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5월호] 갯벌의 이용체계와 환경공동체

자연을 사용관계와 집합관계로 살펴보면 가장 작은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적영역이고, 이것을 포함하면서도 사적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공적영역이다. 그리고 이 두 영역의 토대를 이루면서도 이들이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태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별로 없다.

생태적 영역은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이용되어져야 할 터전이다. 사적영역은 시장에 의해서 유지되고 사적소유가 기본이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공적영역과 자연생태계를 활용한다. 또한 공적영역은 사적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정하고 합리적인 부분으로 유도해 낸다. 물론 법과 제도를 그 도구로 이용한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사적영역과 공적영역 모두에서 발생하고 조정된다. 사적영역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파괴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공적영역에 의해서 파괴되는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인천국제공항, 시화호, 새만금 등과 같은 건설을 위해 갯벌을 매립하는 것이 그런 사례들이다.
 

공급위주의 사회시스템과 환경파괴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 많은 인구’라는 말이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이는 한편으로 국토면적확대라는 개발논리에 날개를 달아주어 갯벌에 대한 압력(간척 및 매립)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즉, 부족한 것은 무엇이든지 공급하면 된다는 성장중심의 개발이 환경가치를 무시하게 만들었고, 개발의 과정이 환경가치 상실의 과정과 비례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98년 새해 벽두에도 어김없이 새만금 간척공사의 위용은 텔레비젼 화면을 가득 메웠다. 새만금의 위용은 그 위대함 만큼이나 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한편, 간척으로 공급된 토지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시화산척사업도 시화호 오염으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농지가 용도 변경되어 사라지는 면적이 간척사업으로 생겨나는 농지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파괴된 환경은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다. 시화호가 이를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화호는 1천8백만평의 면적에 팔당호의 2배나 되는 3억톤의 해수를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사라진 갯벌면적은 2천7백여만 평이나 된다.

갯벌에는 갯지렁이를 비롯한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도 하나의 생명체로서 마땅히 생명을 유지하며 일정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들이 자연의 생태계 안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 바로 환경적으로 안정을 이루고, 풍부한 자원을 형성하여 결과적으로 인간에게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시화호가 건설되고 썩어가면서 수많은 대안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근본적인 부분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시화호가 썩는 것은 갯벌이 죽었기 때문이다. 갯벌이 죽었으니 갯벌에 살고있는 생명들도 사라질 수 밖에.
 

갯벌과 지역공동체

 
알에서 닭이 부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내적 과정들이 보이지 않게 진행된다. 만일 병아리가 이러한 충분한 발육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알을 깨고 나왔다면 얼마를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다. 더 심한 경우에는 알을 깨지도 못한채 발육에 실패하여 썩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혈세를 걷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부주도형 대형사업을 보면 한결같이 이런 공통점이 있다. 시화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대형댐, 경인운하 등 어느 것 하나 충분한 성숙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화간척사업은 87년 4월 공사를 착공하고, 87년 8월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환경적인 조사가 공사를 착공한 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나마 환경영향평가서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인구예측도 엉터리로 했을 뿐만 아니라, 유입하천의 영향조사도 전혀 엉뚱한 아산호 상류 안성천을 가지고 진행했다. 경제성 분석도 전혀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갯벌은 사람들에게 바지락이나 굴 같은 수산물을 제공해준다. 뿐만 아니라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작업과정에서 건강한 마을 공감대와 공동체가 형성된다.
 
갯벌은 또한 사람들을 차별을 하지 않는다. 뻘에서 누구나 열심히 작업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가질 수 있다. 갯벌은 빈부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갯벌이 가지고 있는 부의 분배기능은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경제적 갈등을 완화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갯벌의 특성은 갯벌을 통하여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건강한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인생의 교사역할도 해오고 있다.

갯벌이 가지고 있는 기능들이 간척사업에 의해 사라질 때 나타나는 문제들은 갯벌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갯벌을 상실한 어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내륙의 도시로 이주하거나 인근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어민들이 부딪치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민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갯벌 작업인데, 갯벌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결국, 삶의 터전 뿐 아니라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 감정적 손실을 입게 되었으며, 건강한 공동체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로 이주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도 상실해 버렸다.

이들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과 훈련 과정이 필요한데도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는 상태로 방치되는 것이다. 그 결과 도시로 유입된 사람들은 도시빈민이 되는 수도 있다. 인근지역으로 이주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공적재산은 공적으로 관리해야

 
간척사업이 정부주도형으로 되면서 공적가치를 지닌 갯벌을 매립해 사유화시켜 팔아먹는다. 한국수자원공사나 농어촌진흥공사 등을 보면 공사가 공적가치를 가진 자연자원을 사유화시키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나 더 이상 공적가치를 사유화해서는 안된다. 환경은 물론 거대한 자연자원을 파괴하면서 엄청난 재화를 퍼붓고 있는 기업은 더 이상 존속시켜서는 안된다. 또한 이러한 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들도 바꾸어야 한다.

갯벌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식과 이용체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갯벌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갯벌을 지역 공동체에 돌려 주어야 하며, 그들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떠난 곳에는 엄청난 환경파괴가 손쉽게 진행되는 최근이 상황을 볼 때 갯벌로부터 사람들을 몰아내는 일은 생명을 죽이겠다는 전주곡과 같다. 또한 갯벌이 가지고 있는 문화, 역사적, 심미적, 체험적 기능을 최대한 살려 갯벌의 생명력과 지역공동체가 어우러져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정수/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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