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 나는 이래서 땅을 샀다-신두리 해안사구와의 특별한 만남

신두리 해안사구와의 특별한 만남



“저희 형님은 이 곳에 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돌아와서 집을 지키겠다고 하십니다.”
2001년 여름, <전국지리교사모임>에서 안동 내앞마을 의성 김씨 종가댁을 답사했을 때 그 댁 차
남이 한 말이다.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것,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통문화를 담고 있는 장소
인 종가집 고택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개발과 성장이 미덕이 돼버린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힘겨운
고투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얼마 후, 텔레비전 뉴스에서 내셔널트러스트라는 시민운동이 보도되는 것을 보았다. 영국에서
는 중세시대의 성들을 보존하기 위해 그 낡고 오래된 성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
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내셔널트러스트운동으로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자연 및 문화유산
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통해 매입하고 지속적으로 보전·관리한다는 내용이었다. 내앞마
을 고택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그 후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한국에서도 시
작되었다는 보도를 간접적으로 접하고 회원가입을 했다. 사실 내셔널트러스트 회원이 된 것은 신
두리 해안사구 때문이었다.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
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는 최대의 모래언덕이다. 지금은 많이 파괴돼 예전의 모습은 볼 수 없지
만 신두리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경이로운 자연경관에 가슴이 떨렸다고 한다. 나도
뒤늦게 <전국지리교사모임>의 답사로 신두리를 방문을 했으나 가슴떨림보다는 개발을 둘러싼 갈
등의 흔적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신두리의 모래언덕을 한 평씩 사보자고 (사)한국내셔널
트러스트가 제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2년 여름, 신두리에서 해안사구 지형과 생태계 보전
을 위한 환경캠프가 있었다. 우리는 해안사구 전문가의 인솔로 모래언덕의 비밀들을 하나씩 파헤
치며 그 곳의 가치를 확인해 나갔다. 시민단체의 활동이 처음인 나는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배
려, 그리고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의 가치로 인해 엉덩이가 자꾸 들썩거렸다. 그래서 <전국지리교사
모임>의 선생님들이 이 곳에서 지형·생태계 보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고, 학교 학생
들과도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자연으로부터 소외돼 있는 도시 학생들에게 신두리를 경이의 장소
로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보전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이
처음 시작되었던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으로 파괴된 도시 환경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당시 노동자들에게 도시에서 휴일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이는
도시 내 녹지나 공원 확보라는 구체적인 사안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24개국에서 각
국의 현실에 맞게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유산의 보전, 이는 곧 땅과 생명의 회복이다. 다양한 생물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땅은
우리의 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우리 삶은 많은 역사·문화적인 자취를 남기며 동시에
정체성을 나타내기에 문화유산보전운동이 꼭 필요하다. ‘자연환경과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삶의 터전 만들기’라는 내셔널트러스트의 운동방향은 내게 사회교과인 지리교사로서 정체성을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녹색삶’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소망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자연과 소통하고 역사·문화적 자취를 향유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이것이 다음 세
대에게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현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숲이 사라지고 초고층 빌딩
과 아파트만 가득 찬 도시, 모래는 없고 돌맹이만 뒹구는 해변, 사람은 걷지 못하고 자동차만 끝
없이 늘어선 길, 자연이 인간이란 종과 그들이 가진 기계문명만 남은 터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 올 일이다.

김희영 h5863@chollian.net
서울 난우중학교 교사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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