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주 해안사구

신양리층과 신양사구
 
화산섬 제주에 온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해변으로 인해 놀란다. 제주 해변은 동해안, 서남해안과는 달리,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지질·생태적 특성과 그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주 해안 253km마다 용암이 굳으면서 만들어진 암석해안, 모래해안, 펄해안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모래해변은 인간이 바다와 만나기에 가장 편안하고 적합한 곳이다. 모래해변 중 많은 곳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까닭이다. 제주 전 해안의 10% 미만인 모래해안은 바로 제주 해안의 지질·생태적 특성에 더해 바로 그 좋은 접근성 때문에 집중적인 개발과 훼손의 대상이 됐다.  
 

육지 해안사구와는 다른 독특함

 
한반도와는 달리 제주 모래 해변 모래의 모태는 주로 독립화산체인 오름과 바다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오름이 모태가 되어 만들어진 해변은 검은 모래로 형성된다. 그래서 제주에는 육지부에는 없는 검은 모래해변이 자주 보인다. 섬의 문화는 바람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태풍 길목의 제주는 더 그렇다. 사시사철 부는 세찬 바람은 제주의 풍부한 해안사구를 만들었다. 제주도 해안사구 중에는 내륙 쪽으로 매우 깊숙이 들어간 사구가 여럿이다. 
 
2017년 국립생태원의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 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에서도 해안사구가 가장 훼손이 많이 된 지역으로 나타났다. 과거 면적대비 82.4%가 감소하였다고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2020년 중점사업으로 ‘해안사구 보전운동’을 진행했다. 위기의 제주 해안사구를 지키기 위한 첫 사업으로 1년간 ‘해안사구 모니터링’이 진행됐다. 모니터링 결과는 놀라웠다. 제주 해안사구는 환경부 조사 지점보다 더 많았다. 이를 확증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밀 학술연구가 필요하지만, 최소 7개소 지점의 해안사구가 더 존재했다. 
 
모니터링 결과, 제주의 해안사구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 동쪽 성산일출봉과 서쪽 송악산 일대의 해안사구처럼 화산지층 위에 형성된 해안사구의 존재다. 성산일출봉이 분출하면서 바닷가에 쌓여 만들어진 신양리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된 곳이 신양해안사구이다. 송악산의 화산분출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모리층 위에 만들어진 모래해변이 사계·설쿰바당·황우치해변·모슬포 해안사구 등이다. 신양리층과 하모리층은 생성 시기가 5천 년 이하인 매우 젊은 화산지층으로 지질학적·객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이 지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된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없는 곳들이다.
 
둘째, 제주도의 해안사구로 인해 만들어진 위석회동굴의 존재다. 용암동굴은 석회암 동굴과 달리 석회 생성물이 생성되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월정·김녕 해안사구와 협재 해안사구 아래 있는 동굴 군락은 용암동굴 안에 아름다운 석회동굴이 만들어졌다. 기기묘묘한 위석회동굴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위석회동굴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제주도만의 용암동굴이며 해안사구인 셈이다.
 
셋째, 제주 해안사구에 육지와는 다른 특별한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독특한 염생식물 생태계가 제주의 해안사구에 형성되어 있었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서식지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중문 해수욕장에 형성된 중문 사구에는 2007년까지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었고 도내 몇몇 사구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됐다. 조사를 통해 중문 해안사구만이 아니라 하도리 해안사구 등 도내 몇몇 해안사구가 바다거북의 산란이 가능한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흰물떼새’가 제주 해안사구에 많이 산란하고 있음을 조류 전문가 동행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 조사를 토대로 흰물떼새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포털 Daum ‘같이가치’에서 ‘제주도 해안사구의 흰물떼새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의 크라우드 펀딩을 최근 2개월 동안 진행했다.
 
넷째, 제주 해안사구는 제주도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 평대리 주민들은 해안사구에 기대어 집을 지어 살았고 해안사구를 마을공동체의 핵심 축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동리의 단지모살 해안사구는 일제강점기부터 주민들이 협동해 모래언덕 위에 사방숲을 조성했던 역사를 품고 있었다. 
 

막개발 희생양 제주 해안사구

 
모래 유실이 심각한 황우치 해변사구
 
제주 해변의 개발 역사 더 나아가 제주의 개발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해안사구이다. 모래해변은 해수욕장으로 개발됐고 다른 대부분의 해안사구에는 상업시설이 집중됐으며 해변을 따라 해안도로가 개설됐다. 해안사구 막개발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수욕장에 모래를 공급하는 해안사구가 개발로 인해 모래 유실이 심해졌다. 결국 제주 여러 곳의 해수욕장들은 외부에서 모래를 사다 쏟아 붓는 양빈사업을 매년 반복하게 됐다. 반복적으로 막대한 혈세가 모래값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전국 최대의 해안사구였던 김녕 해안사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녕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해안사구 개발이 이뤄지면서 김녕 해안사구는 지금과 같은 소형 사구로 축소돼 버렸다. 해안사구에 주차장, 건물, 도로, 체육시설이 들어서자 모래해변에 모래를 공급해주는 기능이 사라졌다. 결국 김녕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김녕 옆의 월정 해안사구도 마찬가지이다. 고즈넉한 해안가였던 월정해안은 월정해수욕장과 카페거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10년 사이에 몰라보게 변했다. 해수욕장과 접한 해안사구가 카페, 식당 거리로 변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치솟았다. 해안사구가 사라지면서 덩달아 해수욕장 모래 속에 묻혀있던 빌레용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황우치해변의 해안사구도 개발로 원형을 잃었다. 송악산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하모리층 위에 형성된 것이 황우치해변 해안사구와 주변 해안이다. 이곳에 화순항이 개발됐다. 화순항 개발로 해류가 바뀌자 모래가 쓸려나갔다. 다시 화순항 2단계 개발사업(해결부두 설치)이 벌어졌다. 이때 쓸려나간 모래를 인위적으로 복구하려는 양빈사업도 진행됐다. 동시에 황우치해변 앞 바닷 속에 잠제(해수면 아래에 있는 방파제) 설치사업도 벌였다. 양빈사업과 잠제 설치로 모래해변을 복원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하모리층 위를 덮고 있던 모래마저 바다로 다 쓸려가 하모리층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양빈사업도 외부 모래만 가져다 부은 게 아니라 큰 바위들도 수없이 쏟아 부어 황우치해변의 경관과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개발사업이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부름을 보여주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해안사구가 파괴되면서 관광지의 핵심인 해수욕장의 기능마저 훼손되고 있다. 이것은 제주도 관광자원의 훼손이며 더 나아가 제주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기도 하다. 
 

「습지보전법」 개정, 「해안사구보전조례」 제정 필요 

 
섭지코지 해안사구
 
현재 전국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해안사구는 총 38곳이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한 군데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다. 
 
원래 전국 최대였던 김녕 해안사구가 훼손되면서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가 최대 해안사구로 등극했다. 신두리 사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방문객 센터가 설치됐고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제주 해안사구도 신두리 사구만큼 가치가 있다. 신양리 해안사구나 사계 해안사구의 경우 신양리층과 하모리층과 연계해서 문화재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한 해안사구이다. 제주 해안사구 보호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먼저, 해안사구 난개발을 막기 위해 해안사구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신양해안사구 등 몇 곳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그러나 그 이외 대부분의 해안사구는 개발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막을 제어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신속하게 제도적인 개발 제어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습지보전법」에는 해안사구가 연안습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습지보전법」 개정을 통해 연안습지의 범위에 해안사구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습지보전법」의 개정을 토대로 더욱 구체적인 실행과 정책 수립을 위해 「해안사구보전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서, 장기적으로 해안사구를 개발을 통한 이용이 아닌 보전을 전제로 한 생태관광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야 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 당국의 정책 기조 전환이 필수적이다. 해안 ‘개발 기조’를 해안사구 중심의 ‘보전 기조’로의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제주 해안사구가 사라지기 전에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글 사진 /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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