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유부도 아까시나무 숲이 파괴된 이유

유부도 폐염전 부지 북측의 아까시나무 숲이 대규모로 훼손된 일이 벌어졌다. 서천군이 진행하고 있는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유부도 경관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아까시나무 숲이 대규모로 파괴된 사실은 새만금생태모니터링단(단장 오동필)이 지난 3월 20일 도요물떼새 조사를 위해 유부도를 방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책임을 전가하는 관계자들

 
아까시나무 숲을 벌목해 산책로를 만들다가 중단된 모습
 
유부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수많은 도요물떼새와 철새, 그리고 표범장지뱀,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부도는 지난해 7월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에 포함되었다. 아까시나무 숲은 50년 전에 염전을 만들 때 인위적으로 심었지만 10m 넘게 자라면서 숲 생태계를 잘 유지하고 있었고 유부도의 아름다움 경관 중 하나였다. 
 
특히 폐염전 부지는 만조 때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휴식지로 이용하는 곳인데 아까시나무 숲은 폐염전 부지로 날아드는 모래바람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까시나무는 염분에 강해 바닷가의 해안지반을 안정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식생이고, 우수한 경관과 세찬 모래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역할, 그리고 야생동물의 안전한 휴식지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식물이다. 아까시나무가 너무 단단해 목재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요즘에는 식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 해양성 식생대의 중요한 생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 아까시나무 군락이 대규모로 서식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른 수종들이 염분 피해를 입고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대표적인 질소고정식물이자 꿀벌들이 꿀을 따는 밀원식물이다. 예전에는 황폐했던 산지를 녹화하기 위해 전국의 산지에 식재하기도 했다.  
 
현장 확인 결과 유부도 마을 북쪽 끝 지점에서 동쪽 방형으로 폭 10~15m, 길이 400여 m로 아까시나무 숲이 뿌리째 파내어져 있었고, 길을 낼 수 있도록 평평하게 해 놓았다. 파괴된 숲은 대략 5000㎡로 추정되었다. 아까시나무 숲 벌목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니다. 
 
서천군 해양수산과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아까시나무 숲 사이로 2~3m 소로를 조성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면서 “시공업체인 한국농어촌공사 서천지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아까시나무 숲을 훼손했다. 숲이 모두 파헤쳐진 이후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서천지사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산책길을 내기 위해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주민 대표로 참석한 한 주민은 “우리 주민들은 이곳까지 별로 오지 않기 때문에 산책로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탐조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 아까시나무 숲 벌목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 행위자들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연스런 생태복원과 함께 모니터링이 진행돼야

 
벌목된 아까시나무들
 
문제가 제기된 후 지난 4월 1일 서천군 해양수산과 관계자와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유부도를 방문해서 현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4월 13일에는 서천군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서천군 관계자와 시공업체인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조류 및 식물 관련 전문가들,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대략 2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하며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회의 참가자들이 4월 20일에 다시 유부도를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고 최종 대책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4월 1일 회의와 20일 현장조사에 참석한 조류 및 식물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아까시나무 숲 벌목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향후 대책방안에 대해서는 벌목 지역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입구를 철저히 차단하는 차단막 설치와 함께 훼손된 지역이 바람에 의해 모래가 쌓여서 아까시나무와 갈대 군락이 자연스럽게 복원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을 했다. 서천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도 이를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자연복원이 된다 하더라도 향후 3년 정도는 자연복원 과정을 모니터링을 하고 외래종이 들어와 서식할 경우 이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현장 모니터링은 서천군의 자연생태해설사와 현지 주민 등 5~6명이 참여해 진행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조류와 식물 분야 외부 전문가 두 명을 포함시켜도 좋겠다. 서천군 관계자가 현장에서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지만 이를 꼭 실행하기를 바란다.  
 

지역여건과 특성에 맞는 사업들이 추진해야

 
이와 같은 훼손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을 볼 때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철저하게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훼손될 수 있음을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아까시나무 숲을 파괴하게 한 ‘송림항 어촌뉴딜 300사업’은 해양수산과에서 맡고 있고, 세계유산 관리는 관광축제과에서 맡고 있다. 송림항 어촌뉴딜300 사업이 세계유산 구역 내에서 진행되는데도 관계부처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서천군이 진행하는 ‘송림항 어촌뉴딜 300사업’은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2022년까지 총127억9000만 원을 투입해 장항읍 송림항과 유부도의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송림항 및 유부도 접안시설 보강, 안길정비, 주민안전 CCTV 설치, 주차장 조성 등 4개 공통사업을 추진하고, 송림갯골어울림센터, 갯골사이로 조성, 유부도 주민복합커뮤니티센터, 정주환경 개선, 경관사업, 생태정원 등 6개 특화사업과 송림항 및 유부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주민역량강화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업 제목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 사업으로 보이지만 아까시나무 숲 파괴와 같은 일을 벌어지게 했다. 따라서 이들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갯골사이로 조성’과 같은 사업은 취소되어야 한다. 많은 새들이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갯골과 물가 가장자리에서 먹이를 먹고, 주변에 머무르면서 휴식을 취한다. 따라서 이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송림갯골어울림센터’와 ‘유부도 주민복합커뮤니티센터’를 건설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붕이나 벽면에 설치해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기를 바란다. 또한 주차장을 조성하겠다고 갯벌을 매립해서는 안 되며, 경관사업과 생태정원을 조성한다고 하면서 지역생태와 맞지 않는 수종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부도 내 산책로에 가로수로 팽나무를 심은 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다. 해안가 옆으로 이미 150여 그루의 팽나무가 새로 심어져 있는데 과연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차라리 이런 불필요한 사업비를 절약해서 주민들의 주택 개량사업과 주택의 지붕 또는 마당에 태양광 발전용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실질적으로 주민생활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자.
 
또한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 주민들의 생태 및 전통지식, 그리고 주민들이 바라는 점 등을 직접 듣고 기록화 작업을 통해 ‘마을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주민 스스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하자. 이 마을지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건설 중인 센터 내에 전시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 한편 이 같은 조사결과는 주민역량강화 사업과 향후 마을 주민들이 서로 신뢰 속에 협력하고 생태관광과 주민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하는데 커다란 밑바탕이 될 것이다. 
 
‘송림항 어촌뉴딜 300 사업’이든 ‘마을 만들기 사업’이든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특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 구역과 유부도 및 주변 지역에서 잘못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현재 갈대군락지를 훼손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유부도 갯벌 복원사업도 아주 잘못된 사업이다.
 

‘서천갯벌 세계유산관리위원회’ 구성해야 

 
유부도갯벌에 서식 중인 도요물떼새 무리
 
세계유산이 등재된 이후 문화재청, 환경부, 해양수산부, EAAFP(동아시아-대양주 물새이동경로 국제협력기구), 지역주민,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서천갯벌 세계유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세계유산 등재 취지에 맞게 철저한 관리와 현명한 이용, 각 부처에서 계획하는 사업 등에 대해 협의 및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이런 논의기구를 만들어 충분한 서전 협의와 토론, 그리고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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