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18] 삼성 기름유출사고 4년

삼성 기름유출사고 4년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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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태안환경연합 회원이자 태안기름유출시민조사단.  왼쪽부터 채현석, 안정헌, 신미향, 김인숙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충돌하면서 1만 킬로리터가 넘는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검은 기름은 이내 파도를 타고 태안 갯벌, 모래, 암반 구석구석을 뒤덮었다. 시커멓게 변한 바다, 기름 범벅된 굴 양식장 앞에 가슴을 치며 눈물만 쏟아내던 어민들,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어가던 뿔논병아리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고 태안으로 달려갔다.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태안에 달라붙은 기름을 일일이 닦아냈다. 채현석(64세), 안정헌(57세), 신미향(48세), 김인숙(48세) 씨도 그 현장에 있었다. 
4년이 흘렀다. 태안 기름을 닦던 손길은 사라졌지만 이들은 아직도 태안을 찾는다. 삼성 기름유출사고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태안 바다와 주민들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태안시민생태조사단이다.

 

태안시민생태조사단의 시작
4년 전, 채현석 씨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사고가 터진 날, 안면도까지 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오죽하면 동네 사람들이 자기네 보일러에서 휘발유가 새는 줄 알고 다 확인할 정도였다니깐. 다음 날 신두리에서 바다를 보는데 두께가 이만큼 되는 원유가 막 밀려와요. ‘아, 이게 재앙이구나.’ 라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 그날부터 그에 말마따나 정말 무식하게 방제작업을 했다. 보호 장비 없이 양동이로 기름을 퍼 올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안정헌, 신미향, 김인숙 씨도 4년 전 그 자리에 있었다. 밀려오는 자원 활동가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이 그들의 몫이었다. “활동가들이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밥 먹을 기운도 없었어요.”
기록적인 자원 활동가들의 행렬로 검은 기름은 어느 정도 걷어냈지만 최악의 기름유출에 따른 생태계와 지역공동체의 피해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그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시민들이 직접 그 변화를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다면 태안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고 또 한편으론 가해자에게 태안에 무슨 일을 벌어졌는지 끝까지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도 될 수 있었다. 환경연합은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태안시민생태조사단을 꾸렸다. 서산태안환경연합 회원이었던 이들은 조사단에 합류했다.  
시민조사단은 사고 당시 해양수산부가 초청한 캐나다의 방제전문팀으로부터 기름 오염정화 평가 기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전문가들과 함께 2008년 3월 첫 생태시민조사를 시작했다. 생물조사는 1년에 네 번, 계절별로 하기로 했는데 4개 지역에 암반조간대를 설정해 암반에 부착한 생물들의 개체수와 종수를 조사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함께 매달 피해지역의 생물상·지형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주민들 인터뷰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변화를 기록했다. “초기에 서울대에서 프로젝트 차원에서 함께 했어요. 저서생물전문가, 식물전문가들과 함께 다니면서 생물들 이름이며 조사방법이며 하나하나 배우며 조사를 했지요. 프로젝트가 끝나고 전문가들도 떠나고, 그렇다고 우리마저 그만 둘 수 없잖아요. 이왕 우리가 시작한 거 우리가 끝내자 해서 장비 일부를 넘겨받아 매달 조사를 하고 있어요,” 이들 네 명이 주축이 되어 태안시민생태조사단은 현재까지 40회 넘는 조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들의 기록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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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빠졌지만 시민생태조사단의 조사는 전문가 못지않다. 생물 조사는 매번 똑같은 지점에서 조사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기록할 수 있다며 조사지점의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때론 글로 때론 그림까지 그려가며 꼼꼼히 기록한다. 대부분 조사지역이 암반이라 종종 바닷물에 빠지고 넘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맨발로 조사를 끝까지 해요. 물때 맞춰 해야 하는 거라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못하잖아요. 남편이 알면 못 가게 할 걸요, 아마.” 신미향 씨의 말이다.

 

 


4년, 우리들의 기록
사고 발생 4년, 이들이 지켜본 태안의 모습은 어떨까. “기름이 서서히 사라져가기는 하는데 간혹 기름이 나와요. 올 여름에 모항에서 타르를 발견했어요. 돌멩이마다 타르덩어리가 묻어있더라고요. 아마도 속에 있던 것들이 나왔나 봐요. 유화제를 사용하면 기름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잘게 조각나잖아요. 그게 밑에 가라앉았다가 올라온 건지 아니면 날씨가 더워서 숨어있던 게 올라오는 건지 타르가 아직도 발견돼요. 아 그리고 방제 쓰레기들이 아직도 굴러다녀요.”(신미향) “굴 양식장을 철거하니깐 바지락이 많아졌어요. 굴과 바지락이 먹이경쟁을 해왔는데 굴이 사라지니 바지락이 많아진 거죠. 기름피해가 났던 지역 바위에 굴이 많이 붙어있는데 동네주민들이 굴을 안 먹으니깐 바위에 붙어있는 굴 껍질들이 매끈해지면서 경관도 좀 변했어요. 올해부터는 주민들도 조금씩 굴을 따서 먹더라고요.”(안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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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나마 생태계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역공동체, 주민들의 이야기에서 한숨부터 쉰다. “아는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굴 양식을 시작했어요. 대출도 받고 주변에서 돈도 빌리고 모든 걸 투자해서 들어갔는데 그해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거예요. 처음엔 기름유출대책위에서 활동하면서 노력 많이 했어요. 근데 삼성과 정부를 어떻게 상대를 할 수 없었어요. 결국 자살을 하셨어요. 근데 그 때나 지금이나 정부가 피해주민들을 위해 한 게 하나도 없어요.” 신미향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실제로 환경연합에 따르면 주민들이 신고한 기름유출 피해는 총 7만3255건, 전체 1조2849억 원이다. 하지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인정한 것은 2만738건이며 현재까지 보상금이 지급된 것은 1만4781건, 391억 원에 불과하다. 피해보상도 받지 못하고 주민들은 생계가 막막하지만 사고를 낸 삼성과 정부는 여전히 뒷짐 지고 물러서 있다. 여기에 피해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암 환자가 늘고 최근엔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추적조사 결과도 나왔다. “피해지역 학교 아이들 상담을 다녀요. 요즘 이 아이들 웃음치료에 들어갔어요. 생계가 막막하니 사람들도 떠나고 부모들은 암에 걸리고 아프지, 아이들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요. 학교에 와도 웃음이 없으니 교장선생님이 특별히 부탁을 했어요.” 안정헌 씨가 안타까움을 담아 말을 보탠다.
가해자 삼성에 대해선 가차 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삼성은 숨어 다녔어요. 근데 일 년 지나니깐 삼성 이름 걸고 당당하게 다니더라고요.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고 돈 한 푼 안 내놨어요. 근데 하는 짓 보면 더 가관이에요. 물질적인 것을 갖고 지역에서 말발이 서는 지도자, 이장 등 일부 주민한테만 접촉을 해요. 그러면서 주민들 간에 갈등을 부추기고 공동체를 분열시키죠. 정말 비열한 회사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안정헌) “정부가 면죄부를 줬으니 더 하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멕시코만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일주일 만에 BP 찾아가서 몇 백만 달러를 받아왔대요. 헌데 이명박 대통령은 4년이 됐는데도 코빼기도 안 비쳐요. 정부가 의지가 없으니 되는 게 없죠. 국민들은 참 착하고 엄청나게 단결하는데 정부에서는 한 일이 하나도 없어요. 대신 국민들이 한 일을 정부가 생색내요.”(채현석) 한숨만 나오는 이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사단들에게 화살이 돌아올 때도 있다. “지금도 툭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주민들은 상당히 격앙되어 있어요. 반영되는 것도 하나 없는데 뭘 자꾸 조사 하냐고 거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도 답답하죠. 하지만 피해 주민들 만나 이야기 듣다보면 정말 순수하세요. 자신도 피해를 입었는데 다른 피해지역분들 걱정을 하세요. 우리의 활동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

 

태안의 봄을 기다리며
4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태안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 10월 조사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내년 4월에 활동을 재개한다. “기름유출사고 당시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고 후 기록을 남기는 일도 환경연합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피해 나기 전의 기록은 없지만 피해 후 변천사를 통해 시간흐름에 따른 회복정도를 볼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서산태안환경연합 상임의장이기도 한  채현석 씨는 기대한다. “우리는 계속 조사를 할 겁니다. 시간적으로나 인적으로나 많이 힘들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한 가지 바람은 기름유출사고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해요. 시민들만이 할 수 있는 태안시민생태조사잖아요.” 조사단원들의 바람이 담긴 다짐이다.
태안시민생태조사단의 활동이 언제 끝날지 이들도 모른다. 정부가 피해 주민들 편이 되어주고 최소한 삼성이 사과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태안 생태계가 살아나 태안 바다가 활기를 되찾고 아이들이 다시 웃을 때까지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계획이다. 이들과 함께 태안의 봄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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