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어선에 멸종 위기 몰린 민물장어

군산 바다에서 실뱀장어를 잡는 불법 어선들
 
군산 지역에서 ‘시라시’라고 부르는 실뱀장어는 뱀장어의 새끼다. 태평양에서 산란해 실과 같은 작은 체구로 연안으로 거슬러 올라와 성체가 되면 다시 태평양으로 돌아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뱀장어 개체는 매우 작고 얇아 연안으로 돌아올 때 최대한 무리 지어 포식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 애쓴다. 본능에 의존한 산란으로 아직도 뱀장어의 인공 산란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민물장어는 태평양에서 부화해 연안으로 거슬러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장에서 키운 것들이다. 
 
우리에겐 보양식으로 잘 알려진 민물장어는 안타깝게도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2014년 적색목록 중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종이다. 적색목록은 생물 종의 멸종 위험성에 따라 평가 불가종(NE), 자료 부족종(DD), 관심 필요종(LC), 위기 근접종(NT), 취약종(VU), 멸종 위기종(EN), 심각한 위기종(CR), 자생지 절멸종(EW), 절멸종(EX)의 9가지 범주로 나눈다. 그중 뱀장어는 멸종위기종(EN)으로 분류된다. 멸종위협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는 취약종(VU)으로 뱀장어가 자이언트 판다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놓인 생명체다. 
 
실뱀장어를 포획하기 위해선 모기장같이 작은 그물을 사용해야 한다. 생태계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그 허가량이 많지 않지만 실뱀장어 시가에 따라 서너 달에 수억 원까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불법 어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양경찰 보란 듯이 정렬한 불법어선

 
매년 1월부터 5월까지 금강하구 군산에서 벌어지는 실뱀장어 불법 어업은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실뱀장어 포획 시기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언론 매체를 통해 문제가 보도됐다. 
 
지난 5월 환경연합은 금강하구 군산 실뱀장어 불법 어업 현장을 찾았다. 금강 하굿둑 동백대교 남단엔 군산해양경찰서가 있다. 해양경찰 파출소 앞 바다에 불법 실뱀장어 어선이 정렬해있다. 무허가, 허가규칙(실명제) 위반, 어구 규모 위반, 조업 금지구역 위반, 선박 개조, 어선법에 의한 미등록 어선과 선박 명칭 미표기 등 다양한 불법 사항을 갖고 있는 선박들이다. 
 
실뱀장어 불법 어업에 사용되는 선박은 등록되지 않은 폐어선이다. 비공식적인 주인은 있지만, 공식적으론 바다에 떠 있는 유령선박이다. 불법 어업 어민들은 천여만 원에서 이천만 원으로 폐어선을 구매해 실뱀장어 어선으로 사용하고 연간 수천만 원에서 수억에 달하는 수익을 얻는다. 우리나라 수면에 떠 있는 어선은 모두 어선법에 따라 선박번호판이나 선박명을 써야 한다. 사용이 완료된 선박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폐기비용을 내고 폐기되는데 누군가 폐기돼야 할 선박을 폐기하지 않고 불법선박으로 재사용하기 위해 유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어업을 진행하는 어민들은 물때가 되면 소형 선박을 타고 불법어선에 오른다. 물이 빠지는 간수 시간 전에 어선에 올라 한참을 기다렸다 물이 들어올 때 그물을 내려 실뱀장어를 포획한다. 불법 실뱀장어 안강망 어업은 위아래 긴 장대에 어구를 연결하고 실뱀장어를 포획한다. 어구 규정상 어구 입구 장대의 길이가 최대 20m 이하여야 하지만 불법 어업으로 수익을 챙기는 어민에게 규정은 의미가 없다. 
 
버려진 선박과 그물
 
관광객처럼 조용히 해양경찰 파출소 앞에 서면, 수년간 이 지역에 관습적으로 허락된 불법을 지켜볼 수 있다. 몇 달간의 불법 조업으로 억대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단속에 집행되는 벌금은 몇백만 원이다. 심지어 조업 전 불법 자진신고로 “미리 벌금을 낼 테니 내 배는 다시 단속하지 말라”는 소문도 돌 정도다. 강력하지 못한 법 집행으로 불법은 이어져가고 있고,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은 지자체와 관할 행정력의 유착을 의심하게끔 만든다.
 
유령 선박은 멸종위기종의 포획 아니라 선박에서 사용한 그물, 엔진오일 등 해양 오염을 발생시킨다. 허가어업 선박은 수협에 등록돼 선박에서 사용한 그물을 수협에 가져가면 수거 비용을 지급받는다. 이에 반해 불법 선박은 사용 후 그물을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 불편함으로 인해 바다에 버린다. 버려진 그물은 바다에 방치돼 목적 없이 해양 생물을 포획하는 유령 어업으로 전락한다. 유령 어업에 포획된 해양 생물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부패하고 부패한 사체를 먹기 위해 모여든 다른 해양 생물이 다시 그물에 걸려 폐사하게 된다. 플라스틱이 주재료인 그물은 유령 어업뿐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오염과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 다다른다. 선박에서 사용한 엔진오일도 마찬가지다. 정식 선박은 수협에 반납할 수 있지만, 반납할 장소가 없는 불법 선박은 폐유를 바다에 버린다. 야간에 조업하기 때문에 바다에 어떤 폐기물을 처리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박도 큰 문제다. 불법 선박을 폐기하는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박은 방치된다. 간조가 돼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엔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폐어선이 자리 잡고 있다.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

 
실뱀장어
 
환경연합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요인인 기후위기와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근절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연합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권력이 군산 실뱀장어 불법 어업을 중단하기 위해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한 불법 어업 재발 차단 △폐선 관리 △어구관리 △멸종위기종 실뱀장어 법적관리 및 지정위판 등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와 공권력이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수십 년간 용인하던 불법 어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불법 어업 근절을 위해 중앙정부는 어업관리단이 존재한다. 군산시 수산과에 불법 어업 단속 공무원이 있고 군산 해양경찰서가 있지만, 해양경찰 파출소 바로 앞에선 불법 어선들이 보란 듯이 정렬해있다. 매년 동일하게 발생하는 사안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권력이 움직이지 않으면, 시민은 그들의 유착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관계기관이 빨리 인지하고 강력한 법 집행을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폐선을 재활용하는 건 해양생태계뿐 아니라 어민의 안전과도 연계가 돼 있다. 정부는 폐선이 다시 바다로 유출되는 경위를 파악해 폐선을 사용하고 바다에 폐기할 수 없도록 선박의 사용 후 관리까지 명확하게 추적하고 확인해야한다. 또한 버려지는 폐어구로 발생하는 유령어업을 막기 위해서 어구관리법을 제정해야한다. 어구는 어업의 강도를 상승 시켜 해양생물의 고갈뿐 아니라 사용 후 버려지는 어구로 인해 발생하는 유령어업, 해양폐기물, 미세플라스틱 문제까지도 연결돼있다. 현재 수산업법 전면개정안에 어구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불법 어업 벌금과 같이 낮은 수위의 법은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시행됐던 불법 어업과 폐선 방치, 그물과 폐유 투기는 이제 시민의 인식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바다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를 단순한 돈으로 환산해 무분별하게 남획하고,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며 폐기물을 투기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바다와 생명체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정부, 지자체, 해양경찰 모두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해양생태계가 더 파괴되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글・사진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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