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매립의 악몽 되살리는 제주시 초대형 크루즈항 계획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한반도의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지질과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용암이 분출하다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만들어진 해안지역은 독특한 화산의 흔적을 보여준다. 제주도의 해안선 254킬로미터에는 자갈해안, 사빈해안, 갯벌해안 등 저마다의 독특한 생태계가 있다. 제주도의 유명관광지들이 해변에 몰려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도 해안은 그동안 해안도로 개설과 매립, 건축물들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매립된 현재의 탑동 
 
 

특혜와 불법으로 점철된 탑동 매립

 
탑동 해안은 제주 시내의 가장 중심가에 있는 해안이다. 햇빛이 비추면 조그맣고 까만 ‘먹돌’(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급랭 현무암)이 반짝반짝 빛을 내던 곳이었다. 썰물이 되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빛나는 먹돌과 함께 저녁거리를 위한 바릇잡이(게, 고둥 등을 잡는 일)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게다가 이곳은 각종 어류가 산란하는 제주 앞바다의 자궁이었다. 하지만 탑동 해안도 매립의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한다.
 
1차 매립은, 면적은 크지 않지만 1970년대에 이뤄진다. 그 후 1980년대 2차 매립이 거론되었지만 제주시에서조차 해안경관 보호, 해녀 어업권 피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었다. 하지만 ‘(주)제주해양개발’과 ‘범양건영’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사업은 속전속결로 이뤄진다. 1986년 건설부는 제주도지사에게 탑동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주도록 종용했고 결국 매립면허를 내준다. 이 과정에서 군사정권을 통한 특혜 및 각종 불법 의혹이 불거지면서 1988년부터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운동이 시작된다. 공사비용보다 매립을 통해 조성된 부지를 매각해서 벌어들이는 개발이익이 천문학적이었으므로 정권의 힘을 등에 업은 업체는 공사를 밀어붙였고 매립은 완공됐다.
 
탑동 매립은 중앙정부의 제주도 관광개발정책과 이에 편승해 개발 이익을 독점해온 개발업자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도시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다. 업체는 공사비용보다 훨씬 높게 땅을 팔아 부당 이익을 얻었고 이곳엔 대형유통할인업체, 호텔 등이 들어섰다. 매립 이후에는 해마다 월파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아름다운 먹돌 해안을 없애고 매립을 해서 도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즉, 탑동 매립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었다. 제주도는 도민들의 휴식처이자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탑동을 사기업에 내주고는 매해 월파 등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과거보다 13배나 넓은 매립 계획

 
그런데, 이곳을 다시 매립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취임사에서 환경적 가치를 우선으로 두겠다는 원희룡 지사가 포문을 열었다. 탑동 항만 건설계획은 우근민 전 도정에서도 추진하다 2013년에 포기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과도한 해안매립으로 인한 도민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는 대권 잠룡답게 2조4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으로 초대형 크루즈항을 건설하겠다는 ‘제주신항 기본계획’을 지난 5월 22일 전격 발표한다.
 
5월 22일은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외항에 도착한 날이었다. 이날 원 지사는 유 장관에게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을 보고했다. 규모면에서 제주외항보다 3배 이상 크고, 비용도 항만개발에만 2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기존의 탑동 매립이 16만5000제곱미터 규모인데, 탑동 신항은 211만3000제곱미터(64만 평)로 지금의 면적보다 13배나 더 넓은 바다를 메우게 된다. 5월 27일에는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지역 어업인들을 부르지도 않아 파행을 자초했다. 탑동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진 것이다.
 
이번 사업계획은 대규모 매립을 통한 생태계 파괴, 어장(고등어·한치 어장) 황폐화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이 사업은 대규모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전형적인 토건사업일 뿐이다. 이미 4대강사업에서 드러났듯이 토건사업을 통한 인위적인 공공부양 정책은 효력이 바닥났다. 낙수효과도 단기간일뿐더러 미미하며 오히려 가파른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하락 등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크루즈선 기항을 통한 지역 연계 경제효과가 거의 없다. 크루즈선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들이 제주시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이동하는 곳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다. 게다가 강정에 이미 15만 톤급 2선석을 배치할 수 있는 크루즈항만을 건설하고 있는데 제주항에 10만 톤급 이상 4선석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요 모순이다.
 
 
탑동의 과거 모습(위)과 매립된 직후(아래)의 모습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대규모 토건사업은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 토건사업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마저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미 MB정권의 4대강사업 실패가 생생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원희룡 도정이 이런 대규모 토건사업을 시작한다면 결국 제2의 MB의 길을 걷는 것이요, 탑동 매립의 악몽을 재현하는 것일 뿐이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jeju@kfem.or.kr

사진제공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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