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 당신들이 바다와 갯벌의 생리를 아요?

당신들이 바다와 갯벌의 생리를 아요?



지금 새만금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4호 방조제가 막힌 지 두 달, 법원의 공사 잠정중
단 결정이 내려진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갯벌과 바다의 급속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어
민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새만금을 둘러싸고 있는 세 지역, 군산 김제 부안의 어민들 이야기
를 들으러 떠났다.



늘어나는 민물, 달라지는 물때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는 서해 포구 김제 심포항. 만경강과 동진강이 바다로 흘러들며 합류하는
지점에 돌출한 곳이다. 새만금을 남북으로 볼 때 중앙에 놓여 있다. 오락가락하는 비로 습도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숨이 턱턱 막힌다. 바닷바람조차 후덥지근하다. “고기는 다 빠져나가고 없
고 패류는 한 20퍼센트는 죽어 부렀어요.” 바다로 낸 짤막한 방파제 끄트머리에서 만난 신영오
선장의 말은 이렇게 시작됐다. 4호 방조제가 막히자 바다 흐름이 정체되고 육수(민물)가 많아진
탓이라는 것이다. 민물이 많으면 염분농도는 떨어지게 되고 염도가 맞지 않으면 당연히 ‘갯것’
들은 살 수가 없다. 또한 물고기들의 산란장인 하구갯벌이 영향을 받으면 물고기는 줄어들 수밖
에 없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의 주용기 집행위원장은 “최근 4
호 방조제 내해와 외해의 염도를 측정한 결과 각각 34퍼밀리(‰)와 25퍼밀리로 그 차이가 9퍼밀
리로 나타났다. 해양생물의 서식 염분농도 범위는 33퍼밀리 내외로 27퍼밀리 이하로 내려가면 생
물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폐사로 이어진다. 특히 패류는 저염분에 매우 약하다”고 설명했
다.
요즘 주민들의 체감 물때는 조석표와 달리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현재 33킬
로미터 전체 방조제 구간 중 개방되어 있는 2.7킬로미터 구간을 통해서만 해수가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긴 구간인 새만금 북쪽의 4호 방조제가 막힘으로써 물때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
는 셈이다.
여기는 군산 하제항, 비수기라 그런지 물때가 아직 일러서 그런지 뙤약볕 아래 축축 늘어진 배들
만이 메마른 갯벌 위에 뎅그러니 놓여 있다. 오후 4시에 배를 타기로 했는데 5시가 다 되어가는
데도 아직 물이 별로 들질 않았다. “한 일곱시나 되야 띄울라나 모르것네. 요즘 물이 늦게 차
서.” 하제 청년회장 홍상기씨의 푸념이다. 요즘 하제에서는 가까운 4공구 쪽으로 배를 내지 않
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새만금 내해에서 가장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곳이 바로 4호 방조제 내만이다.

시커멓게 썩어가는 갯벌, 푸르죽죽한 녹조 갯벌
새만금은 원래 하구갯벌이자 모래갯벌로 이곳에서 물고기가 자라고 패류가 서식해 왔다. 그러나
이제 뭍에 가까워질수록 완만해지는 해수 흐름은 많은 토사를 쌓아놓아 죽뻘로 변해가는 곳이 점
차 늘고 있다. “요즘 생합을 캐다보면 뻘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혀.” 신 선장의 말이다.
심포리 김오봉 이장의 배를 타고 나간 우리는 먼 바다 조개채취 작업을 취재하고 심포와 이웃한
거전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시간여를 걸어나와야 하는 길, 보
상 이후 주민들의 배타적 어업권이 없는 이곳엔 휴가철을 맞은 외지인들이 숱하게 찾아들고 형형
색색의 사람들이 저마다 갈쿠리를 들고 조개를 뒤져내고 있다. 맨발로 걸어나오던 길, 발 밑에
밟히던 단단한 모래갯벌은 어느 샌가 기분 나쁜 촉감의 죽뻘로 바뀌어 있었고 하수구에서나 날
법한 완연한 수채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폐사한 조개껍질들은 허옇게 널려 있
고 멀리서 보면 마치 풀밭처럼 보이는 푸르죽죽한 갯벌도 나타난다. 이미 부영양화가 일어나 녹
조류가 뒤덮은 지역이다. 그만큼 오염물질이 정화되지 못하고 쌓여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표였
다. 당연히 이곳에서는 생합이나 꼬막을 찾아볼 수 없다. 뻘이 썩어 들어가는 현상은 김제 지역
만이 아니라 새만금 북쪽의 군산, 남쪽의 부안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4공구 물막이 이후 가장 심한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곳이 군산 내초도다. 이곳에서는 어업
과 관련된 모든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버렸다. 그만큼 갯벌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뻘이 질
컥질컥거려서 큰 바다까지 나가야 혀요, 요즘은. 경운기가 다니던 단단한 길 위로도 20∼30센티
미터씩 뻘이 쌓여 이제 사람 다니기도 힘들어요.” 경운기를 타고 작업을 나갔다 오후 5시가 넘
어 막 돌아온 내초리 이성숙 부녀회장의 한숨 섞인 말이다. 조개 채취는 배나 경운기를 이용해
서 나가는데 이곳 내초에서는 경운기 작업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4호 방조제 깊숙한 내만에 위
치한 탓에 해수 흐름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갯벌의 변화가 제일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
다. 따라서 내초도 주민들의 어려움은 이래저래 더 클 수밖에 없다. 멀리 나가야 하는데 경운기
도 이제 다니기 어려울 지경이다.
부안의 계화리 갯벌도 마찬가지다. 계화리의 한 부녀회장은 “4공구 물막이 이후 배를 타고 나가
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경운기 삯은 삼천원, 배삯은 만원이지만 이젠 멀리 나가야 많이 할 수
있응께”라며 근황을 일러준다.

새끼조개가 늘어난다?
한편 갯벌 일부지역에서는 생합의 새끼조개(종패)들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포리의 신 선장부터 계화리 순덕이 어머니, 어선업협의회 이의정 회장 등이 약속이나 한 듯 이구
동성으로 이를 증언하고 있어 최근 패류의 변화양상을 잘 알려주고 있다. “계화 간척지 만들 때
도 그랬어. 그때도 바지락이 확 늘어났다가 갑자기 다 사라졌어. 새만금도 환경이 변한께 마지막
으로 새끼 까느라고 그러는 것이제. 근데 이게 오래 안 가.”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온 순덕
이 어머니의 체험담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제종길 박사는 이런 사례가 “천수만에서도 있었고
새만금에서도 그간 큰 변화를 겪을 때마다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주 위원장도 일본
이사하야 만 간척 때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제 박사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새끼
나 어미 중 변화한 환경에 착지 조건이 맞으면 일시적으로 대량 증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
만 “단기적으로 주민들에게 이득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
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의 양상도 “담수화나 오염의 진전 정도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일 것”으
로 예측했다.

“올 겨울까지라도 해 먹을란가 모르겠네”
뭐니뭐니해도 주민들이 가장 민감한 것은 갯벌과 바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변화다. 이런
점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는 곳은 역시 4호 방조제 내만에 위치한 군산 내초도다.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특산물은 맛조개. “오늘 20키로도 못 했는데 이전에 잘 하는 사람은 40
∼50키로 정도 했었어요. 지금 비수기라 값이 올라 키로당 1700원에서 3천원 정도 되긴 했지만
그래도 수입은 예전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이성숙 부녀회장의 넋두리다. “뻘이 시커멓게 썩
어 냄새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라는 이 부녀회장은 “이전에는 생합, 모시조개, 바지
락, 안 나는 게 없었는데, 요즘은 좀 더 깊숙한 곳에 사는 맛조개만 남았어요. 그것도 올 겨울까
지라도 해 먹을란가 모르것네”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내초도 교회 임춘희 목사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의 하루 일인당 최대 채취량이 50킬로그램까지 나
가던 것이 요즘 최소 10킬로그램까지 줄어 이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작업시간
도 이전에 비해 한시간 가량 줄었다. 물이 늦게 빠지고 빨리 차는 탓이다. 수지가 맞지 않는 경
운기 운행도 줄어들어 하루 일고여덟대 나가던 것이 요즘 서너대 밖에 나가질 않는다.
이곳엔 지금 125가구 35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중 5∼6가구 정도만 농업에 종사하고 나
머지 대부분은 어업이다.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삼아 이곳 사람들은 아이들을 낳고 학교엘 보
내고 시집장가 보냈다. 2∼3년 전만 해도 이곳에선 ‘게으른 것들이 돈 빌리러 다닌다’고 했었
다.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충분히 벌었기 때문이다. 갯벌에만 나가면 여자들도 하루 5시간,
5만원씩, 한 달에 20일만 해도 100만원씩은 손에 쥐었다. 요즘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떠날 사람
들은 이미 떠났다. 요즘 갯벌 수입이 줄어들자 일용직으로 인근 공장이나 공사터로 향하는 동네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올 겨울까지 조개를 잡을 수 있을까. 사람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
하다.
거동 불편한 사람도 1년에 천만원 이상 벌었는데 그 일년치 벌이도 안 되는 900만원 돈을 동네
사람들이 보상금이라고 받아든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갯벌이 어떻게 되는 건
지. 우롱 당하는 주민들만 바보인가. 양식어업이나 하던 사람들은 큰 돈 쥐고 이미 떠났다. 하지
만 대부분의 맨손어업, 영세어업자들은 다들 푼돈 나눠 받다가 보상금은 끝나버렸다. 당연히 불
만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부안 계화리 주민들 상황은 내초보다 조금 낫다. 그래도 아직 하루벌이 4∼5만원선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요즘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하고 더 빨리 손을 놀려야 한
다. “사람들 마음이 다급해져서 그런지, 나갈 때는 물이 왜 빨리 안 싸냐 하고, 들어올 때는 물
이 빨리 들어버릴까봐 급하게 들어와 버려요. 예전에 비해서 한 시간 반 정도 늦게 나가고 한 시
간 반 정도 일찍 들어오는 것이여.” 계화리 부녀회장의 이 말은 변화된 물때와 갯벌의 상황을
말해 준다. 어선업협의회 이 회장은 “예전 이맘 때면 개불이 많이 날 땐데 지금은 찾아 볼 수
가 없고 꽃게도 지금이 철인데 한 10분의 1정도 밖에 잡히질 않는다”며 어자원 감소에 따른 어
려움을 호소했다. 밤이면 예전에 개우렁(소라) 잡이도 만만찮은 벌이였는데 요즘은 타산이 맞질
않아 안 나간지 오래됐다고 했다. 연간 1억이 훨씬 넘는 수익을 올리던 이 회장은 앞으로 2∼3천
만원으로 줄어들 수입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군산 하제항을 중심으로 한 700가구가 연간 50억 이상의 수익을 올려왔다는 하제 이호근 어촌계
장의 말 대로라면 이곳 어민들의 평균 연간수입은 7천만원 이상이다. 그 중 배도 있고 수완이 있
는 사람이라면 1억 기천만원의 수익은 너끈히 올렸을 법하다. 김제 심포나 거전의 상황도 계화리
와 비슷하다. 큰민가섬 근처 갯벌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거전 사는 한 70대 할머니는 “아직
은 할만 허요. 하루 한 5∼6만원씩은 헌께”라며 다시 고개를 아래로 묻는다. 거전갯벌에서 생합
과 꼬막을 잡아나오던 다른 할머니와 아주머니들도 아직은 예전처럼 잡는다고 했다. 대신 더 멀
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더 빨리…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
지난 7월 15일 부안, 김제, 군산 세 지역의 어민 대표들은 탄원서를 들고 청와대 앞으로 모였
다. 이들은 △4공구 방조제를 유통시켜 줄 것 △마지막 숨통인 2공구, 6공구 방조제 공사계획을
철회할 것 △대책없는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어민생존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 주
민들의 염원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공사 중단 판결에 대해 희망을 걸고 있는 주민
들도 있었지만 다수의 주민들은 이에 대해 절반도 되지 않는 기대를 걸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
큼 정부도 신뢰하지 못하고 앞으로 있을 법원의 최종 판결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요
즘 계화, 심포, 하제 등지에서 출항하는 어민들의 목격담도 이들의 체념을 더해주고 있다. 아직
뚫려 있는 구간에서 전진공사를 몰래 하곤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원 결정에 따라 보강공사 외
에 일체 공사는 중지되어야 한다. 공사 진행에 대한 어민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하제의 이 계장
은 “2공구, 6공구를 막는 공사를 한다면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계화의 이 회
장도 “공사를 또 그렇게 계속한다면 어민들이 움직여야지”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지난 7월 22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새만금 지역을 ‘해수유통을 전제로 매립면허 변경
을 통한 산업·연구·관광단지로 조성’키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8월 7일 신임 농림부 허상
만 장관은 ‘새만금 사업의 기본목표는 농업용지’라고 다시 밝혀 국무회의 내용과는 배치되고
있다.
신 선장의 말대로 “바다와 갯벌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논의에 논의를 이어가는 동안 바다
와 갯벌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그래도 올 가을엔 20만 마리의 철새들이 다시 찾아들 것이다. 그
러나 내년에 또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해 갯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먹을 것 없는 썩은 땅이 된다면 새들도 이곳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고 주민들도 떠날 것이
다. 죽음의 땅엔 아무 생명도 깃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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