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 영흥갯벌-마음속의 섬은 현실의 다리가 생겨도 육지가 되지 않는다

우리갯벌 둘러보기/영흥갯벌

마음속의 섬은 현실의 다리가 생겨도 육지가 되지 않는다


섬은 육지인에게 파라다이스이자 환상의 도피처이지만 섬에 사는 사람들에겐 언젠가는 벗어나야
하는 고난의 공간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섬에 다리가 놓이는 것은 환상의 파괴이자 육지가 되는
소원의 성취가 되는 양면성을 가진다. 그러나 사람들 마음속의 섬은 현실의 다리가 생겨도 육지
가 되지 않는다. 작지만 소박한 공동체는 육지가 가져다 줄 환상은 느끼기도 전에 제어할 수 없
는 큰 힘으로 다가오는 육지의 힘에 의해 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영흥도에 그런 비유를 하는
것은 아직 이른 것일까? 영흥이라는 이름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될 당시 영(靈) 자를 가
진 한 고려 왕족이 이곳으로 와 살아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도 하는 섬이다. 목숨을 잃을 뻔
하였는데 가문을 유지시켰다는 뜻이 될까? 확인할 길은 없지만 예전에도 영흥도는 사람이 살기
좋은 여건을 가졌던 것 같다. 고전에도 이 섬은 수산물이 풍부하며, 산이 낮고 땅이 기름지다 하
였고 육지와도 가까웠으니 도피처로서는 그만인 셈이었다.

배다른 형제, 영흥도와 대부도
영흥도는 경기만 중부에 위치한 섬으로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경기 다도해에
있는 섬들은 두 개의 행정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다. 이곳은 행정구역이 수시로 바뀌었는데 경기도 부천군에서 옹진군으로, 다시 인천광역시 옹진
군으로 되었지만 본디 영흥도는 남양부 소속이었다. 남양부는 수원의 서쪽, 지금의 화성시청이
위치한 남양에 있었던 조선시청 지방행정 관청의 이름이다. 조선시대에 경기만의 섬들은 강화,
인천부, 남양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인천과 남양과의 거리로 구분하였던 것 같다. 영흥도에서
인천까지의 거리가 22킬로미터나 되지만 화성시 해안까지는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기 때
문에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남양반도에서부터 탄도, 선감도, 대부도, 선재도, 영흥
도로 이어지는 열도의 마지막에 위치하며 이들 섬 간에는 좁은 갯골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영
흥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나 같은 옹진군인 선재도를 거쳐 경기도 안산시의 대부도를 잇
는 연륙교 개통이 머지 않았다. 대부도까지의 거리는 두 연륙교의 길이 1.8킬로미터를 포함해서
채 3킬로미터가 되지 않는다.
지척에 있지만 영흥도와 대부도는 배다른 형제처럼 서로 다른 곳을 향하여 서 있는 것이다. 그
형제는 인위적으로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영흥화력발전소 건설로 육지와의 최단 교통로가 필요
하였고, 안산 대부도는 이미 육지와 방조제로 이어져 있었던 뒤라 나름대로는 가장 이상적인 육
로를 개설한 것이다. 이름이 크게 나지 않고 육지와 적당히 떨어져 있어 조용하던 이 섬이 발전
소 건설부지로 확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어가고 있다.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
고, 연륙이 되고 나서 개발 열기에 부응한 일부 사람들의 자연파괴가 잇따라 영흥도는 이전의 아
름답고 소박한 도서의 이미지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발전소와 연륙교가 가져
다 줄 개발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

바지락 부대가 수북히 쌓여 있던 영흥도 선착장
영흥도와 선재도는 경기만에서 바지락의 최대 산지였다. 그러니까 동쪽으로 돌출한 부위에 자리
했던 선착장이 있는 진두의 북쪽인 내리 해안과 선재도 일대가 바지락의 주 생산지였다. 두 섬
사이 좁은 수로를 지나는 빠르고 거센 물살은 자갈밭 갯벌을 만들었고, 굴이 붙으라고 던져 놓
은 돌멩이 주변에는 뻘들이 얕게 쌓여 있는 곳이었다. 뻘과 자갈이 섞인 퇴적물은 바지락이 선호
하는 곳이며 인근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유기물까지 적당히 쌓여 최고 바지락 산지를 조성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뭍으로 나갈 바지락 부대가 수북히 쌓여 있던 영흥도 선착장은 영흥도를 기억
해 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94년 시화호 방조제가 완공된 이후에 생
산량이 감소하고 폐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화호 탓으로 물길이 바뀐 것이 원인이라고 어민들
은 주장한다. 지척에 있던 큰 내만에 덜렁 막혀 버렸으니 해수의 이동방향과 규모가 바뀌는 것
은 당연하다.
섬의 해안선은 복잡하고 굴곡이 많지만 섬의 길이와 폭이 비슷하다. 해안이 놓인 방향이나 주변
지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갯벌이 발달해 있다. 선착장의 바로 남쪽, 즉 섬의 동쪽해안은 북쪽
과는 반대로 질퍽질퍽한 뻘 갯벌이 위치한다. E자형 내만을 이루고 있는데다가 돌출된 선착장지
역으로 인해 빠른 조류로부터 해안이 보호되어서이다. 현재 이 갯벌의 안쪽에는 간척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의 해안선은 섬의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이어진 골이 있었던 것으
로 보인다. 간척지는 농경지와 염전으로 이용되었다. 섬의 남쪽으로 나가서 서쪽으로 갈수록 모
래의 성분은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갯벌의 폭도 좁아진다. 정 남쪽에 있는 둥근 내만형 해안은 모
래성분이 많은 갯벌이었으나 화력발전소의 회처리장으로 만들어졌고 그 서쪽에 화력발전소가 지
어지고 있다.

외지인들의 무례한 출입을 반기지 않았던 곳
회처리장이 될 곳은 모래의 성분이 많은 갯벌이어서 이런 환경을 선호하는 종들이 서식하였는데
우점종은 동죽, 황해비단고둥, 침보석요령갯지렁이, 여러 종의 옆새우류가 우점하였다. 그러나
자갈이 많았던 내리 앞 갯벌에서는 바지락, 댕가리, 버들갯지렁이류 등으로 종 조성이 크게 다르
고 우점종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하니 뻘 갯벌에 서식하는 종들도 같을 리가 없다는 것을 쉽사
리 추정할 수 있다. 같은 모래갯벌이라 할지라도 퇴적물 조성과 주변의 지형에 따라 우점종이 다
를 수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서식조건으로부터 생물다양성이 다양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모든 지역의 생물상을 다 파악할 수는 없으므로 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의 다른 점은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으므로 지역간의 생물다양성의 크기를 서식지의 다양함으로 간접적인 비교를 할 수
는 있다.
서쪽 해안은 모래해안이 발달하고 절벽이 많아 동쪽해안에 비해 높은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 서
북풍이 강한 서해안에서는 바람과 파도에 깎여서 모래해안과 절벽을 형성한다. 동쪽 지형이 높았
던 이곳에는 자연 절벽이 생기고, 서해안 도서의 모래해안이 대개 서쪽을 향해 있는 것도 이 때
문이다. 서쪽해안의 일부 지역은 높은 절벽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도 있으나 경관은 아주 수려
하고 언덕에 올라서면 수려한 경기 다도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선경지명이 있어서인지 이
곳에 별장 같은 집을 이 언덕 위에 지은 사람도 있다. 좀더 북쪽으로 가면 지형은 평탄해지고,
장경이 지역의 해안과 북쪽의 십리포 해안은 해수욕장으로 사용될 정도로 모래갯벌이 넓고 곱게
펼쳐져 있다.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에 결코 못지 않았는데 왜 그 동안 이름이 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농업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영흥도 주민들은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한 노력
을 할 필요가 없었고, 외지인들의 무례한 출입을 그리 반기지 않았던 탓은 아닐까. 고려 왕족의
후예들이기 때문에?

예쁜 해안과 사구가 있었던 곳에 화력발전소
서해의 대부분 도서지방이 다 비슷하지만 마을은 섬의 내륙이나 동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서
쪽 바다를 바라보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드센 겨울 바람에 버텨내어야 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에
너지의 소비와 열악한 생산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시야는 이들에게 사
치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야가 멋있는 곳이 지가가 비싸지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섬사람들
이 싫어했던 거센 겨울 바람은 도시사람이 좋아하는 모래해안을 조성하였다. 그러니 이 가치를
알아내는 눈이 도시사람보다 뒤질 수밖에 없다.
영흥화력발전소가 지어지는 곳도 산자락과 맞물린 모래와 조개껍데기가 섞여 있던 예쁜 해안과
작은 사구가 있었던 곳이었지만 예쁘게 봐 주었던 이는 없었을 터이고, 그것이 발전소 건립에 걸
림돌이 되었을 리도 더더구나 없었다. 회처리장이 있었던 원형의 해안에는 해안가 식생이 잘 유
지되어 있었다. 어떤 식물이 살았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있다면 갯잔디와 사초류, 해당화가 무심
히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할 것이다. 발전소의 주장대로 회처리장이 안전하고 유출이 안된다
면 회처리장 외곽에 이들 식물의 식생대를 재생시키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발전소는 유연탄 화력발전소로 앞으로 총 12기 건설될 예정인데 그 때가 되면 영흥도는 발전단지
가 될 것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그 때가 되면 영흥도의 장래는 영흥도 사람들이
된 외지인들의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세상의 빛을 밝혀주는 전기가 때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갈등을 심어준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이 전기를 송전하는 송전탑은
시화호를 가로지르도록 되어 있어 시화호 지역 주민들과 또 다른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예전의
영흥도와 그 갯벌은 이제 다시 돌이킬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고,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서 다시
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글·사진/제종길 jgje@kordi.re.k
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33)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