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행 신기록 깬 큰뒷부리도요 4BBRW 서천갯벌에 있었다

세계 비행 신기록 세운 큰뒷부리도요 43BBRW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동쪽의 테임즈갯벌에 서식하는 도요물떼새에 관한 조사와 이 지역 생태관광 프로그램 진행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Pukorokoro Miranda Shorebird Centre)>에서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왔다.
 

신기록의 주인공

 
큰뒷부리도요 4BBRW가 번식지인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223시간(9일 7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1만2000km 이상을 비행하는 세계 비행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다. 4BBRW는 지난 9월 18일 알래스카 남서부에서 출발했고, 최대시속 88km, 평균시속 54km의 속도로 날아 뉴질랜드 테임즈갯벌에 도착했다. 4BBRW가 깬 기록은 2007년 큰뒷부리도요인 E7가 기록한 1만1680km였다. 큰뒷부리도요는 날개를 움직여 비행하는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말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 회원들은 오클랜드 남동쪽에 위치한 테임즈 갯벌에서 4BBRW와 다른 20마리의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하고 꼬리에는 인공위성 추적 안테나를 매달아 다시 방사했다. 이 장치들 덕분에 4BBRW의 비행시간과 비행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4BBRW는 번식지로 이용한 알래스카의 어느 갯벌에서 두 달 동안 갯지렁이를 잡아먹다가 함께 남쪽으로 이동한 네 마리 중 한 마리였다. 큰뒷부리도요의 표준체중은 190~400g 사이다. 그들은 비행 직전에 표준체중의 두 배가 되도록 영양을 비축한다. 그러나 비행 때는 내부 장기를 수축시켜 체형을 비행에 유리하게 바꿔 장시간 비행을 한다.
 
4BBRW를 포함한 네 마리의 큰뒷부리도요들은 알래스카를 떠난 후 알류샨(Aleutian) 열도를 넘어 태평양을 가로 질렀다. 이들은 강한 동풍에 호주 방향으로 밀려 날아가다가 다시 뉴질랜드로 방향을 바로 잡았다. 태평양은 이 새의 이동을 방해하는 거대한 공간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생태통로’이고, 질병과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동통로 역할을 한다. 인공위성 기록을 보면 1만2800km가 넘는 비행이다. 이 기록은 약간의 전자적 과다계상치가 있다고 해도, 대략 1만2000km는 비행했을 거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북상 경로상의 중간기착지, 한반도 서남해 갯벌지대

 
큰뒷부리도요들은 남하할 때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내려가지만, 번식지를 향해 북상할 때는 다른 경로를 이용한다. 이들은 매년 3월부터 뉴질랜드의 갯벌을 출발해 8일 남짓 쉬지 않고 비행해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에 도착한다. 그래서 3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들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여기서 보름에서 한 달여를 머무르면서 갯지렁이를 잡아먹고 영양을 축적해서 다시 북상한다. 대략 5일 동안의 비행 끝에 알래스카에 도착한 큰뒷부리도요들은 거기서 번식을 한다. 알래스카에서 3~4개월 동안 새끼를 부화시켜 키운 뒤 8~9월이 되면 다시 뉴질랜드를 향한 장도에 오르는 것이다.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가 제공해 준 큰뒷부리도요 4BBRW의 2020년 이동경로
 
큰뒷부리도요 4BBRW는 올해 5월 9일과 5월 11일 두 번에 걸려 서천갯벌에서 필자가 직접 관찰했던 개체다.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센터>에서 보내온 조사기록을 확인해 보니까, 4월 12일부터 5월 21일까지 서천갯벌에 머무렀던 것으로 나타난다. 한반도 서해안에 총 40일 동안 머물렀던 것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서천갯벌에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한편 다른 개체인 큰뒷부리도요 6RWYR도 올해 3월 26일과 5월 5일에 서천갯벌에서 관찰되었고, 이 새는 최소 41일간 서천갯벌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갯벌과 기후를 지켜야 할 이유

 
도요물떼새들이 우리나라 서천갯벌을 비롯해 서남해안갯벌을 계속적으로 중간기착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갯벌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도요물떼새들의 장거리비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이상기후를 안정화시킬 노력을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람이 만든 기후위기가 하늘을 나는 생명체들에게는 말그대로 ‘살고죽는 천재지변’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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