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 새만금을 둘러싼 거짓말들

새만금을 둘러싼 거짓말들



새만금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오래된 그 역사만큼이나 식언과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다. 적어
도 새만금과 관련해서는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로 입성한 노무현 대통령만
큼 가장 눈에 띄는 거짓말쟁이가 없을 것이다. 물론 사업추진의 주체가 되어온 농림부와 농업기
반공사(이하 농기공) 조직 보위 차원의 은폐와 여론 오도가 지금의 상황까지 몰고 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난무해온 거짓말과 사실 은폐 그리고 기만. 거기다 최근에는 대통령 지시와 부
처 정책간의 부조화까지 새만금의 미래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체 걷힐 기색이 없다.

나는 새만금 사업에 반대한 적은 없다?
해수부 장관 시절만 해도 노 대통령은 새만금에 관해 선구자적인 생태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
“갯벌은 종합 해양생태계의 보고이며 지구환경보호와 다음 세대를 위한 인류 공동자산으로 일
단 훼손되면 대체 및 복원이 곤란하다. 따라서 갯벌의 진정한 가치 등 지금까지 제기된 논란 요
소들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규명작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동 사업에 대한 국민
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새만금 사업의 추가시행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000년 10
월, 2001년 1월 국무총리실 제출 해수부 입장), “갯벌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해양수산부 장관
으로서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갯벌의 상실에 무조건 동조할 수는 없다. 새만금간척사업
은 누구누구의 이해관계가 얽혀서는 안 되는 문제다. 그야말로 인간의 지혜로서 파악하기 어려
운 자연의 섭리에 대해서 결정하는 것이고 그 결정이 가지고 올 결과를 본다면 우리는 너무 경솔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전북도민이 전부 바란다고 해서 그것이 뒤에 가서도 역시 전부 바라는 결
과가 될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전라북도 도민이 모두 바란다 해도 정부 관료로서
는 국민에게 해가 된다면 재고시키는 것이 옳다.”(2001년 3월 7일 전북 군산시청 방문시) “새
만금 사업을 시작할 때는 갯벌의 가치, 중요성, 효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상
승해 갯벌매립공사를 중단하고 오히려 복원하는 추세다.”(2001년 3월말 해수부 장관에서 물러
난 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퇴임 장관들과의 오찬 자리)
이 정도면 원칙과 소신으로 유명했던 그다운 발언인 데다 생태적인 관점도 시대를 앞서나가고 있
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매우 이례적인 그의 발언은 새만금 추진에 상당한 제동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새만금 결정 과정 그 절차에 문제를 지적했지, 반대한 적은 없다. 결정된 것은 흔들림 없
이 밀고 나가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새만금, 확실하게 밀겠다.”(2002년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전북 경선) 전북에 간 대통령 경선 후보의 말은 이렇게 바뀌었다. “장관 때 반대했으나 사
업이 결정났다. 장관 지낸 사람이 한번 결정된 일을 나는 반대했다며 계속 반대하고 다니면 나라
가 제대로 되겠느냐.”, “정부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으며 간척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2002
년 10월, 11월 대통령 선거 기간), “새만금 사업은 중단하지 않겠지만 휴경 보상을 하고 있는
농지 면적이 새만금의 몇 배가 되는 만큼 농지로 개발하는 데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2003
년 2월, 전북 국정토론회, 노무현 당선자) 이로써 애초의 사업목적인 농지조성이 처음으로 전면
부정되었고 이때부터 새만금 논란은 찬반측의 동상이몽을 낳으며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식량위기를 타개하라?
2001년 5월 25일 정부는 갯벌 파괴, 수질 오염, 경제성 불확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
지 못한 채 민관공동조사를 마무리하고, 식량안보 차원의 농지조성을 내세우며 사업을 강행했
다. 이후 100일만인 9월 4일 농림부(당시 한갑수 장관)는 2002년부터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휴
경보상제를 도입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사업강행 이전에 이미 쌀 과잉에 대한 대책을 세우
고 있었고 식량위기 타개를 위한 농지조성 운운은 사업지속을 위한 거짓 명분에 불과했던 것이
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 상황은 1996년 이후 연속 풍작과 지속적인 소비 감소 등으로 공급과 수
요 양면에서 모두 과잉 재고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002년 4월 농림부(당시 김동태 장관)는 적극적인 감산정책에 나서 2005년까지 13만헥타
르의 농경지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새만금 사업으로 10여년 후에 만들어질 농지는 2만8300헥타
르. 수지가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는 장사는 없다. 수조원을 투입해 도합 20년의 사업 끝에 어
렵사리 농지 하나 만들고 그전에 그 네 배가 넘는 원래 있던 논은 없앤다? 이 정도면 한 국가의
부처살림이 혼란을 넘어 착란의 수준에 달한 느낌이다.

공사 진척율 74퍼센트?
지난 5월 19일 현 농림부 김영진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만금 사업은 중단 또는 재검토
할 수 없으며 이미 1조4천억원이 투입돼 74퍼센트나 사업이 진척된 데다 내년이면 물막이 공사
가 완료되며 수해로 한 해만 농사를 망쳐도 700만석 이상의 쌀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 우량농지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농림부와 농기공의 새만금 공사 진척율 74퍼센트 주장은 방조제 공사 대비 진
척율에 불과하다. 현재 소요된 사업비는 1조4천억원 정도로, 1998년 감사원 추산 농지조성시 총
사업비 6조원에 비하면 전체 사업 진척율은 23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농림부와 농기공은 새만
금간척사업의 지속을 위해 공사가 대부분 진척된 것으로 국민을 오도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 일반
인들은 이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았다.

새만금갯벌은 이미 죽었고 방조제 앞면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된다? 방조제 막아도 갯벌 90퍼센
트 보전된다?
전북도는 최근 「새만금사업」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미 새만금갯벌은 죽었으며 오히려 새로운
갯벌이 빠르게 생성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강현욱 전북도지사 역시 “갯벌은 이미 90퍼센트 이
상 죽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를 “방조제를 다 쌓은 뒤에도 갑문
을 통해 해수를 유통시키면 90퍼센트 이상 갯벌보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농림부와 전북의 말
은 이렇게 다르고 모순 관계에 있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는 농림부의 갯벌 보전 가능 주장에 대해 “최근 조사에서 신시와 가력 2개
갑문만을 열어 놓는다면 전체 갯벌의 58퍼센트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됐다”며 반박했다. 지난 1
월에 작성됐다 최근 공개된 해수부의 「새만금갯벌에 대한 자료」에서도 신시 갑문 쪽 남은 구간
(2킬로미터)으로 해수를 유통시키면 조차가 10퍼센트 감소하고 만경수역 갯벌의 면적은 20~30퍼
센트 감소, 신시 갑문(300미터)만 열어둔다면 해수의 조차는 20퍼센트 이상 줄고, 만경수역 갯벌
은 40~50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전 교수의 말을 뒷받침한다. 또한 원래의 하구갯벌
은 0.1도 정도의 경사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방조제 경사로는 7∼9도로 오히려 침식이 일어날 조
건이며 강하구가 막혀 퇴적물 공급이 중단된다면 갯벌이 광범위하게 재생성되는 일은 있을 수 없
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새만금호 수질도 유지하고 그린벨트도 해제하고?
지난 6월 노 대통령의 담수호 조성 검토 지시에 따른 논란 중에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는 만경
강 상류지역인 전주권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다. 2001년 새만금 사업 재개 당시 만경강 유역 수
질개선을 위한 최소의 전제조건 중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이행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환경부
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담수호 조성 여부에도 개의치 않은 이번 조치는 건교부의 독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에 따르면 사업재개 결정 당시 논의된 7가지 시나리오 중 목표 호
수수질 4등급을 달성할 수 있는 대책은 하나도 없었다. 찬성측에서 시나리오 3은 시행가능하고
수질목표도 달성가능하다고 주장해 정부는 사업재개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 시나리오 3의 수질대
책에서 주요한 조건은 전주권 그린벨트 보전, 축산분뇨 완벽한 처리 등이나 그린벨트가 해제되
어 생업용 건축물의 신·증축, 제한적이지만 연립주택과 음식점, 세탁소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됐
다. 원안대로 해도 수질달성 여부는 극히 불투명했던 데다 이미 전제조건마저 이행 불가능해 수
질개선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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