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 위기의 우리 갯벌

우리는 지난날 영화관에서 누구나 영화상영 이전의 독특한 절차를 경험한 적이 있다. 무성영화시 대의 연사를 떠올리게 하는 아나운서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당시 사회적으로 주요한 문제 를 홍보하던 이른바 ‘국정홍보프로그램’인 ‘대한늬우스’를 관람했던 일이다. 이제 기억 속 에 남아 하나의 흑백사진이 돼버렸지만 그 당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장면은 작달막한 키에 검은 색 롱코트를 입은 대통령이 군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발 파스위치를 누름과 동시에 먼 곳에서 폭발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흰색 연기의 기둥들이 하늘로 치 솟는 장면이 이어지면 필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광대 같은 아나운서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이제 불모지(?)였던 이곳의 갯벌이 옥토로 바뀌는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공사 가 완공되는 오는 ○○년이면 우리나라의 지도가 바뀔 것입니다…”라고. 정치놀음에 파괴되어 온 갯벌 “불모지였던 갯벌이…” 이 말이 주는 의미를 되새길라치면 무식한 당시의 위정자들을 떠올리 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무지몽매한 정치인들에 의해 생명의 땅이며 소중한 자원인 갯벌 을 무자비하게 파괴해 왔던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제도 도입이후 지방재정증대와 뒷주머니-X파일에 혈안이 된 지방정치인들은 앞다투 어 해안도로의 개설과 횟집단지, 모텔, 노래방 등의 개발을 부추겨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서· 남해안을 따라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살아가는 왕복성 생물들의 생태가 단절됐다. 더욱이 모래해 변의 경우 대부분 특별법이나 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을 통해 위락단지나 상가가 조성됨으로써 사 구기능이 단절되어 인근 갯벌의 퇴적상황이 급격히 변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피해지역 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곳은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이다. 안면도의 경우 외해와 직접 맞닿은 퇴적조 건을 가지고 있어 서해에서 모래갯벌이 가장 잘 발달한 지역이다.
 
따라서 모래환경을 좋아하는 생물들이 다양하게 살고 있는 안면도는 황금어장이라는 나름의 공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도 세계꽃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외국관광객을 상대할 마땅한 숙소가 없다는 이유로 우 리나라에서 유일한 ‘연안국립공원지역’에 포크레인의 무자비한 삽날을 들이대 서해연안에서 가 장 규모가 큰 콘도휴양지를 조성했다. 또한 이 콘도의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해안사구를 잘라 도로를 개설했으며 행사장을 만든다고 수천 년 축적돼온 모래창고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그 결과 겨울에 쌓이고 여름에 깎이는 이른바 동적하실(冬積夏失)의 모래창고기능이 상실돼 현재 꽃 지해안은 돌 투성이의 삭막한 해변으로 바뀌었다.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있는 갯벌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세월 우리의 해안은 이런 유형의 정치적 이유로 무분별하게 파괴되어왔 다. 1998년 해양수산부가 인공위성자료를 판독해 만든 보고서에 의하면 1987년에 비해 약 25퍼센 트의 면적이 감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의 갯벌면적을 공식적으로 약 2393평 방킬로미터로 발표한 것과 최근 10년간 매립으로 사라진 면적이 약 810.5평방킬로미터인 것을 감 안해 본다면 적어도 우리의 갯벌면적은 3200평방킬로미터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갯벌면적을 지역별로 나누어보면 인천, 경기지역은 약 35퍼센트, 충남지역은 약 13퍼센트, 전북 지역은 약 5퍼센트, 전남지역은 약 44퍼센트 그리고 경남, 부산지역이 약 3퍼센트를 차지한다. 지역별 대표적인 매립공사를 살펴보면 인천지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인천공항매립공사로 매년 가을 붉은 칠면초와 나문재들의 향연을 볼 수 없게 됐다. 경기도의 경우는 시화호 매립으 로 죽음의 땅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시화호의 매립으로 인해 세계인들에게 한 국은 환경파괴국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근까지 건강한 갯벌로 가족체험탐사가 이루어졌던 화옹지구가 공사완료와 함께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이와 같은 갯벌매립공사는 충청남도의 천수만과 대호지구 그리고 전라남 도의 영산강에서 이미 옥토의 갯벌을 쓸모 없는 농지로 전락시켜 버렸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하고 있는 ‘휴경농지보상제’를 감안해 볼 때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를 알 수 있다. 더욱이 한심 한 것은 이렇게 엄청난 사회비용을 물고있는 간척사업을 새만금에서 아직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의 부당성은 이미 환경단체,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심지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보고서에서도 경제성이 없으며 대규모환경파괴라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 지 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음모와 정부투자기관의 조직이기주의가 무대의 뒤에 숨어 끊임없이 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숨은 세력들은 한발 더 나아가 새만 금사업의 이야기조차 사회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경계한 나머지 언론사나 방송사에 새만금 관련기사나 방송프로그램을 자제해 줄 것을 공식·비공식으로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2001년 정 부의 공사강행결정으로 새만금에는 다시 공사가 재기되었고 이를 지켜보다 못한 지역단체와 환경 단체들은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새만금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삼보일배의 고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 결과 새만금은 다시 여론의 중심에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불리해진 여론으 로 다급해진 농업기반공사는 군산 쪽의 제4공구 물막이공사를 24시간 철야작업으로 몰아붙여 공기보다도 4∼5개월을 앞당겨 지난 2003년 6월 10일 물길을 막아버렸다. 이로써 새만금 내의 물길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 이른바 ‘해수끊김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그 결과 약 2개월이 경과한 지난 8월부터 계화도의 살금갯벌을 중심으로 담수녹조류인 붓뚜껑말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녹조류가 서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이 지역의 생태가 해양에서 육지환경으로 바뀌 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현지조사결과 붓뚜껑말의 서식지에는 이미 갯벌생물들의 죽음이 시작됐으며 이동성이 적거나 적응력이 떨어지는 생물들이 먼저 죽어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모 래갯벌을 상징하는 서해비단고둥들이 집단으로 폐사했으며 약 10∼20센티미터 깊이에서 살아가 는 운모조개와 갈색새알조개 그리고 개맛 등이 대책 없이 입을 벌린 채 하늘을 향해 자신들의 최 후를 알리고 있었다. 이렇게 변한 계화도갯벌은 그 모습이 갯벌이라기보다는 마치 축구장이나 골 프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새만금의 이런 현상은 화려한 죽음(?)을 알리는 자연의 경고였다.
 

갯벌의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시 해야할 때

 
우리는 우리나라의 갯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 나 이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단순하게 면적대비 세계 5위라는 의미보다는 지구상 191개국이 가지고 있는 국토가운데 상위 2.6퍼센트의 주요자원을 가진 나라라는 점을 생 각해야 한다. 더욱이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먹거리로 이용하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가진 우리 로서는 다른 나라의 갯벌가치보다 훨씬 높은 경제적·자원적·생물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 아야 할 것이다.
 
최근 학자들의 활발한 연구로 우리의 갯벌에서 살고있는 생물들 속에서 ‘혈전 치료제’나 ‘단백질분해제’와 같은 중요한 물질들을 추출해 내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우리의 갯벌은 무한한 가치를 가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아가 이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물질이 인류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 한 자연자원을 잘 보존하고 간직해서 이 땅을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땅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노 력해야 할 것이다. 생명의 땅이며 자원의 보고인 갯벌이 더 이상 우리의 곁에서 사라지기 전에.
 

백용해 getga@naver.com
한국갯벌생태연구소 소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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