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새만금 개발 계획, 그늘은 여전

장밋빛 새만금 개발 계획, 그늘은 여전

이정현 전주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leekfem@hanmail.net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었다. 거위가 매일 황금알을 낳자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던 욕심 많은 농부는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말았다.”
지난 1월 29일 정부가 새만금 내부개발 계획을 담은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지나친 욕심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는 이솝 우화를 보는 듯하다. 개발 계획은 문제투성이에 불과한 장밋빛 청사진이다. 
사업예산 21조 원, 당초 내부 개발비 1조 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늘린다고 늘린 올해 예산으로도 100년도 더 걸리는 셈이다. 목표 수질 달성은 여전히 답이 없다. 현실적으로 수질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공개적으로 떠돌고 있다. 새만금 사업을 추진해온 사람들에게는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이제 새만금 해수유통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사업비 21조 원, 현실성 떨어지는 엄청난 규모
이번 발표의 사업 예산은 21조 원이다. 수질개선에 3조 원, 용지조성에 13조 원, 기반시설 설치비가 4조8000억 원이다. 초기 새만금 사업예산이 3조 원 남짓이었으니 엄청난 사업비 증가인 셈이다. 그나마도 향후 내부 도시건설 비용은 빠진 예산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돈이 더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예산 확보가 가능하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위원회 담당자는 예산확보를 자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솔직하게 밝혔다.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새만금 사업이 포함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예산확보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새만금 내부개발은 계획은 있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운 사업이 되었다.

21조 원이면 최종 사업 목표 연도인 2030년까지 매년 1조 원 이상씩 투자되어야 한다. 그동안 새만금 사업에 투자된 예산이 매년 약 1500억 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21조 원의 예산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엄청난 규모다. 다시 말해 새만금 사업이 정부가 밝힌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뚜렷한 목표를 잃은 새만금 개발 계획
예산 문제와 별도로 내부개발 계획을 검토해보자. 발표 내용의 핵심은 농지 중심의 새만금사업을 친수 활동이 가능한 명품도시와 복합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지는 전체 면적대비 30퍼센트만을 배정하고, 외국인 직접투자지역과 신재생에너지단지, 과학연구단지, 관광레저 단지와 항만시설에 70퍼센트의 토지를 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여러 가지 개발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개발 계획이 세워진 이유는 따로 있다. 그중 하나가 새만금 지구에 대한 뚜렷한 개발 계획이 없다보니 이런저런 계획이 종합되어 나타난 점이다. 농지를 만들기 위해 20년 동안 이어온 사업계획을 바꾸면서 대신 무엇을 채울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 토지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일단 방조제 공사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 작은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내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식인데, 새만금 사업은 개발계획이 변경되면서 계획도 없이 일단 공사부터 하는 꼴이 되었다.
 
추가 수질보전 예산만 3조원
개발계획이 장밋빛 청사진인 또 다른 이유는 내부 개발면적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넓은 면적이다 보니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그럴듯한 계획은 다 들어가 있는 꼴이다. 작지만 강하거나, 새만금만의 강한 이미지를 형성할 특징이 없이 잡다한 계획들뿐이다. 새만금 면적은 전주시의 2배이고, 서울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광대한 면적이다. 따라서 이렇게 대규모 개발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당장 필요한 면적은 얼마인지 따져보고 현실성 있는 예산계획 아래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 매립이나 방수제 축조가 불필요해 사업 타당성이 높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지역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 면적은 개발을 유보하여 다음 세대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갯벌로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 사항은 친수활동이 가능한 새만금 명품도시다. 통상적으로 친수 활동이 가능한 최소한의 수준은 담수호의 맛·색깔·냄새 등이 낚시와 뱃놀이, 수상레저, 산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다. 수질기준으로 보면 3급수 수준이라는 것이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목표 수질은 3급수 달성이 힘들다고 판단해서인지 ‘친수활동 가능수준’이란 애매한 문구로 슬쩍 덮었다. 

추가 수질보전 대책 예산은 무려 3조 원이다.  당초 새만금 총 사업비에 맞먹는 엄청난 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이 돈을 들이면 새만금 담수호의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까? 물론 환경연합은 사업 초기부터 물이 고이면 썩을 수밖에 없고, 유역이 너무 넓어 목표 수질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대법원 판결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추진되면 목표 수질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유종근 전 전북지사는 1급수도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고, 담당 국장은 2급수는 충분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런데 새만금 사업의 최고 책임자인 기획추진단장의 입에서 정말 놀라운 말이 터져 나왔다. 새만금호를 담수화하려면 4급수 수질 기준으로 무려 20조 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담수는 물 건너갔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계획안에서 2012년 새만금호의 완전 담수화계획은 폐기처분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목표수질 달성이 가능하다고 예측될 때까지 해수유통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새만금 계속 추진’ 판결을 내린 대법원도 최소한 농업용수 수질은 달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고, 농지에서 복합 산업단지로의 용도 변경도 추가 수질대책을 세워 담수호 수질을 달성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고 책임자가 새만금 사업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있던 시기에 이런 말이 나왔다면 사업은 당장 원점에서 재검토되었을 것이다. 정말 그때는 몰랐을까? 이쯤하면 누구라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때다.
    
방수제, 방조제는 저리가라 !    
방조제 안쪽에 쌓게 되는 방수제 축조 역시 서두를 이유가 없다. 방수제를 높이 쌓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이견이 새만금추진단 내부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다. 농촌공사는 홍수 방지와 성토를 하지 않고 내부 개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방수제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가토제(임시 흙 제방) 정도로 낮게 쌓아도 상당한 면적의 내부 개발이 가능하며, 전면적인 방수제 축조는 친수활동이 가능한 명품도시, 수변 공간 조성에도 불리하다고 밝혔다. 방수제는 최대 폭이 100미터에 이르고 길이가 총 125킬로미터나 되며 공사비만 3조 원이 든다. 33킬로미터 방조제를 능가하는 엄청난 공사로 토량 확보나 수질 악화로 환경피해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은 수질이 관건이다. 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농사도 첨단산업단지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최근 10년간 1조3000억 원을 수질개선에 쏟아 부었지만 더 나빠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적인 개발 수요에 맞는 적정부지 개발로 재편해야 예산 확보도 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여 시화호처럼 해수유통을 공식화해야 한다. 
이런 조건 아래 지역주민, 개발주체와 정부, 시민환경단체 등이 모여 새만금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존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장밋빛 그림만 그리고 실질적인 대책은 미흡한 상황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변화된 조건과 객관적 상황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방수제 축조와 담수화를 강행한다면 새만금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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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새만금 출처 새만금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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