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 새만금 갯벌아, 꼭 살아남거라

새만금 갯벌아, 꼭 살아남거라


며칠 동안 갯벌에 가지 못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잠시 갯벌에 들어가든, 하염없이 갯벌을 바
라보든, 갯벌에서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든, 아니면 어민들의 분주한 삶이라도 보기 위해서 가야
직성이 풀린다.
올 추석 즈음, 다시 갯벌을 찾았다. 갯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전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새들로 분주하기 짝이 없다. ‘삐익, 쫑쫑쫑…’ 소리를 내며 갯벌 위를
무리지어 맘껏 날아다니고 있다. 저 멀리 북쪽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다음 목적지로 떠나기 전 어
미와 새끼가 어울려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하지만 그들의 휴식처이자 먹이 공급처
인 이 갯벌이 만약 사라진다면 과연 번식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이 광경이
단순히 아름다움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들을 찾아나설 때마다 애써 감추던 설레임과 즐거움을 다시는 맛보
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제 가을빛 노을이 짙어가면서 갯벌의 황혼은 장엄하다 못해 숙연하다.
너무 아름다워 차라리 애잔하고 구슬픈 갯벌. 갯벌과 갯벌 생명들이 살아남기를, 희망을 갖고 고
대하지만 공사는 계속된다. 요즘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기도수행 삼보일배가 진행되는 도중, 방조제 공사는 오히려 급속
히 추진되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삼보일배가 끝나고 공사현장을 확인하러 갔던 지난 6월 9일 나
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구간이 불과 4미터 가량밖에 남지 않
은 것이다. 2주전만 하더라도 1킬로미터 이상 트인 곳으로 바닷물이 흐르던 것을 보았는데… 현
지 공사관계자 말로는 단 10일만에 완료한 것이라 했다. 비디오로 현장을 찍으며 서글픔에 눈물
이 앞을 가렸다. 더 일찍 오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몰래 공사를 진행시켜온 정부와
건설업체에 대한 분노가 밀려왔다. 지금도 가끔씩 그때 기억이 되살아나곤 해 서글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뒤늦게 달려온 사람들과 트럭과 포크레인을 가로막았지만 이튿날 4공구 물막
이 공사는 완료됐다. 폭언과 폭행, 부상과 실신, 이렇게 복마전 같은 3일이 지나갔다. 이 사태
로 대우건설측은 공사방해로 인한 손해를 들어 우리를 고발했고, 나를 포함한 11명은 <새만금추
진협의회> 편영수 사무총장을 물품파손과 폭행으로, 군산경찰서장을 직무유기로 각각 고발했다.
현재까지 수사중이란다.
4공구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면서 새만금갯벌의 변화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민들 대부분
의 의견이 “잡히는 양과 생물종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생합을 잡던 사람들이 동
죽을 잡질 않나, 생합 종패들이 특정지역에 집단적으로 서식하질 않나, 염도가 낮아져 생합 껍질
이 검정색으로 변하질 않나,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갯벌과 갯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생명체
들, 그리고 어민들에게 지금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7월 중순 법원의 공사 잠정중단 결정이 내려지고 아직 물막이가 진행되지 않는 2.7킬로미터 구간
을 뺀 나머지 지역에 대한 보강공사만 허용됐다. 하지만 뚫려있는 구간에서 전진공사가 몰래 진
행되고 있다는 어민들의 제보가 계속 이어졌다. 몇 차례 공사현장을 찾으면서 제보는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던 8월 23일, 다시 현장확인에 나선 날, 마침내 카메라에 공사현장을 담
았고 이들을 불법공사로 고발했다. 현재 터진 구간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일들을 수시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법원으로부터 공사현장 감시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인 현장 감시와
갯벌 조사, 어민들과의 교류 등이 지속되어야 한다. 현장의 활동은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여
러 가지 활동 중에서도 절대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나는 이것이 새만금갯벌을 찾는 도요물떼새
와 갯벌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만
금 갯벌아, 꼭 살아남거라.

주용기 juyki@hanmail.net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 상임집행위원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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