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를 잊었나 매립 그만하고 해수유통 고민할 때

배수갑문 인근 바닷물 색이 거의 녹물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1977년 11월 28일 동아일보에 기사 하나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건설부가 서해안 간척지 개발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이 희박하지만 중동지역 등 해외진출 건설업체의 유휴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서해안 간척지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도 해외에 진출한 건설업자들이 보유한 중장비를 활용해 간척사업을 적극 전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농지 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운 간척사업이었지만 실상은 해외에 진출한 건설업체의 유휴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서해안에서 필요 이상으로 간척지 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시화호와 새만금도 그들의 먹잇감이었다. 새만금보다 먼저 공사에 착수한 시화호는 1994년 1월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가 완공됐다. 방조제 길이는 12.7킬로미터의 방조제에 막힌 시화호는 결국 2년 만에 죽음의 호수로 변해버렸다. 정부는 수질을 개선한다며 수천 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하수처리시설 증설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수질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1998년 2월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전면 해수유통을 결정했다. 해수유통 외에는 수질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해수유통 후 시화호의 수질은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정부의 수많은 수질개선대책에도 6등급 이상이던 수질은 해수유통 후 3등급으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갯벌이 드러났고 새들도 다시 찾아왔다. 
 
시화호에서의 교훈은 온데간데 없었다.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까지 나서 새만금사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결국 2006년 새만금 최종 물막이공사가 완료됐다. 그리고 예상대로 방조제에 막힌 새만금의 수질은 날로 악화되고 있고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환경기초시설 설치 등 수질개선 대책을 펴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또 다시 시화호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정부는 2020년 담수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북환경연합 김재병 사무처장은 새만금사업으로 인한 문제가 담수호 수질 악화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매립토 확보, 미세먼지, 환경오염 유발 공장 유치 등 새만금사업이 진행될수록 문제만 산적해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새만금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해수유통뿐이라고 말한다.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새만금사업 공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정확한 자료를 얻기 힘들다. 작년 7월에 취합한 자료를 보면 산단은 1, 2는 준공이 되었고 3, 4, 5, 6, 7, 8, 9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농업용지는 농어촌공사가 사업초기부터 진행했던 터라 거의 다 했다. 하지만 매립만 했을 뿐 실제로 농사짓는 곳은 없다. 전북대에서 연구용으로 시범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매립이 더 필요한 상황인가.
산업용지와 농업용지는 국가에서 진행하고 관광용지 등은 민자로 추진된다. 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더 이상 간척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사실 더 이상의 매립은 필요하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은 땅이 생겼고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땅도 얼마 되지 않는다. 농업용지나 산업용지를 도시용지나 관광용지로 변경할 수 있지 않나. 새만금 매립한다고 주변 섬도 다 깎고 더 이상 매립할 흙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 방조제 안에서 펌프로 준설해 매립토로 사용하고 있는데 시간도 걸리고 돈도 드니 뭐라도 채우려고 한다. 때문에 누군가 흙을 채워주면 땅을 주겠다는 상황까지 왔다. 몇 년 전에도 한국중부발전에서 보령과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를 새만금에 매립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땐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전북 도의원들도 반대했다. 매립을 위해 시료분석까지 했는데 현재는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치 이하라면 폐기물이라도 매립해 땅을 만들겠다는 것이 개발론자들의 생각이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곳은?
매립된 산업용지에 5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놔도 들어오려는 기업이 없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공장이나 다른 지역에서 피하는 공해공장이나 혐오시설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얼마 전에 LG화학이 리튬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새만금에 세우려다 멈춘 상태다. 리튬 광석을 들여와 배터리를 생산하고 남은 광재를 새만금에 매립하겠다고 한 것이다. LG화학은 기준치 이하라서 괜찮다고 하지만 기업유치가 급한 전라북도조차 이것은 안 되겠다 싶어 막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개발론자들은 대기업 유치를 막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현재는 내년에 총선도 있고 담수화 결론을 내야 하는 시기라 더 이상 논의되지 않을 뿐이다. 
 
새만금에 갇힌 배는 바다를 기다린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정부는 새만금 담수호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환경기초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펴고 있다. 수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군산대 김강주 교수가 새만금호의 유기물이 어디서 유발된 것인지 연구해 발표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상류에서 흘러나오는 영양물질보다 담수호에서 생산되는 조류로 인해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위에서 증류수만 흘려보내더라도 담수호 물이 깨끗해지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군다나 매립토를 위해 준설을 하면서 담수호 수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염지하수다. 해수부에 따르면 겨울에는 염지하수가 들어오는 양이 만경강, 동진강에서 들어오는 수량과 비슷하다. 염지하수는 컨트롤하기도 어렵다. 또 비로 떨어지는 것은 어쩔 것인가. 방조제가 있는 한 답이 없다. 
 
방조제 바깥도 영향이 있다고 들었다.
정부는 총인처리시설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시화호나 4대강처럼 녹조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인은 떨어졌다. 하지만 담수호 내에서 인이 오염원일지 몰라도 바다로 나가면 바다생물들을 먹여 살리는 영양염료다. 어류들의 산란처가 없어지는 물리적인 상황도 안 좋아졌지만 영양분도 들어오지 않으니 생산량이 줄었다. 새만금사업이 방조제 외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내측만 신경 쓰고 있다. 2020년 수질평가를 할 때는 외측과 내측을 같이 연구해서 종합적인 연구를 내놔야 한다.  
 
사실 담수호를 만드는 이유는 농지 때문이었다. 헌데 농지가 30퍼센트로 줄였다. 담수호만 유지할 필요가 있나.
농어촌연구원이 농업용수 수요량을 계산한 적이 있다. 새만금사업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이 10억 톤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농업용수는 15퍼센트밖에 안 된다. 담수호 외에 이미 곳곳에 저류지들이 있다. 이런 부분을 활용하고 일부 저수지를 만들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상황에서 해수유통은 불가능한가. 
새만금은 호소 크기에 비해 배수갑문의 크기가 작다. 많이 열어놔도 많이 내려가지 않는다. 더 많은 해수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갑문을 더 넓혀야 한다. 시화호를 참고할 만하다. 시화호는 조력발전소를 통한 해수유통으로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고 갯벌이 드러나기도 했다.  도민들도 처음에는 새만금사업이 뭔가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전라북도 경제에 악영향만 주고 있다. 전라북도 미세먼지가 1위다. 다른 발생원이 없다. 새만금에서 불어오는  것이다. 해수유통을 해야 수질이 개선되고 물고기도 산다. 1차 산업이 살아야 연관된 2차, 3차산업도 같이 산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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