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만금 논의 성과 차버리는 새만금위원회

2월 9일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중인 전북 부안군 계화도를 찾았다. 이날 어민들은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풍어제를 지내고 있었다. 만선을 기대하는 풍어제는 새만금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며, 이곳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풍어를 기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었다.

지역 어민들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은 2006년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면서 새만금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새만금을 자세히 보지 못한 잘못된 결론이며, 새만금 사업을 거창하고 대단한 사업인양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은 비행기를 이용해 전체를 둘러보아야 할 정도로 큰 면적이다. 그러나 새만금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헬기가 아닌 갯벌에 발을 담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갯벌과 바다와 사람이 사는 현장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전라북도, 정치인들은 삶의 현장이 아닌 구름 속에서만 새만금을 보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새만금사업촉진을위한특별법(이하 새만금특별법)」에 근거해 지난 1월 14일 구성된 <새만금위원회>라 할 수 있다. 


갈등의 성과를 담지 못한 새만금위원회

지난 2007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농지 목적의 새만금 사업을 산업용지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새만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98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전북 표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태어난 새만금 사업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에서 또 한 번 뒤틀린 것이다. 새만금위원회는 이 특별법에 의해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중요 사항들을 심의하는 기구로 국무총리 산하에 구성되었다. 

새만금 사업은 지난 20년간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환경갈등 중 하나로, 국민 개개인과 한국사회의 환경의식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그 때문에 새만금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자양분이 되어야 하고 최소한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좌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새만금위원회는 개발 지향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었다. 

우리 모두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그동안의 논쟁 성과를 교훈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새만금위원회에 갯벌 가치, 수질, 해양환경, 개발방향, 그리고 생계터전을 잃은 어민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적 구성을 담아내야 한다. 특히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북 차원의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새만금위원회의 전북지역 인사는 대부분이 한나라당과 정치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전북 차원의 합의 형성 노력이 가장 중요한데 인적 구성은 이런 목표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다른 위원 중에는 새만금 사업의 전문성이 의심되는 이명박 대선캠프 참여 인사도 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그동안 10여 년간 이어온 새만금 논쟁 과정에서 어떤 역할과 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논쟁과 갈등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찬반 진영은 물론이고 새만금 갈등의 키를 쥐고 있는 전북사람들과 새만금 관련 전문가 등이 고루 참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새만금위원회

상황이 이러니 그 속에서 논의되는 안건도 편향적이며, 현실성을 담지 못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시급성을 따지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새만금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의제는 악화된 수질 문제와 어민생계대책이다.

2007년 새만금 수질은 총인이 0.352피피엠을 기록했지만 2008년 가뭄과 함께 0.471피피엠으로 상승했다. 총질소도 4.686에서 7.033피피엠으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도 9.4에서 12.5피피엠으로 악화되었다.

문제는 현재 수질이 2001년부터 시작된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한 정부조치계획에 따라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여된 결과라는 점이다. 즉, 가뭄이라는 자연현상 앞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자되었지만 새만금 수질은 여전히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이 완공된 다음에도 가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수질 문제는 새만금위원회에서 다루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다.

어민 생계 문제도 그렇다. 새만금 사업지구에 있는 천여 척의 배를 방조제 외곽에 정박시킬 수 있는 시설도 만들지 않는 상태에서 2009년 새만금 내부에 125킬로미터에 이르는 방수제 착공이 추진되고 있다. 계화도선주회 김하수 회장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나가란 말만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정부의 무성의를 질타한다. 군산 비응도에서 만난 어민 심모씨도 “방조제 바깥 바다도 매립토 확보 과정에서 해사채취로 망가지고 있는데 밖으로 나간다고 한들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새만금을 둘러싼 가장 심각한 문제들이 이렇게 엄존하는 상황에서도 새만금위원회의 의제는 장밋빛 개발 약속이 대부분이다. 방조제 국제명소 개발, 방수제 조기 착수, 경제자유 구역에 지정에 따른 산업단지와 외국인 직접투자 지역 조기개발, 신항만 조기착공, 동북아 중심지로 개발 등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뿐이다. 특히 방조제 국제명소, 외국인 투자, 동북아 중심지 등은 당장 현실성이 없거나 정치적 수사로만 비춰질 만한 내용들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슈들은 손을 놓고 먼 미래 이야기만 늘어놓는 현실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에 대한 접근 방법이 변해야 한다

정부와 전라북도 등에서는 이미 어민 보상이 끝났으니 어민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민들은 한 집에 두 사람 꼴로만 보상을 인정한 점과 배를 폐선해서 받은 보상금은 영업보상금이 아닌 단순 중고 배 값을 받았으므로 보상이라 말할 수 없다며 보상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낸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어민에게 아무리 보상을 많이 준들 바다를 버리고 어떻게 생계를 꾸릴 수 있냐며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민들은 생계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렵다면 해수 유통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환경단체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은 지금도 어민들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새만금은 정부 스스로도 너무 넓은 부지에 무엇을 해야 할지 면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공사 및 개발 비용만도 수조 원에 이를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막연하게 대규모 간척지를 만드는 공사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농업 및 산업용지를 위해 간척지가 필요하다면 강 하구를 크게 돌려 막는 현재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부분 간척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땅으로도 개발에 필요한 면적을 확보하고도 남는 곳이 새만금이다. 

새만금위원회와 전라북도가 진정으로 전북의 발전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새만금에 대한 접근방법이 변해야 한다. 개발에 따른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거나 세계 최장 등 전시성 자랑거리를 찾는 데 연연할 것이 아니라 새만금을 둘러싼 시급한 과제부터,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부터 우선순위에 두고 논의해야 옳다.


글·사진 최두현 전주환경운동연합 녹색도시국장 workn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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