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노는 해변에 갯벌 보러갔다

새우노는 해변에 갯벌 보러갔다


글 박현철 편집 주간 parkhc@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처음, 첫, 초, 시작 등의 말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그런 말은 순수한 동경과 열정, 감동의 정서와 한 몸처럼 섞여 있다. 마지막, 끝, 최후 같은 말은 같은 의미에서 비장하거나 서럽거나 안타깝다. 강화도는 최근까지 처음과 어울리는 섬이었다. 역사와 문화유적의 섬이고 날마다 뭍과 바다를 새롭게 정화하는 갯벌이 장대한 섬이며 사계절 별미가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식도락의 섬이기 때문이다. 이 섬의 아름다운 자기 갱신과 풍요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바다였고 갯벌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인천시가 이 섬의 바다와 갯벌을 막아 강화인천만조력발전소를 만들겠다고 나선 뒤부터 섬은 ‘마지막’ 또는 ‘최후’의 이미지를 가시관처럼 쓰게 됐다.

 

강화도와 교동도·석모도·서검도 등 4개 섬을 잇는 총연장 8킬로미터의 방조제가 건설되는 강화조력발전소와 강화도 남단·장봉도·영종도를 연결하는 15킬로미터의 방조제로 연결하는 인천만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게 강화인천만조력발전소 계획이다.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본래의 발전차액지원제도에서 의무할당제로 바꾸면서 벌어진 일이다. 민영화된 구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10퍼센트 이상 생산하라는 의무할당량을, 자잘하게 나눠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할당량을 채우기보다 한번에 손쉽게 채우기 위해 거대한 토목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섬들을 잇는 방조제 아래 조력발전소에서 얻어지는 전기가 진짜 초록일까? 그건 화력발전으로, 핵발전으로 얻어진 전기보다 붉고 검을 뿐이다. 전기 얻자고 갯벌을 죽이고 갯벌의 생명들을 죽이고 종내 그 갯벌에 생계를 의지한 어민들을 죽이고 그들이 생산한 갯거리로 식탁을 차리는 국민들의 식생활을 빈궁하게 하는 일이 초록의 재생가능에너지사업으로 위장되다니!


조력발전으로 망가지기 전 본래의 얼굴을 한 강화도를 최후로 방문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그 섬에 갔다. 가서 보고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섬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8일부터 10일 사이에 <강화인천만조력건설반대시민연석회의>는 강화 외포리에서 열린 ‘새우젓축제’ 현장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하면서 9일과 10일에는 강화나들길 7코스인 ‘갯벌보러가는길’ 걷기 행사도 함께 열었다.


‘강화나들길’은 작년에 4개 코스로 시작됐고 올해 8월 4개 코스가 추가돼 현재 8개 코스로 운영중인 강화군 역사·문화·생태탐방로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부를 만한 강화도는 섬 전체가 유적지다. 단군의 흔적에서 시작해 몽고에 저항한 고려인의 기개가 남아 있고 조선조 외세 침략의 흔적이 새겨져 있으며, 근대 개화기에는 국가의 문을 열라는 열강의 무력도발에 맞서 싸운 유적까지 한반도 5천 년 역사가 이 작은 섬에 응축돼 있다. ‘갯벌보러가는길’은 말 그대로 강화남단의 광대한 갯벌을 보러가는 길이다. 갯벌센터에서 시작해 일만보를 걸으면 대략 10킬로미터를 걷는 셈인데 만보를 걸어 만나는 그 갯벌이 바로 ‘새우젓축제’까지 열 수 있게 만드는 새우 노는 벌이다.

 

국내산 새우젓의 70퍼센트는 강화도 인근에서 잡은 새우로 담근다. 그 정도로 강화 새우는 달고 맛있다. 가을 새우로 담근 추젓은 특히 명품으로 친다. 강화도 새우가 한 때 급감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을 만들며 갯벌을 매립했을 때였다. 어획량이 반절로 뚝 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가까이 아예 산란장들을 일제히 막아버리는 조력발전사업이 벌어지면 우리 국민들은 배추파동에 이어 새우젓파동까지 경험할 판이다.


산길, 들길은 가을 풍취에 더 없이 상쾌하고 북일곶돈대에서 바라보는 갯벌은 웅장하다. 일만보를 걸어 만난 갯벌 너머 출렁이는 서해의 수평선으로 해가 진다. 낙조를 향해 배 저어 가면 우리 다시 떠오를 희망의 해를 만날 수 있을까. 꽃게며 밴댕이며 주꾸미며 병어며 새우가 지금처럼 갯벌에서 산란하고 젓이 되고 찬이 되어 우리를 밥 먹일 수 있어야 강화도는 ‘처음’의 섬으로 남을 수 있다. 그 갯벌에는 세계적 희귀조인 저어새도 산다. 강화 갯벌을 조력발전으로 죽이면 사라져 마지막이 될 것들이 너무 많다. 그걸 잃어도 좋다고 누가 허락했는가. 강화에 가서 갯벌가는길들을 걸어볼 일이다. 새우 노는 해변에 서서 참 에너지는 어떻게 얻어져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돌이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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