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낚시는 면허가 필요해

올해 들어 ‘천만 낚시인’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낚시인 단체들도 낚시가 백만 명 단위도 아니고 천만 명 단위의 사람이 즐기는 ‘국민 취미’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낚시인이 천만 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천만 낚시인들을 위해 낚시여가 특별구역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말로 천만 명이 낚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낚시 인구가 급증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일까? 현재로선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은 악재에 가깝다. 왜 아닌지, 수많은 사람이 낚시를 즐기더라도 괜찮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통제 밖의 어업, 낚시의 거대한 흔적

 
낚시는 레저일까? 조어량, 강과 바다환경에 대한 악영향, 상상을 벗어난 막대한 조어량, 직업적 어업인과의 민민갈등 등 부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낚시는 레저라는 이름의 해적 행위로 떨어질 수 있다. 낚시의 부정적 영향력을 감소시킬 방법은 없을까? 면허제 도입이 해결의 방책일 수 있다
 
좋은 일이 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낚시 행위가 우리 주변의 생물들을 크게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멸종위기종도 있다. 버려진 낚싯바늘, 낚싯줄 등이 야생생물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것이다.  어린 아이가 낚싯바늘이 잔뜩 깔린 갯바위에서 놀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구체적으로 보고된 사례만 해도 줄줄이 나열할 수 있다. 제주 연안에서 버려진 낚싯줄이 몸에 감겨서 죽거나 사망한 바다거북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서해안의 얕은 바다를 주걱 같은 부리로 ‘저어’ 먹이를 잡아먹는 저어새들은 수심이 얕은 갯벌을 부리로 휘젓다가 부리에 낚싯바늘이 박히고 낚싯줄이 휘감긴다. 저어새 뿐 아니라, 수많은 물새들이 낚싯바늘, 낚싯줄에 의해 죽거나 다치고, 사용이 금지된 낚시용 납추를 삼켜 납중독으로 사망한다.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에는 낚싯줄에 감긴 연산호들이 종종 발견된다. 또한, 낚시터 주변의 길고양이와 비둘기 등 도심형 야생동물들도 버려진 낚싯줄과 낚싯바늘 때문에 다친다.
 
두 번째 이유는 낚시 행위가 수산자원 관리 체계를 교란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어류는 먹거리이니 잡을 수도 있다. 단, 너무 많이 잡아서 ‘씨가 마르게’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지 않게 관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어류가 바다로부터 포획되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알아야 씨가 마르고 있는지 아닌지 가늠하고 ‘수산자원관리’라는 것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낚시와 같이 누가 얼마나 어떻게 어디서 잡는지 알 수 없는 어획량이 많다면 어떻게 될까? 씨가 마르는지도 알 수 없고, 설령 안다고 해도 대응할 수 없다. UN은 2001년 이런 행위를 IUU어업 행위라 규정하고, 이 때문에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무력화되므로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한국에서 낚시는 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이며 근절되어야 한다. 레저선박 등 어업허가를 받지 않은 선박에서 낚시를 하는 것은 대표적 불법어업인 무허가조업으로 볼 수 있고, 낚시 어획량을 누구도 집계하지 않으므로 비보고 어업이다. 근절하자는 것은 낚시행위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낚시행위를 관리 사각지대에서 관리 영역 안에 두자는 것이다.
 
낚시가 비록 IUU 어업이더라도 어획량이 적다면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낚시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낚시 어획량이 상당히 커서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지 오래고, 전통적인 상업어업 관리와 낚시 관리를 통합해서 수산자원 관리를 해야 한다는 데까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는 이와 같은 연구나 논의는 부족하다. 다만, 낚시 어획량이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근거는 충분하다. 해양수산부가 용역과제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바다 낚시 어획량은 같은해 연근해어업(한국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 이내에서의 어업) 생산량의 18%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세번째 이유는 지역주민, 그리고 어업인과의 갈등이다. 그리고, 이 대립은 ‘공유자원의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공유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자치적으로 관리되어온 사례들을 추적해왔다. 오스트롬이 제시한 성공적인 공유자원 관리를 위한 조건 중 하나는 ‘명확하게 정의된 경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원 이용자들이 서로 누군지 분명히 알고 이해하며 합의를 통해 자원 이용 규칙을 만들고 이행하게끔 해야 공유 자원 고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낚시인들은 빠르게 늘고 있고, 낚시인들은 거의 외지인이다. 자치가 실현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다. 비극적 결말이 예상되는 건 억측일까? 아래 사례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과 복잡함이 더 와 닿을 것이다.
 
 
서해안 주꾸미는 낚시인과 어업인의 갈등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이에 관해 언론이 여러 차례 보도했다. 특히, MBC 뉴스의 한 보도가(2016.10.3 ‘어민·선주 ‘갈등’, 금어기 없어 씨 마른 주꾸미’) 이를 잘 요약했다. 한창 주꾸미 금어기를 언제로 지정할지에 관해 논란이 될 당시, 어업인과 낚시인은 주꾸미 어획량 감소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했다. 어업인은 낚시철인 9~10월에는 주꾸미가 아직 치어인데, 무분별한 낚시 때문에 수산자원이 고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낚시인은 주꾸미 자원 감소의 주범은 산란기(4~5월) 알밴 암컷 주꾸미를 잡는 어업인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상황은 단순히 주꾸미 자원이 감소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꾸미 낚시가 한창(9~10월)일 때, 어업인들은 그물(자망)로 꽃게를 잡는다. 그런데, 꽃게가 걸리라고 쳐둔 그물에 주꾸미를 낚기 위한 낚싯바늘이 잔뜩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너무 많이 걸려있으면, 꽃게를 거두는 작업이 너무 위험해서 수거할 수가 없고(결국 잡힌 물고기는 그대로 버려지고), 이 때문에 낚시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찾아 원래는 그물이 없던 곳에 또 그물을 친다는 것이다. 이는 충남 연안, 특히 천수만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동해, 서해, 남해 곳곳에 더 무궁무진하고 복잡한 ‘비극’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본다.
 

낚시 면허제 더 미룰 수 없어

 
낚싯바늘, 낚시 추는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해법은 일단 단순하다. 아직 제대로 시작을 못했으니까. 그 단순한 시작은 누군가 낚시를 하려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게임의 룰을 정확히 익히고, 자격시험을 치러 면허를 딴 후에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로써 위에서 제시한 낚시의 부작용들을 줄여갈 수 있다.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낚시면허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미국, 호주, 유럽 등은 오래전부터 ‘낚시면허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낚시어선에 대한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허가 정수를 정해서 낚시어선 수를 적정선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또한, 최근 증가하는 안전사고 우려에 대비하여, 안전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식량 조달을 위해 어업인 등에게 주어지는 면세유 혜택도 없애야 한다.
 
낚시인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면허제가 도입되기 위해서, 그리고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 낚시인들 스스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인식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도시어부’ 같은 무분별한 낚시를 유희와 즐거움으로 포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은 아주 유감스럽다. 행위에 따르는 책임을 낚시인 또한 분명히 인지해야 낚시가 바람직한 취미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어부의 유감스런 유행이 계속 되고 있지만, 낚시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는 사람은 낚시인들 사이에도 많다. 2016년 해양수산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일반국민 4천여 명, 바다낚시인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위에서 제시된 바다낚시 어획량도 산출된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바다낚시인 응답자의 54.8%가 ‘우리나라에서 낚시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일반국민은 65.1%). 그 방식에 있어 매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일반국민과 낚시인의 과반이 낚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 글이 낚시인들에게 현재 해양생태계와 식량생산체계의 위기의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낚시라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해진 소재를 통해 다른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 관리의 문제를 조명할 수 있길 바란다. 상업 어업의 문제와 육상에서 기원하는 해양 폐기물 그리고 오염물질 문제 모두 심각하다. 다만, 낚시 문제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얼마 전 출판된 윤지로 기자의 ‘탄소로운 식탁’에 나온 구절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한국의 농축어업이 3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데이터가 없었고, 정책이 없었다. 정책이 있는 곳엔 감시가 없었다.” 나의 생각엔 낚시도 그렇다.   
 
글 / 정홍석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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