걸맞게 행동하려면 우선 새만금갯벌에 해수유통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자문을 받아 복원에 나서야 한다. 더욱이 그 중요성이 확인되고 있는 금강하구갯벌(2008년에 14종이 세계 전체 개체수의 1퍼센트를 초과했고, 총 개체수가 10만3273마리)과 곰소만갯벌(2008년에 2종이 세계 전체 개체수의 1퍼센트 초과)을 람사르습지로 빠른 시일 내에 등록 신청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변지역에서 또 다른 위협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더 이상의 갯벌매립과 간척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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