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바다 씨와의 약속, 해양보호구역

바다가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해양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근본적인 요소로서 자연생태계의 기능을 유지하고, 생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보호구역이 많아지고 면적이 커진다는 것은 생태계가 적응하고 스스로 복원하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기후위기 시대에 보호구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양보호구역

 
미국 최대 해양보호구역인 하와이의 파파하노모쿠아키아에 서식하는 태평양 몽크 바다표범. 카메라 뒤 다이버가 신기한 듯 가까이 다가와 수영하고 있다 ⓒAndrew Gray/NOAA
 
해양생태계는 육지보다 생물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해양보호구역에서 산란한 치어는 성체가 되어 주변 바다로 퍼져나가고, 전체 바다는 더 풍요로워진다. 이를 ‘넘침효과(Spillover Effect)’라고 하는데, 해양자원의 재생산이 가능해져 장기적으로는 식량 안보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업인들의 생계에도 도움이 된다. 해양생물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해양생태학’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29개국의 124곳의 해양보호구역에서 해양생물의 생물량이 약 4.5배 증가하고, 서식지 내 밀도는 약 1.7배 증가한 것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해양보호구역은 최상위 포식자로부터 작은 물고기, 다채로운 산호와 고래, 바다거북 등 멸종위기종에게 번식지를 제공해준다. 또한 생태계 복원력을 향상시켜 해양 온도 상승이나 해양 산성화와 같이 단기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위협에 해양 생태계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해양 보호구역과 기후 보호구역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16년 8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구상 최대 보호구역을 수립했다. 하와이의 파파하노모쿠아키아 해양국립기념물을 미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확장하여 보호구역을 4배로 늘린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으로 미국의 보호구역 비율은 3%에서 13%로 증가했다. 미국 서부 영해 끝까지 늘어난 보호구역으로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등록된 고래와 바다거북 등 7000여 종의 해양 동물을 보호하게 되었다.
 
2021년 9월, 영국 플리머스(Plymouth) 대학에서는 11년간의 연구 끝에 해양보호구역에서의 어종이 상업 조업지역보다 43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지역인 영국 라임 베이(Lyme Bay) 해양보호구역은 206㎢로 영국 최대 규모로, 2008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트롤 어업과 같은 파괴적인 어업 활동이 불가한 지역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관리를 강화하면 해양생태계가 복원된다는 상식을 증명했다.
 
1992년부터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뉴질랜드에서는 주요 어획종인 블루코드(Blue cod)와 스파이니 랍스터(Spiny lobster)의 평균 밀도가 3배 이상 높아지고, 크기와 길이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을 보전하자던 국제 약속들

 
현재 전 세계 해양은 얼마나 보호되고 있을까?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면적의 7.93%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해양의 1% 미만이 보호되던 2010년 이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세계 해양학자들의 주장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해양학자들은 해양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해양면적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0년 UN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CBD COP10)에서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 계획과 함께 아이치 타겟(Aichi Target)으로 잘 알려진 생물다양성 목표를 채택했다. 개별 국가의 관할권 해양 면적의 10%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가 합의되었지만,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UN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도 해양생태계 보전이 14번 목표로 설정되었는데, 여기에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면적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2016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최소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2021년 6월에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2030년까지 지구 육지와 해양의 최소 30%를 보존·보호하는 것을 포함해 지구 생물다양성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제가 등장했다. 영국 주도의 세계해양연합(Global Ocean Alliance)도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 및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보존조치로 전 세계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7정상회담, 세계해양연합에 참여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양 보호를 위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없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되었던 UN생물다양성협약(CBD)이 2021년 10월, 중국 쿤밍에서 1단계 회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2단계 회의는 대면으로 올해 8월에 열릴 예정인데, 이번 총회에서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가 새롭게 채택될 예정이다. 지난 아이치 타겟 이후 2021~2030년에 대한 새로운 목표와 전략이다. 지난 아이치 타겟과는 달리, 기후대응력을 강조했고 해양보호를 단독으로 언급했지만, 안타깝게도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면적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30x30 캠페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 해양 보호 정책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포항시 호미곶 주변해역의 게바다말 군락 사진제공 해양수산부
 
우리나라는 해양생태계 또는 해양생물 등을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 공유수면에 대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현재까지 전국 32개소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 지정된 곳은 남구 구룡포읍 호미곶 주변해역 0.25km²로, 2021년 12월 해양보호구역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잘피종인 ‘게바다말’과 ‘새우말’의 서식지로, 두 생물이 이곳에 서식하는데, 광합성을 하면서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해양 면적 대비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현재 해양보호구역 면적은 세계자연보전연맹 기준 2.46%에 불과하다. 전체 해양 면적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국제적 목표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이다.
 
1960~1970년대에 우리나라는 어업자원 보호 측면에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였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해양생태계 보전 및 환경관리 측면에서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구역,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환경부의 국립공원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각각 다른 법령체계 하에 있다. 그래서 부처별 각기 다른 관리영역에서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 부처에 중복되거나 이중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전을 위해 이를 조율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감독 체계가 분산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석호인 영랑호 문제에서도 법적 관할의 모호성이 드러났다. 천혜경관인 석호를 보전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관할권 문제로 인해 영랑호 보전 문제는 결국 부잔교라는 지역개발에 밀려났다. 또한,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지정’ 자체가 정책의 목표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정 중심의 해양보호구역 정책에서 관리 중심의 해양보호구역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합적 관리를 운영하기 위한 부처 간 협력이 없는 상태에서 정책 장벽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보호구역이 단순한 양적 증가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관리의 효과를 위해 일원화할 필요가 있으며, 환경연합은 각 보호구역의 관리 주체를 일원화한 보호구역처를 신설할 것을 꾸준히 정부 정책으로 제안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은 네 종류로 구분되는데, 어떠한 활동도 허용되지 않는 사용금지 구역과 조업금지구역, 제한된 양식업과 관광업이 허용되는 완충 구역, 모든 해양 활동이 허용되는 다중이용구역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현재까지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중에 조업금지 구역(No-Take Zone)은 단 한 곳도 없다. 조업금지구역은 어떤 생물도 채취해서는 안 되는 지역으로, 해양보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조업활동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조업금지구역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보호구역 분류 중 핵심에 속하는 것으로, 심지어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는 조업금지 구역이 없는 해양보호구역은 진정한 보호구역으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그런 경우, ‘문서상에만 존재하는 해양보호구역(Paper park)’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제주 바다를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남방큰돌고래 주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수산과학원
 
국내에는 바다목장, 인공어초, 신안 연안바다목장, 어장 휴식년제 등 현재 시행 중인 사업들이 있다. 해당 사업들의 목적이 수산자원의 재생산에 방점을 둔 만큼, 해양보호구역과 연계하여 조업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해안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지정된 다른 나라의 해양보호구역과 달리,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대부분 해안선 인근에 접해 있다. 바다를 이용하는 강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매우 붐비는 해안 해역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의 유용성은 더욱 떨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절대보전 무인도서와 준보전 무인도서, 이용가능 무인도서의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있다. ‘제2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 상 세부 추진과제에 언급되기도 했는데,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효과성을 연구한 사례가 전무하다. 일부 지역에서라도 조업금지구역을 일시적으로라도 설정한다면,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생태적, 사회적 효과성을 밝혀내고, 향후 해양보호구역 면적을 확대하는 데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최선형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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