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5월호]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최중기/인하대 해양학과 교수지난해 세계적인 과학잡지 「Nature」지는 갯벌의 경제
적인 가치를 지구생태계 총 가치의 5%로 추정한바 있다. 이는 전 세계의 호수와 강
이 갖는 생태계 가치와 맞먹는 것으로, 갯벌이 지구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갯벌은 전 지구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나 단위
면적당 생태적 가치는 농경지의 1백배, 숲의 10배에 해당하기 때문에 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지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갯벌은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강의 하구역이나 내만수역에 넓게 발달하기 때문에 육
상으로부터 유입된 유기물과 영양염류로 인하여 생산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높
은 생산성과 다양한 서식환경으로 인해 갯벌은 먹이가 풍부하고 산란장으로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갯벌이 수산생물의 모태이자 수산자원의 근원이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해양생물을 먹고 사는 수많은 물새의 서식처로서도 중요한
곳이다.
특히 갯벌은 육상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의 정화장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육상
에서 강을 통하여 배출된 오염물질은 갯벌에 쌓여지고, 갯벌의 박테리아와 원생동물,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들에 의하여 섭취되고 분해된다. 보통 갯벌 1㎢는 인구 10만
명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대도시
주변의 연안수질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갯벌은 이외에도 태풍이나
해일이 발생할 때 이를 일차적으로 감소시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등 육지의 주변부
로서 해안을 보호하며, 특이한 경관으로서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만들어주고, 철새도래
지, 낚시터, 해수욕장 등 자연학습장과 휴식처로서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훌
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의 갯벌 국립공원
이같은 중요성 때문에 국제적으로 오래 전부터 갯벌에 대한 보전활동이 활발하게 벌
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 90여개 나라에서 가입하고 있는 람사협약은 물새의 서식처로
서 중요한 갯벌과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최초의 협약으로 1971년부터 국제적으로 공
인된 협약이다. 람사협약 가입국가는 자국의 중요한 습지를 1개소 이상 람사사이트로
보고하게 되어 있으며 3년마다 한번씩 그 습지에 대한 연구조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
출해야 한다.
갯벌 보전에 대하여 가장 체계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갯벌은 북해연안에 약
10km 폭으로 발달해 있으며, 갯벌을 포함한 연안해역의 총 면적은 약6천㎢이다. 2차
대전 후 주변에 공업단지 건설, 농지확보 등으로 갯벌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자 독
일정부는 1976년 자연보존 법령을 발표했다. 1982년에는 독일이 주도하여 네덜란드,
덴마크 3개국이 갯벌의 보전에 관하여 협의하였고, 1985년에는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주가 독일연방 내의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2천8백50㎢의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 니더작센주와 함부르크가 각각 2천4백㎢, 1백17㎢에 달하는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전하고 있다. 독일의 각 갯벌 국립공원에는 관리청
이 있으며, 보전지역, 완충지역, 휴양지역으로 구분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연안역 보호법, 야생생물 서식처 보호법 등으로 갯벌을 보존하고
있고, 유럽연합(EC)에서도 환경법 등으로 갯벌의 훼손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
지만 우리나라 갯벌은 높은 생산성과 어류의 서식처로서 외국에 비해 경제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음에도, 국토의 확장과 농지의 확보라는 미명 아래 60년대 이후 크
게 훼손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공단건설, 공항건설, 신도시 건설 등으로 급격하게 훼
손되고 있어 국가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겉도는 갯벌 보전정책
지난 10년간 새만금지구 시화지구, 영종신공항 건설지구 등 대규모 매립으로 인해 우
리나라 갯벌의 29% 이상이 훼손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후에도 송도 신도시 건
설, 화옹지구 방조제 공사, 석문지구, 장항 서천지구, 금호방조제, 고천암 방조제 건설
등의 간척 매립으로 소실될 갯벌은 전체의 15%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지
자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와 국영기업체에서 토지투기의 목적으로 간척사업을 대규
모로 계획하고 있어 남아있는 갯벌마저도 급속도로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의 갯벌과 관련된 법규는 국토이용관리법, 공유수면매립법, 국토건설종합법,
자연환경보전법, 해양개발기본법, 수산업법 등이 있으나 갯벌보전에 관한 구체적인 내
용이 없고 대부분 개발 중심으로 활용되거나, 주민들의 반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에는 갯벌을 해양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나 이를 보전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뒷받침이 없어 현재까지 한 곳의 갯벌도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습지보전법안에는 습지보전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을 담고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어서 갯벌에 대한 보전과 관리를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갯벌이 해역에 속한 연안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관할권에 대한
해양수산부와의 책임문제가 뒤따른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안역 관
리법안은 그 관리 대상이 만조수위선으로부터 12해리 이내인 연안해역과 이에 직접적
인 영향을 미치는 일정거리의 육지, 그리고 면적이 5㎢ 이하인 소규모 도서를 포함하
는 연안역 전반에 작용한다.
연안역관리법안에는 연안역을 용도에 따라 보전연안역, 준보전연안역, 개발조정연안
역, 유보연안역으로 지정하고, 국가 및 지자체는 해당 연안역에 대해 개발 정비 및 보
전 등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용도지역안에서 행위제한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갯벌은 용도에 따라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개발 및 정비의 대상
이 될 수도 있다.
이와같이 갯벌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습지보전법과 연안역관리법에 의해 그
관리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두 법안의 포괄적인 성격 때문에 보전이 구체화되기 어렵
다. 특히 연안역관리법에는 갯벌을 보전연안역으로 지정하여 보전할 수 있는 반면, 위
치와 상태에 따라 다른 용도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개발 위주인 해양수산부 장
관과 시도지사가 그 관할권을 갖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개발에 이용될 수도 있게 되
어 있다.

갯벌을 보전위주의 국립공원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갯벌은 그 기능면이나 경제적인 가치에서 최대한 보전위주로 관리
되어야 하며, 환경부가 관리책임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갯벌의 관리에 따른 재
정적인 부담과 행정체계를 갖추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러나 갯벌은 특이성이 많고, 국민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현재 해상국립공원으로 지
정된 곳처럼 경관위주의 관광목적으로 관리 유지되어서는 안된다.
갯벌은 해양생태계 보호와 연안환경보전 뿐 아니라 어민 생활대책 수립과 국민 휴양
지의 확대, 청소년 자연교육 등의 목적에 따라 구체적으로 용도를 지정하고 관리 보
호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국립공원관리공단보다 행정력이 크게 뒷받침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갯벌은 서해안 전역에 걸쳐있기 때문에 지역 위주로 지정
하여 지리적으로 단절시키기보다는 서남해안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연속성을
유지시키고, 개발에 필요한 지역은 최소한으로 엄격하게 지정하는 것이 생태계 보전
에 바람직하다. 갯벌의 국립공원 지정은 현재 급격히 훼손되어 가고 있는 연안생태계
보전과 자연경관의 보호, 수산자원의 육성, 연안수질환경 개선 차원에서 연안역 관리
법이나 습지보전법 추진과는 별도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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