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3월호] 갯벌과 습지 보전을 위한 지헤

특집 / 새정부에 바란다

갯벌과 습지 보전을 위한 지혜
이인식/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지난 2월 2일 ‘제3회 세계습지의 날’을 맞아 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 소속 24개
민간환경운동단체들은 위기에 처한 서남해안의 해안습지와 동해안의 호수, 하천,
늪 등의 내륙습지를 보전하는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하였
다. 이 자리에서는 그 동안의 활동을 보고하는 대회를 가지면서 습지보전을 위한
지역별 운동사례를 자료집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민간환경운동단체들이 습지보전을 위하여 앞장서는 이유는 최근 국제통상
에 환경문제가 포함되면서 자연환경파괴와 공해유발에 대하여 선진국들이 통상규
제수단으로서 환경무기화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자연생태계 보전을 외면하는 막무가내식 개발정책은 국제화 시대에 걸림돌일
뿐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은 1988년 ‘환경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공약에서
“기존의 모든 습지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보존해야 한다”고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연안 및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조간대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이곳의 ‘현명한 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습지는 지구생명의 신비와 질서를 간직하고 온갖 생물 특히 철새 등 야생조수에
게 다양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력이 풍부한 지역이
다. 그래서 오늘날 전지구적인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사라져 가고 있는, 철새들 낙
원이자 다양한 생물종들의 고향인 갯벌을 보호하기 위하여 1971년 이란의 람사에
서 ‘습지보호를 위한 조약’이 채택된바 있다. 이후, 국제적으로 습지보존을 위
하여 물새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정부, 그리고 환경운동가들이 여러 차례 국제회
의를 조직했고 지난해까지 1백여개의 나라가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불행
하게도 우리 정부는 간척사업 등 개발우선 정책으로 서해안의 훌륭한 갯벌과 세
계적인 철새들의 서식처인 낙동강가의 많은 습지를 보호하는 정책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한편 낙동강 유역에 위치한 민간환경운동단체들은 91년 낙동강 유역의 페놀 유출
사고를 계기로 위기에 처한 낙동강살리기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습지보존’
이라는 당면과제에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지구환
경 정상회의에 민간단체의 일원으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지구촌의 새로운 환경운
동의 흐름은 생태자원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 당면과제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리
우회의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총괄할 기구로 신설한 지속개발위원회에서는 향후 세
계적으로 보전 관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지역으로 습지를 지적한 바 있으며
‘IUCN(국제 자연 및 자연자원보전연맹)’에서는 습지의 이용으로 공단이나 농
지로서의 개발보다는 저습지로서의 보전적 토지 이용에 더 높은 효율성을 부가하
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서해안의 갯벌과 낙동강을 비롯한 중요
한 습지보존에 대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없이 개발우선 정책에 밀려 급속히 파
괴되었고, 이러한 현장을 보면서 이를 지키려는 강력한 보호운동이 민간환경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보호가 시급한 한국의 습지
우리나라 주요습지의 분포는 IUCN과 세계자연기금이 목록화한 1) 화진포, 송진
호, 청초호, 경포호, 2) 철원분지, 3) 대성동, 판문점, 4) 한강어귀, 5) 신도, 6) 강
화도남부와 영종도 북부 갯벌지역, 7) 영종도 남부 갯벌 인근 소도, 8) 한강 밤섬,
9) 양수리 저수지, 10) 남양만, 11) 아산만, 12) 천수만, 13) 금강하류 어귀, 14) 금
강, 만경강, 당진강 어귀, 15) 서대구 달성늪지, 16) 우포늪지, 17) 대평, 질날, 유
전늪지, 18) 주남 저수지, 19)낙동강 하구, 20) 학동만, 21) 성산포 습지 등으로 총
면적이 107,308.6ha에 이른다(환경부, 1995). 이러한 습지생태계는 서식지의 다양
성과 종 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절실한 보호가 요청되고 있으나, 창녕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그리고 대암산 고충습원만이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
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습지는 방치 또는 각종 개발 위협에 처해있어 보호가 시
급한 상황이다.
동해안 호수
동해안 호수는 1960년 이후 그 면적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가장 심한 경우
는 경포호로서 해방 이전과 비교하여 거의 절반 정도로 작아졌다는 것이 주민들
의 주장이다. 1960년 이후 호수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3공화국의 식량증
산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원래 호수 주변에는 상당한 크기의 늪지가 조성되기
마련인데 토사가 쌓여 수위가 낮아지면 예외없이 매립하여 농경지로 만들어 버렸
다.
늪지에는 갈대, 부들, 억새, 버드나무 등이 왕성하게 자라나 다양한 생물종이 서
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데, 이러한 늪지 혹은 추이대가 사라짐에 따라
생물종이 감소하고 철새들의 이동도 줄어들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속초시가
청초호에 대한 관광지 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
는 기존의 갈대숲을 완전히 제거하고 호수 주변에 대한 직강공사와 아울러 인공
갈대숲을 새로운 장소에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사는 지역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는데, 최근 난무하고 있는 생태관광개발이라는 것을 악용하
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서남해안 갯벌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서해안의 습지 파괴 문제의 심각성은 최
근 시화호로 인하여 사라진 1천5백만ha의 경기만 갯벌을 보면 잘 알수 있다. 이
갯벌은 경기만으로 흘러드는 모든 오폐수를 정화해 줌으로써 서해를 지키는 방패
였고, 또한 각종 어패류를 길러내고 산란장을 제공하여 서해를 풍요롭게 하는 모
태였다. 이러한 천혜의 어장을 엎어버리고 방조제를 쌓아 담수하거나 간척지를
만들면 염분을 제거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간척지에 본격적인 농
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다시 어장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어장 생태계
가 새로운 균형 상태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파
괴되어진 갯벌만도 새만금 지구, 고흥 지구, 영산강 3단계 지구, 대호 지구, 천수
만 지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그리고 남해안의 대표적인 황금어
장이었던 진해만 또한 생태계의 파괴가 가속화되어 지금도 만성 적조에 시달리면
서 어자원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순천만의 갯벌과 동천
최근 순천만의 생태계를 조사한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이곳에는
황새, 저어새,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매, 잿빛개구리매,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쇠부엉이 등 총 10종의 천연기념물과 1백5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국제적 희귀조인 검은머리갈매기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4천∼4천5백 마리로 추정되는 검은머리갈매기의 전체 개체수의
7∼8% 이상이나 되는 3백50여 마리가 이지역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혹부리오리
는 5∼6천 마리가 발견되었으며, 민물도요는 개체수가 2∼3천 마리 정도로 추정
되는데, 이 두종의 조류도 역시 람사협약 가입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밝혀졌
다. 람사협약의 경우 세계 개체수의 1%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면 협약 가입의 기
준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순천만의 자연생태계는 국제적인 보호가치를 충분히 지
니고 있는 것이다.
순천만의 자연생태계는 천연기념물이나 국제 희귀조류의 서식지로서 뿐만 아니라
갯벌과 갈대 등이 어우러진 습지로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 56곳의 서식지만을 갖고 있는 흑두루미와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검은
물떼새 등이 이 곳에 서식한다는 사실은 순천만 자연생태계의 국제적 가치를 보
여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순천만 동천 하류의 뛰어난 생태계가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사라질 뻔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96년 겨울 순천시가 홍수 방지를 위한 하천정비와 골재
채취사업을 벌였는데, 순천지역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순천만지키기운동으로 순
천시의 사업을 중지시키면서 국내의 중요한 습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주남 저수지와 낙동강 하구
주남 저수지는 지난 1951년 농업용 저수지로 완공된 이후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
수를 제공하고 낙동강의 홍수 조절 기능까지 담당하면서 얼마 전까지 자연환경에
큰 변화없이 철새의 수가 점점 증가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주남 저수지
를 찾는 겨울새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저수지 주변에 마구 들어선 공장과 대형 축사에서 쏟아내는 폐수, 대
규모 아파트 등에서 흘러나오는 생활오수로 저수지가 크게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
다. 그리고 낚시꾼과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와 밀렵 행위도 주남 저수지의 철새
서식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한편 이미 알려진 대로 주남 저수지와 연결된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동판 저수지
의 습지를 침범하여 지어진 군무원 아파트는 창원 시민과 환경단체, 그리고 조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환경파괴 사례이다. 예년 같으면 아파트가 있는
동판 저수지의 남서쪽 물가에 수백 마리의 오리떼가 먹이를 찾으며 놀아야 할 곳
인데 지난 겨울에는 아예 오리들이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명색이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라는 곳에 공공연히 습지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환경단체의 항의집회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새정부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존폐 논의는 습쓸한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발
족한 후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경시되어 왔던 해운, 수산, 해양오염 등을 주요 과
제로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신항만건설 같은 대형건설사업을 주도하면
서 건교부의 기능을 무색케하고 있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낙동강 하구 일대 및
가덕 신항만 건설 등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해양자원과 바다오염대책, 해양생태
계보전 업무에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습지보전법 제정 서둘러야
우리나라는 국제습지보존을 위한 ‘람사협약’에 이미 가입된 책임있는 국가이
다. 그러나 ‘습지의 자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고, 따라서 정확한 보
전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농어촌진흥공사를 중심으로 매립사
업은 계속 확대되어지고 있다. 특히 새만금 지구와 같은 대규모의 매립사업이 전
개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또 한번 시화지구의 연안오염과 같은 사태가 우려된다.
새 정부는 현재 위기에 처한 습지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보전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노력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지역별 습지보전운동단체와 간담회를 조직하고 습지에 대한 종합
적인 관리체계 구축. △공유수면매립법의 폐지와 습지보전법 제정. △서해의 전
연안을 직선화하는 대규모 매립 계획의 수정. △환경부, 해양수산부, 문화부 등에
서는 자연자원과 문화유산, 농어업 등을 생태문화적인 자산으로 생각하여 환경과
발전이 조화된 사업추진. △갯벌과 내륙습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국무총리 산하
에 가칭 ‘습지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현재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놓고 주민과 환경단체, 지방정부 간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럴 때 중앙정부는 친환경적 발전에 동의하는 지역
주민에게는 충분한 물질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그 동안 소외되어
온 농어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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