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행진은 계속된다./ 장지영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행진은 계속된다.

1996년 시화호 오염사건 이후 2000년은 새만금 갯벌살리기운동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해였다. 특히 7월에 있었던 환경연합 전국회원대회는 새만금 갯벌살리기의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하반기부터 조계사에서 진행된 33일 밤샘농성에는 인권·노동·교육·보건 의료단체는 물론 농민단체들도 새만금 간척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뿐만 아니라 종교계(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의 새만금 생명평화선언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생명파괴사업으로 규정하면서 범종교인의 대거 참여로 새만금 운동에 불을 붙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에 힘입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01년 새만금 간척사업 예산통과 저지활동은 결국 총 1천1백34억원 중 61억원만이 삭감되었으나 그 내재된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단일환경사안을 위해 국회예산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 활동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둘째, 예결위 국회의원 50명 중 과반수인 26명이 새만금 간척사업 2001년 예산책정 중지 건의문에 서명하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라나당의 김원웅 의원과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새만금 예산으로 인해 국회 본회의 역사상 환경사안으로 예산통과 여부를 놓고 표대결까지 간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국회의원 중 과반수인 1백86명이 찬성표를 던져 예산안은 통과되었으나 예상보다 훨씬 많은 38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14명은 기권으로 의사를 표시하였다.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김문수, 김성조, 오세훈, 전재희, 박혁규 의원 등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과 김홍신, 심규철, 심재철, 안영근, 원희룡 등 예결위에서 새만금사업을 반대했던 의원들이 반대표의 주축이 되었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박병석, 송석찬, 전용학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환경노동위원장인 유용태 의원과 이미경,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환경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의원들은 기권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제 2000년 활동을 기반으로 보다 힘있고, 강력한 활동이 준비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이다. 새만금 갯벌살리기운동에 참여했던 각 시민, 사회, 종교, 환경단체들이 이제는 범국민적 차원으로 이 운동을 승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조직적 기반을 바탕으로 2001년 운동방향은 첫째, 새만금 간척사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라북도 지역의 어민과 주민들을 직접 피해당사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계획이다. 둘째, 새만금 간척사업의 간접피해 당사자인 대전·충남권역과 전남권역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을 운동에 참여시켜 거대 개발사업의 피해가 사업이 진행되는 현장뿐만 아니라 주변지역까지 확대된다는 사실을 구체적 운동으로 정부에 보여줄 계획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질오염이 극심한 만경강 물을 희석시킬 목적으로충남권역의 금강 물을 거의 6억톤이나 끌어와야 하는데, 정부는 지금까지 한번도 대전·충남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의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금강 상류인 용담댐에서도 거의 5억톤에 가까운 물을 끌어올 계획이어서 합하면 10억톤이 넘게 된다. 그러면 금강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이로 인하여 금강수질이 급속히 악화되어 결국 대전·충남권역 주민들조차도 금강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 대전·충남권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만금 사업과 같이 불필요한 사업에 금강물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으며 대전·충남지역의 젖줄인 금강을 지키기 위해 대대적인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이미 발생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 사업은 전남권역의 어장피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새만금 지역이 하구갯벌로서 서해안에서도 중간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서해안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해양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남권역 주민들에게도 새만금 사업의 계속 추진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새만금 갯벌은 러시아와 알래스카에서 번식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월동하는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기착지점이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었던 골드만 환경상 역대수상자 모임에서 호주 상원의원 밥 브라운(Bob Brown)은 호주의 철새들이 새만금 간척사업 때문에 한국에 가서 죽게 될 것이라며,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운동을 호주에서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새만금 간척사업은 국내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로서 한국정부가 크게 망신당할 수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일본 등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간접피해당사국 NGO들과도 긴밀한 협력 프로그램을 가질 계획이다.

현재 총리실은 2월중에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계속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계속 추진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는 아무리 수질개선대책안을 마련해도 새만금호 농업용수 수질기준 유지가 불가능하다는의견을 총리실에 제출하였다. 해양수산부는 갯벌의 가치와 새만금 사업으로 일어날 해양생태계의 크나큰 변화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총리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새만금 사업에 대한 최종결정 권한이 총리실에 있다하더라도 막상 농림부를 제외한 관계부처인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사업 계속 추진
에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실은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을 파행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있으며,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방향으로 관계부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총리실은 새만금 사업 결정에 있어서 이미 신뢰를 잃었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에 대한 결정을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이관하여 대통령이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새만금 사업에 대한 계속 추진여부는 ‘국민투표’를 통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새만금 갯벌은 전라북도만의 것이 아니라 ‘공유수면’이라는 말 그대로 온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만금 간척사업은 온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장지영 jangjy@kfem.or.kr
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국 갯벌보전 담당

새만금 간척사업 백지화와 예산중단을 촉구하는 천주교여자수도자들의 호소문

“저는 모든 피조물을 보호하여야 할 중대한 의무를 상기시키기 위하여 가톨릭 교회 안에 있는 저의 형제 자매들에게 직접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하여 건강한 환경을 보전하려는 신앙인들의 투신은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에서 직접 뻗쳐나오는 것이며, 원죄와 본죄의 결과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그리고 그리스도께 구원을 받았다는 확신으로부터 직접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대한 존중은 또한 인간과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부름 받은 다른 모든 피조물들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무총리님과 국회의원님들.
저희 천주교 수녀들은 호소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간 저희들은 직접 간척 사업의 현장에 가서,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하여 새만금 갯벌 이야기를 경청해왔습니다. 이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성찰과 기도 끝에 저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라는 이 간척사업은 결코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아
닙니다. 그것은 세계적인 수치이며 생태계 파괴 작업이 분명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결코 전라북도 지역과 농업기반공사의 관심사로만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저희는 확신합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엄청난 돈은 온 국민이 낸 세금이니 온 국민의 입장에서 길고 넓은 안목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 간척으로 인해 바다생태계와 육지생태계 모두가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조사보고서 내용들은, 결국 그 피해를 우리 모두가 떠 안게 될 것임을 말해줍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철새들의 쉴 자리가 사라진다함은 이 문제가 곧 세계적인 논란거리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우리의 지구가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이 사실을 모두가 절박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점증하는 자연계의 황폐화는 자연 그 자체를 지배하는 질서와 조화의 요구, 감추어져 있지만 감지할 수 있는 그 요구를 무감각하게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간 오로지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려 질주해왔습니다. 그것만 해결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산이 잘려나가고, 농지 위에 러브호텔이 서고, 강물은 시커먼 폐수로 뒤덮이고, 공기는 오염되어 숨을 쉬는 것이 오히려 죽음을 들이마시는 환경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로부터 삶의 교훈과 참된 가치관을 배우지 못하고 여전히 생태계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곳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특히 저 묵묵한 새만금 갯벌과 그 갯벌에 꿈틀대는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 가는 소리를, 거기에 대대손손 의지하며 살아온 어민들의 허덕이는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것들이 앞으로 미칠 파괴적인 영향 때문에, 아무 대책 없이 서서히 같은 운명을 걷게 될지도 모를 다른 지역 생태계들의 조바심도 느낍니다. ‘땅은 메마르고 거기에 사는 모든 것이 찌들어간다. 들짐승과 공중의 새도 함께 야위고 바다의 고기는 씨가 말라 간다’(호세아 4,3)는 성서 말씀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명과 죽음을 넘나들고 있는 그 현장들은 참으로 시시각각 절박하건만, 뒤늦게 그를 목격하고 감지하고 있는 저희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고 죄스러움에 가슴을 칩니다. 우리들의 수도생활이란 과연 무엇이었던가, 생명과 평화의 가치 위에 우리 자신을 봉헌했건만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였던가 하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저희는 하느님께서 빚어놓으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31) 하신 창조계와 모든 생명체들의 존엄성을 변함없이 믿는 수도자들로서, 그 창조질서가 깨지고 하느님의 피조물들이 꺼져 가는 소리에 함께 아파하고자 합니다.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온 인류의 ‘반성과 행동’을 촉구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을 재삼 새기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무총리님과 국회의원님들.
저희들은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2001년도 예산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분명 다른 삶의 태도와 가치관으로 살아야 함을 웅변해 주십시오. 이제 무조건적인 개발,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와 물질주의를 중시하는 자세는 더 이상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농지가 중요하면 갯벌도 중요하고 농민이 소중하면 어민도 소중하다고 말해주십시오. 자연의 아름다움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누려야 하는 것이니, 우리 세대가 할 일이란 그것을 조화롭게 보전하는 데에 있지 마구잡이로 간섭하고 왜곡시키는 데 있지 않다고도 말입니다.

저희 천주교 수녀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반성과 행동’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 문제가 조화와 평화가 이뤄지는 사회로 가는데 아주 중요한 지렛대가 되고 있기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사회는 결코 생명에 대한 존중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생명 존중이 바로 모든 피조물의 보전이라는 사실을 경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의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베드로 후서 3,3)’

2000년 12월 14일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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