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 새만금 사업의 대안은 존재할 수 있는가?

전북의 새만금간척사업은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면서 여러 가지 시사점과 고민거리를 던져준 중요한 사건이다. 이전에도 소위 국책사업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절차상 혹은 내용상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된 적은 있었지만, 새만금만큼이나 직접적이고 또한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경우는 별로 없었다. 예전의 국책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있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의 단순한 구도로 진행되었다면, 10년 이상 진행되어온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와 이에 관한 각 경제주체들의 대응양상은 앞으로도 풀어야 할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새만금 사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


새만금 사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지역발전 특히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지역개발과 국책사업이 어떠한 담론을 통해서 연계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새만금간척사업은 ‘전북의 자존심’이라는 표현을 타고 지역발전에 반대하는 세력과 지역주민 사이의 갈등 양상으로 나타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새만금 대안’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새만금의 원사업이 ‘농지확보’를 위한 농림부의 안이라고 전제할 때, 여기에서 파생된 사업전환은 크게 보면 새만금갯벌에 관한 서로 다른 시각차에서부터 유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북도를 중심으로 유포된 ‘전환 이용설’은 새만금갯벌을 일단 매립한 다음에 도시, 공업단지 혹은 대규모 허브 항만 등으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잠정적 전북도의 활용안은 실
정법상 국책사업의 절차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논의된 바는 없고, 다만 전북도의 잠정적 방향 정도의 수준에서 급속하게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유포되었다. 물론 이렇게 원 활용방안 외에 별도의 개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업 논의 초기부터 존재했던 논의들이다.

반면에 새만금 대안 논의는 새만금갯벌이 가지고 있는 ‘미실현 가치’를 인정하여 갯벌 생태계를 보존한 상태에서 전북과 새만금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관한 논의이다. 어쨌든 이러한 방식의 논의를 최초로 연 것은 건축가인 김석철 교수의 바다도시안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 방조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위성도시를 건설하고, 이를 서해안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김석철 교수의 제안은 전북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갯벌을 보존하는 첫 번째 논의를 연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실현가능성이다. 김석철 교수가 모델로 제시한 베네치아의 해상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 등을 고려할 때 인위적인 조성이 가질 수밖에 없던 문제 등으로 김석철 교수의 제안은 더 이상 발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후 이러한 배경하에서 오철환 교수 등 전북대 연구팀과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의 풍력 발전대안 등이 계속해서 발표된다. 이러한 대안들은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새만금 대안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새만금 부분간척 대안


전북대 오창환 교수 등이 새만금에 대하여 제시한 대안(이하 전북대 안)은 기본적으로 새만금갯벌의 부분간척과 인근 지역에 대한 개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대 안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새만금 사업에 관한 예산 흐름과 전북지역 개발의 시기성의 문제에 대한 다른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새만금 개발 원안은 향후 10년간 1조7천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렇게 10년 동안 단순 매립만 진행하게 되는 경우, 이는 전북의 개발 자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전북의 경제적 낙후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조기에 완공하고 또한 새만금 인근 지역의 개발계획을 조기에 집행하는 것이 실질적이라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전북대 안의 골격은 기존의 방조제를 허무는 대신 몇 군데 물길을 열어 새만금갯벌을 살리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때 갑문 대신에 교량을 건설하는 것으로 기존의 계획이 가지고 있는 교통 부문의 기능으로 방조제를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갯벌에 대한 부분간척 제안이다. 간척예정지 2만8300헥타르에 대한 간척을 축소하여 4천헥타르 정도로 규모를 줄이고, 이렇게 축소조성된 용지를 기존의 농업용지 대신 일부분을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자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또한 이렇게 축소된 간척규모와 함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담수호 조성을 포기하면서 새만금갯벌은 전체적으로 80퍼센트 정도가 보존되게 된다.

이러한 축소개발을 통한 새만금갯벌의 보존과 함께 추진될 수 있는 것으로 제안된 것은 보존된 갯벌의 공원과 방조제 안쪽 바다에 일종의 공동어장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또한 방조제와 연결된 고군산지역을 바다공원으로 조성하여, 일종의 관광단지를 형성하자는 방안이 전북대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대안의 경우 산업용지 조성을 위하여 필요한 1조 3천여억원을 포함하여 향후 2조원 정도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전북대 안의 경우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은 과연 부분간척으로 매립되는 용지에 복합산업단지 조성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와 군장산업단지 등 현재에도 전북을 포함해서 아직 활용되지 않은 산업단지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과연 매립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의 상당 부분을 살리면서 현실적인 지역 투자액을 줄이지 않을 수 있는 장기적 실행방안이라는 측면에서 논의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이미 인지도를 높인 새만금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풍력단지 및 산업화 대안


이필렬 교수에 의해서 처음 제안된 풍력단지안은 새만금 지역 특히 방조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물리적 조건에 대한 고려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체제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 전환의 관점에서 전북 발전의 대안들이 제시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33킬로미터에 달하는 새만금 방조제는 290미터의 폭을 가지고 건설되고 있다. 만약 새만금갯벌을 보존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미 건설된 방조제의 처리 문제가 기술적으로 상당히 곤란한 문제로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제거 비용 자체도 여러 가지 논란거리였다. 풍력단지는 이러한 새만금방조제 자체를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경우처럼 일종의 풍력단지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새만금 지역이 현재 대규모의 풍력발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 대관령 다음으로 풍속이 우수한 곳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풍력이 초속 5미터(5m/sec) 정도가 나올 때 기본적인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육지보다 더 바다 쪽으로 나가있는 새만금 방조제의 경우 초속 6미터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500킬로와트급(날개지름 약 70미터, 기둥높이 약 100미터) 정도의 풍력발전기를 이 방조제에 설치하는 것으로 계산하는 경우, 약 164개가 설치 가능하며, 360메가와트 정도의 발전이 가능하다. 총 예산은 3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러한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는 경우 군장산업단지 등 인근에 별도의 풍력발전기기 설비공장 건설 자체가 가능하며, 특히 풍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의 예상 수요를 전제로 전북 자체를 동북아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너지 단지는 갯벌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가 과연 풍력발전을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술력 단계에 있는가의 문제와 전통적인 핵발전과 화력발전 체계에 비해서 풍력발전이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의 경제성 문제 등이 많이 제기되었다.
한편 풍력발전에 관한 논의의 연장선 속에서 시화호에서 시도되고 있는 조력발전을 새만금에 응용하려는 또 다른 논의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 대안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바다도시를 위한 김석철 교수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새만금 대안 논의는 몇 가지 아쉬움과 함께 또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절차에서 어쨌든 지역주민들의 의사나 지역발전전략과의 연계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애당초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제안 자체가 지역 상황과 연계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농지개발이라는 당초의 계획 자체가 처음부터 지역주민의 의사나 지역전략과는 무관했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북대 안은 나름대로 앞으로의 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법원에서의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한 행정소송의 결과를 둘러싼 일련의 흐름은 앞으로의 새만금 대안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이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위도의 핵폐기장 건설과 함께 정부측에서 준비하고 있는 일련의 패키지 개발방안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새만금 대안의 논의와 함께 맞물려 나갈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장의 재편을 둘러싼 핵발전과 재생가능에너지 사이의 발전원 간의 선택의 문제 역시 이러한 대안 논의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갯벌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보전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된 국책사업의 하나이며, 무엇보다도 ‘비가역성’이라는 특징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일단 훼손된 갯벌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장기간에 걸친 검토에 의해서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만금 4호 방조제가 막힌 이후로 급격하게 갯벌의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진단은 어떠한 방식으로 새만금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한 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밀어붙이기식 농지확보라는 불투명한 국책사업 대신 지역 균등발전과 환경보전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제안된 여러 가지 제안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구성요소들의 결합과 또 다른 방안의 제시 속에서 어쨌든 지금의 개발방안보다는 훨씬 좋은 방안이 가능할 수 있다.
새만금이라는 하구갯벌의 산란기능과 같이 평가받지 않은 기능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라는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체계적이며 투명한 논의와 합의구조 확보라는 또 다른 수확이 새만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대한 치유과정에서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석훈 binari@greens.or.kr
경제학 박사, 한국생태경제연구회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3)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