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고래들을 살리려면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살아가는 벨루가 Ⓒ환경운동연합
 
바다에 사는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고래처럼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동물은 배를 타고 나가 한참을 헤매고서야 겨우 볼 수 있다. 제주도나 울산에서는 유람선 고래 관광이 각광을 받는다. 최근에는 제주도 대정읍 해안도로에 가면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돌고래의 유영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생이 주는 자유로움과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우리 인간 또한 자연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과 안도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수족관에서 죽어가는 돌고래들

 
야생에서 돌고래를 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족관에 전시된 돌고래를 보러 간다. 그리고 우리는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종종 잊는다. 수족관에 돌고래를 전시하는 행위의 본질적인 목적은 그 돌고래의 자유를 희생시켜 더 많은 이들이 야생의 돌고래를 찾기 위해 돌고래의 삶을 위협하는 일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수족관은 돌고래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상식적인 내용이 지난 2016년 5월 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의 제정 목적(제1조)에 반영돼 있다. 과연 현실은 법을 지키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수족관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1985년 서울 63빌딩에 63씨월드가 생기면서다. 이후 대형수족관 시대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작됐다. 한화그룹이 63빌딩을 인수하고 63씨월드를 함께 운영하면서 제주, 여수, 고양에 수족관을 확장해왔다. 2000년 부산, 2014년 잠실 제2롯데월드에도 대형수족관이 생기면서 그야말로 수족관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수족관이 대형화되면서 더 많은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돌고래에 대한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를 들어 대형수족관 4곳의 관람객 숫자를 보면 2016년 이후 수족관 1곳 당 연평균 100만 명 내외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2020년 8월 현재 7곳의 수족관에 30마리의 돌고래가 억류되어 있는데, 일본 타이지에서 포획한 큰돌고래와 러시아에서 수입한 흰고래(벨루가)가 대부분이며, 제주도에서 잡힌 남방큰돌고래 1마리도 포함되어 있다.
 
수족관에 억류되어 전시되고 있는 돌고래가 많아지면서 수족관에서 폐사하는 돌고래의 총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17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으며, 2020년 7월에는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흰고래(벨루가) 1마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1마리가 각각 폐사했다. 매년 2~5마리의 돌고래가 수족관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와 흰고래에 관람객을 태우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20년 6월 이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됐고, 이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수족관 관리와 돌고래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수족관 고래 체험’ 그 모순의 상술

 
돌고래쇼 장면
 
고래 체험이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동물 복지를 역행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현재 수족관은 돌고래가 머물기에 매우 좁은 공간으로 감옥과 흡사하다. 돌고래와 흰고래는 매일 장거리를 이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1999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미국 연구진은 구조된 큰돌고래 2마리(걸리버, 루비)를 치료한 후 방류하면서 등지느러미에 GPS 추적기를 달아 위치를 추적하였는데, 걸리버는 47일 동안 4200km, 루비는 43일 동안 2050km를 이동했다. 2014년에 발표된 논문은 흰고래가 하루에 평균 10~20km를 헤엄치며, 하루 최대 60~70km까지 이동한 사례를 보고했다. 2015년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흰고래가 보통 10~50m 깊이를 잠수하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600m 이상을 잠수하는 행동습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아무리 큰 대형수족관을 확보한다고 해도 돌고래와 흰고래에게는 좁은 감옥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는 것이다. 좁은 감옥에서 평생을 지내면서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돌고래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빙자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은 명백히 동물복지를 역행하는 행위이다. 
 
고래 체험이 문제가 되는 두 번째 이유는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릇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은 보기에는 귀엽고 예쁘지만 자연에서 만나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 수족관에서 사육하는 돌고래, 흰고래, 범고래는 모두 이빨고래에 속하는 육식을 주로하는 고래들로서 물고기나 대형동물을 사냥하는 기본적인 습성이 있다. 돌고래의 외모가 귀엽다고 해서 반려동물로 생각하여 만지고 껴안는 행위를 허용한다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필자는 예전에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로 바다 속에서 갑자기 바다사자와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다. 눈이 초롱초롱한 바다사자는 외모가 귀엽지만 물속에서는 매우 위험한 야생동물이다. 바다사자가 사람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유영하면서 장난처럼 휘젓는 바다사자의 발에 잘못 맞으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해양생물 전공자로서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했지만 만일 바다사자를 반려동물로 착각해서 가까이 다가갔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동물원에서 호랑이, 늑대, 여우 등과 같은 육식 야생동물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함과 동시에 야생에서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족관에서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은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드시 중지되어야 한다.
 

해양생물 보호 법체계 혁신해야

 
지난 10월 9일 환경운동연합 및 10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제주 체험 수족관 마린파크의 돌고래 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2020년 6월 거제씨월드 문제를 통해 촉발된 고래 체험 프로그램의 중지 요구는 수족관에 억류되어 있는 해양 동물의 서식 환경, 고래의 폐사 방지 등 동물 복지와 안전 관리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고, 동물권 보호 시민단체, 돌고래 보유 수족관, 해양수산부로 구성된 <수족관 돌고래 복지 향상을 위한 협의체>가 지난 10월 구성되어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첫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는데, 특히 회의 초기에는 수족관과 시민 단체의 기존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었으나 서로 상생하자는 기본 방향에 동의하고 다음 회의부터는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자는 수준으로 협의가 진척됐다. 정부, 시민단체, 업체가 서로 동의했던 기본 방향은 ‘수족관에 억류되어 있는 돌고래 마리수를 현재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류 또는 자연 고래쉼터를 조성’해서 ‘기존 돌고래에게 나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수족관에서 돌고래 사육을 완전히 금지’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 돌고래의 번식 문제, 사회적 매도에 따른 사육사의 사기 저하 문제 등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점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환경부는 2018년에 비인도적 방법으로 포획된 고래에 한하여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야생생물법」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향후에는 전시용 해양포유류에 대한 국가간 거래를 금지하는 조문을 포함하도록 「해양생태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물원수족관법」에서는 해양동물의 종에게 필요한 서식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에 필요한 수족관 규모에 대한 상세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행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수족관을 설치하고 싶으면 사육할 해양동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용량 300t 또는 바닥면적 200m2 이상인 수조를 확보하면 된다. 개정될 동법에서는 해양포유류의 종류별로 수족관 규모의 허가기준을 정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신속하게 제도를 정착시키는 방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족관(예를 들면 미국의 씨월드) 규모를 돌고래 수족관의 허가기준으로 제시한 후에 시간을 두고 이를 정교하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돌고래가 살기에 적합한 넓은 수족관 공간을 육상에 짓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현실을 고려한 과학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 또한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정되는 법률을 새로운 수족관 허가와 돌고래를 새롭게 도입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하게 되면 기존 수족관의 재산권 침해 소지도 방지할 수 있다. 
 

당장 필요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현행법에서는, 고래 체험 프로그램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동물원수족관법」은 제7조에서 상해나 죽음에 이르는 ‘학대행위만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해양포유류에 대해 먹이주기, 만지기 등 체험활동을 금지하고, 소음, 조명, 온도, 은신처 등 수족관 내 사육환경 조성에 대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현재 수족관 규모 기준, 체험활동 금지 규정 등은 개정될 「동물원수족관법」 관련 논의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2016년에 「범고래보호법」을 제정하여 범고래의 전시와 공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2017년 1월부터 범고래 공연을 중지했다. 캐나다는 2019년 6월에 수족관에서 모든 고래류의 신규 도입을 금지하는 「S-203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고래 전시를 불허하는 국가는 10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모든 고래류의 전시, 공연, 거래를 금지하도록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하고, 현재 억류되어 있는 수족관 돌고래의 방류 및 보호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위해 바다쉼터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 고래는 바다에 있어야 한다.  
 
 
글 /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 안양대학교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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