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킨 갯벌, 기업에 넘길 순 없다

함께 지킨 갯벌, 기업에 넘길 순 없다

김동언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assa@ecoin.or.kr

사실상 18대 국회가 마무리된 지난 4월 30일, 농림수산식품부는 “마을어장에 빗장을 풀겠다.”고 나섰다. 갯벌민영화 법안을 18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힌 것이다. 갯벌민영화 법안의 핵심은 수산업법 제33조를 개정해 마을어장에 기업 자본인 어업회사법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마을어장에 더 많은 자본을 들여 규모화•기업화하고, 갯벌의 생산력을 높여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도록 한다는 게 명분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안에서도 이 법은 ‘대기업 진출법’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하니, 갯벌민영화 법안 추진의 본질은 분명한 셈이다.  

갯벌민영화 추진하는 정부
서남해안 어민들은 자율적으로 결성한 어촌계 혹은 수협을 통해 갯벌을 공동체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해왔다. 공동의 자산인 갯벌은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외지인들한테 임대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것을 공동체적 규제라고 부른다. 갯벌에 평생을 발 담그고 살아온 주민들이 터득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자식을 먹이고, 공부시키고, 나이 들어서는 자신을 부양해온 갯벌을 대대손손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결국 농림수산식품부가 시도하는 갯벌민영화와 어민들이 지켜온 공동체적 규제는 함께 갈 수 없다. 

쟁점은 마을어장을 잘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외부 자본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과연 어촌공동체에 유익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법을 고안하게 된 계기가 태안 유류오염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지원방안이었다고 하니, 일부 어민들은 환영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특별법으로 약속한 보상을 못한 정부가 기업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회사법인의 지분 참여율을 50퍼센트 미만으로 하면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며 어민들을 애써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윤추구라는 단일한 목적을 가진 기업논리를 어민들이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갯벌을 지켜온 ‘공동체적 규제’라는 독특한 어촌의 문화는 한 번 해체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수 적금도의 사례는 갯벌민영화의 미래를 보여준다. ‘빈매’는 서남해안 일대 섬에서 음성적으로 외지인들에게 어업권을 매매하는 관행이다. 적금도에서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온 빈매로 인해, 어장은 황폐화되었고, 어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 그러다가 적금도 어민들이 ‘우리도 먹고 살아보자’며 어업권을 되찾기 위해 나선 것은 1995년부터다. 그러나 이런 관행을 근절하고 어업권을 마을 주민들이 찾는 데는 10년의 세월이 걸려야했다. 

마을어장에 기업이 들어와서 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양식장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제안한 갯벌 참굴의 경우 1헥타르에 2억7천만 원 정도 시설비가 들어간다. 만약 한 마을에 10헥타르씩만 한다 하더라도 27억 원이고, 절반을 어민들이 부담하여도 약  14억 원이다. 그 돈을 어민들 스스로 마련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기업이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제공할 것이다. 

외부 자본이나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몇 년간 집중적으로 생산한 후 어장이 황폐화되면 기업은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지만,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래서 갯벌민영화가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장악해서 중소상인들을 거리로 내몬 것과 똑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우려하는 것이다. 

어촌고령화를 위한 대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농림수산식품부가 갯벌민영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어촌 고령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있다. 어촌에 가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갯벌에 나가서 일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루 물때에 나가서 일하면 꽤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갯벌은 그렇게 어른들을 부양하고 있다. 그것을 어르신들에게 보상금처럼 푼돈 쥐어 드리고 갯벌을 공장처럼 규모화•기업화하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정부는 갯벌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고용 인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미 갯벌에서 일하고 있는 어민들을 내몰고 누구를 새로 고용한단 말인가?

갯벌이 주는 유익은 무한하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할 뿐 아니라, 재해예방, 정화기능, 경관적 가치, 교육적 가치 등이다. 그런데 그것을 상품화해서 보니,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몇몇 품종을 생산하는 수산물 공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캐나다, 미국 등 외국도 어업분야의 기업화 및 규모화를 시도해 어업을 사유화하려 했으나 실패하였고, 공동체적 규제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갯벌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자율관리어업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이란, 어자원 남획, 과잉시설 설치, 경쟁조업을 막지 못한 정부가 어민들 스스로 공동체적 규제를 통해 어업자원을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갯벌민영화 법안을 들고 나와 갯벌에 외부 자본을 유치하도록 한 것은 정책에 일관성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최대의 갯벌이었던 새만금 갯벌을 간척 매립하여 어업의 근간을 흔든 농림수산식품부가 잘못된 방식으로 다시 갯벌에 대한 관리권한을 가지려 하는 것은 정권말기에 나타난 잘못된 관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진정 어민과 어촌을 위한다면 기존 법률과 제도 권한으로도 충분히 어민들을 지원할 수 있다. 기업과 자본을 위한 법 제정은 중단되어야 한다.

평화로운 갯벌과 어촌을 위협하는 ‘갯벌 민영화’
“평생을 갯벌에 발 담그고 살아온 우리들이 갯벌이 임자가 없다고 /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긴 우리의 생각은 잘못이여 / 알고 보믄 내 피붙이 같은 내 땅, 우리 땅인디 말이여 / 갯벌이 살아야 우리도 더블어 살 수 있는 것이제”

2008년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에서 야외 홍보행사로 무안갯벌 월두마을 주민들이 직접 공연한 마당놀이 ‘갯벌가’의 대사 중 일부다. 평생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은 이미 갯벌 보전의 가치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림수산식품부가 갯벌을 한낱 수산물 공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갯벌 민영화 시도는 농업에서 실패한 정책을 수산업에 이식하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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