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 갯벌·철새·늪/ 우리 갯벌 둘러보기 4 - 을왕리 가는 길/ 제종길

우리 갯벌 둘러보기 4

을왕리 가는 길


을왕리로 가는 길
영종도와 용유도는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한 두 가지의 바닷가 추억을 남게 한 섬이다. 1970년대
만 하더라도 교통 사정이 열악하고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던 터라 수도권 사람들의 대중적인 피
서지는 경기 다도해의 도서들이었다. 덕적도를 비롯하여 승봉도, 자월도, 시도를 비롯하여 앞의
두 섬이 포함되었다. 특히 용유도의 을왕리 해수욕장과 덕적도의 서포리 해수욕장이 가장 유명하
였다. 당시에는 용유도는 차로 갈 수가 없어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갔었다. 1988년에 4.12㎞
의 연륙교가 생기고 영종도를 거쳐 훼리호로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인천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약 20분이면 영종도 부두에 닿게 된다. 영종도와 인천 사이에는 수심이 깊고 물살이 거친 수로
가 있었기 때문에 연륙교가 서기에는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 수로는 강화도 북쪽에서 나누어진
두 갈래 중에 하나와 연결되어 있는데, 강화도와 김포군 사이에 놓인 좁은 염하수로이다. 그래
서 하구와 주변 갯벌의 영향으로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가는 바닷길의 물빛은 대체로 탁하고 누
런 색이나, 도시를 떠난 사람들에게 바다의 정취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그래서 약 20여분
의 짧은 항해에서도 바다를 듬뿍 느끼게 된다.

경기 다도해의 전진기지,
영종도
영종도에 내리면 부두에 선 작은 어시장을 만나게 된다. 영종도 일대에서 잡히는 각종 수산물이
있는데 계절에 따라 약간 달라지긴 하지만 꽃게, 민꽃게, 가무락조개, 동죽, 피조개, 백합, 가리
맛조개, 굴, 큰구슬우렁, 피뿔고둥, 주꾸미, 낙지 등이 수북히 쌓여 있다. 영종도에 내려 을왕리
로 가는 길에는 삼목도라는 작은 섬을 거쳐 나아가게 된다. 크고 유명한 두 섬 사이에 끼여 있
는 삼목도는 사람들의 뇌리에 잘 각인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영종도와 삼목도 사이의 갯벌은 염전
이 많았고 그 주변에는 드넓은 염생식물(아마 칠면초 군락) 서식지가 존재하였다. 훼리호 시간
에 맞추어 영종도 부두에 서 있던 버스는 제법 반듯한 영종도의 도로를 벗어나면 이 갯벌과 염
전 사이에 난 좁고 굽은 길을 따라 힘겹게 주행을 해야 한다. 맞은 편에 다른 차가 오면 좁은 길
에 만들어 놓은 차량 대기 도로에서 잠시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어떤 때는 이러기를 몇 차례 해
야 한다.
그리고 삼목도의 좁고 약간은 가파른 길을 거쳐 섬을 넘어서면 용유도와 일직선으로 연결된 연륙
교를 보게 된다. 좁지만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길에 접어들면 을왕리 해수욕장을 기대하고는 연륙
교 양쪽에 펼쳐진 너른 갯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느 서해 연안 섬들과 마찬가지
로 삼목도와 용유도 사이의 연륙교는 조류를 차단하고 유속을 완만하게 만들어 고운 퇴적물 입자
들을 쌓이게 해 펄갯벌을 형성시켰다. 당시만 하여도 펄갯벌이어서 갯벌 표면에 서식하는 생물
은 많지 않았고, 갯지렁이류 등이 우점하였다. 훨씬 오래 전에 영종도와 연결된 삼목도 갯벌도
이런 과정을 거쳐 내만 갯벌 형태가 조성되었으리라. 연륙교가 없었을 때에는 물살이 센 수로였
을 것이므로 삼목도와 용유도 양안은 모래갯벌이 발달하였을 것이다.

삼목도에도 갯벌이 있었다
차로 용유도를 처음 갔었던 약 1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무채색 이미지의 갯벌에 대한 편견
을 이곳에서부터 바꾸게 되었다. 칠면초 군락이 넓게 퍼져 있었던 삼목도 갯벌은 길에서 바라보
면 양쪽 모두가 붉은 갯벌의 장관을 연출하였고, 용유도로 가는 연육도 갯벌의 일부도 붉게 채색
되어 가고 있었다. 지금도 그 갯벌을 볼 수 있다면 온통 염생식물의 천지가 되었으리라. 삼목도
동쪽에 있었던 염전 주변 갯벌에는 유난히 게 구멍의 탑이 많았고 어떤 것은 약 50㎝나 되는 것
들도 있었다. 탑은 게 구멍 입구에 펄을 둥글게 만 벽돌(?)로 원통 기둥모양으로 만든 것을 말하
는데 수는 칠면초 만큼이나 많았다. 당시에는 집게다리가 억세고 몸이 통통한 게의 종류보다는
갯벌을 붉게 만든 식물의 존재에 놀랐다. 아마 그 게는 갈게나 방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때로
이 게는 탑의 꼭대기에 앉아 자신의 영토를 살펴보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갯벌의 새 이미지를 심어 주었던 삼목도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 자리에 인천 신국제
공항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항은 영종도의 서안과 용유도의 동안을 연결한 사각형으로 두
섬 사이에 있었던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았던 삼목도의 전체가 다 공항건설부지에 포함되었다.
1992년에 시작된 공사로 말미암아 약 1천4백만평의 갯벌이 소실되었다. 삼목도의 피해가 제일 컸
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한동안 영종도 공항으로 불렸다. 공항 부지는 앞의
세 섬 외에도 영종도의 서남단에 위치하는 작은 섬 신불도의 일부도 포함된다. 공사가 시작되자
신불도 남쪽 모래갯벌에 떼죽음을 당한 동죽껍데기의 모습은 마치 눈덮힌 갯벌과 같았다. 갯벌
에 그렇게 많은 양의 생물이 산다는 것도 그 때 알게 되었다. 또 영종도 갯벌(실제로는 영종도
주변 도서의 갯벌)은 철새의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흰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좀도요, 종
달도요, 삑삑도요, 청다리도요, 붉은발도요, 깍도요 등 도요과 새들이 많이 찾는다. 영종도 북쪽
에서 보면 왼쪽에 신도가 있고 맞은 편 멀리에는 강화도와 남단 갯벌이 보인다. 그러니 이 광활
한 조간대를 어찌 철새들이 찾지 않겠는가. 이제 이 새들이 찾지 않는다면 먹이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방해 때문이리라.

잊혀진 섬마을
삼목도에는 동쪽에 작은 마을이 있었고 낮지만 가파른 언덕을 넘으면 평지가 나타나고 가옥들이
보인다. 이 마을에서는 간혹 망둥어 낚시꾼들이 민박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향
해 좁은 소나무 사이 길을 조금 지나다 보면 연륙교를 만날 수 있다. 을왕리를 가다보면 강한 서
풍 계열의 바람을 피해 지어진 서해안지역의 농어민 주거공간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다. 사각형의 상자처럼 반듯하게 지어지는 요즈음의 해안지역의 집보다는 훨씬 자연성이 뛰어나
보였다. 길들은 마을 중심으로 지나거나 마을을 타고 도는 경우가 많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
는 해안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외딴 집들은 멀찌감치 보기도 한다. 아늑한 섬마을의 모습은 때론
다른 섬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불현듯 나타나는 상상 속의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상 속에
서도 삼목도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그저 갯벌과 함께 사라진 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이
제 잊혀져 가는 섬이 되어 버렸다.

간척·매립의 전성시대
우리는 당시에 이들 공항부지 조성지역의 어업보상조사의 일환으로 네 섬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
는 일을 하였다. 사진에 나타난 풍경과 다양한 형태의 해안 모습에 감명도 받고 놀라기도 했지
만 공항부지로 사라지는 갯벌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이 없었다. 갯벌에 대해서 그만큼 몰랐고 오
히려 새롭게 생길 국제공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가 충분하였기 때문이었다. 생물들의 떼죽
음에도 갯벌의 높은 생산력만이 생각났을 뿐 갯벌이 부양하는 사람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한 달에 보름만 일하면 생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갯벌에 고마움을 느끼고,
없어지는 갯벌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지만 국가가 하는 일이니 잘 되도록 해야한다
는 신불도 갯마을 아주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보상을 받을 수조차 없는 가난한 어민들도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을 이제사 새삼 실감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규모 간척·매립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이
후 간혹 큰 사업이 있었긴 하나 90년대처럼 대형 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십년 단위로 보면 1990년으로 오면서 간척의 수는 크게 줄었으나 간척의 면적은 훨씬 더
넓어졌다. 1990년대의 간척 면적이 약 4백㎢로 그 앞의 30년간의 간척 면적보다 넓다. 우리가 간
척의 모델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가 1980년대 이미 더 이상 대형 간척을 하지 않기로 하였으니 다
른 나라의 경향은 보는 사람과 목적에 따라 달라졌나 보다. 개발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나
라들은 간척과 매립을 충분히 할 만큼 하였으니 안 하는 것이고 그러니 우리도 그 수준이 될 때
까지는 간척을 해야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신공항건설 사업도 1990년대 대표적인 갯벌 매립사업
중에 하나가 된다.
용유도에 들어서면 오른쪽 해안에는 갈대밭이 있었고 대단위 군락을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꽤 넓
게 발달해 있었다. 갈대 외에도 갯질경, 지체 등 염생식물의 식생이 있었으며 식물체 주변에는
수많은 개체의 기수고둥이 마치 흩어져 있는 동물의 분비물처럼 보였다. 갈대가 있다는 것은 적
어도 지하에 담수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바깥으로는 칠면초가 있는데 그 면적이 점차 확대될 것
으로 보였으나 이젠 기억 속에 남겨 두어야 할 내용이다. 해안을 따라 돌면 넓은 모래해안과 얕
은 사구를 보게 된다. 덕교리 해안이다. 을왕리보다는 인기가 없지만 여름철이면 해수욕장이 된
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사구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와 갯메꽃, 해당화 등 바닷가 식물이 자라는
서식지는 훼손되지 않았었다. 섬의 서쪽에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은 전형적인 해변의 모래갯벌이
다. 그래서 걷기에 좋고 갯벌에서 각종 조개나 갯벌 표면에 사는 서해비단고둥, 왕좁쌀무늬고
둥, 동죽 등 갯벌에 사는 생물들을 쉽게 대할 수 있다. 좋은 갯벌교육장이 될 수 있는 좋은 조건
을 갖추었다. 이곳은 예전 같지 않은 수산자원과 새로 생기는 공항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
되는 지역의 정서가 남아 있다. 이제 서해안에서 자연적인 어촌 풍경과 환경을 접하려면 해안에
서 보다 멀리 떨어진 섬으로 가야 한다.

글·사진/제종길 jgje@kordi.re.kr
건국대학교 생물학과와 서울대학교 해양학과를 나와, 호주 디킨대학교에서 해양환경학으로 박사
후 과정을 이수하였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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