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5월호] 왜 갯벌의 정화기능이 주목받는가

왜 갯벌의 정화기능이
주목받는가

권계경/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수심이 얕고 경사도가 완만해서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넓은 갯벌이 발달해 있다. 특히 서해안의 갯벌은 북해연안, 아마존강 하구, 미국 동부,
캐나다 동부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갯벌은 국토확장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나머지 별 쓸모 없는 땅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1987년 이래 간척 매립 등으로 상실된 갯벌 면적만도 전체의 약 30∼40%
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립으로 생긴 땅은 대개 농지로 조성되거나 택지,
공단, 위락시설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그와 같은 목적으로 전국 곳곳에
서 대규모 간척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갯벌은 수산물의 보고로서 높은 생산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류
의 산란 및 초기성장의 공간이다. 또한 오염물질의 정화와 홍수조절기능, 태풍, 해일
로 인한 피해의 방지, 지하수의 충전, 해안침식 방지 등의 수리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
다. 최근 들어서는 갯벌에 출입하는 다종다양한 생물상으로 인해 종다양성의 보고로
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이 국내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특히
정화기능과 관련하여 그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극히 최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갯벌의 기능들은 근래 들어 새롭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무시되던
갯벌의 가치와 기능이 새롭게 부각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갯벌 매립으로 나타난 결과들
다른 모든 종류의 자원과 마찬가지로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은 현재의 필요성에 근거
를 둔다. 산업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건어물이나 자반형태가 아닌 수산물
은 널리 유통되지 못했으며, 식량자원으로서의 역할도 오늘날에 비해 적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인구가 적고 공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생활오폐수나 공단폐
수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의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토지의 필요성에 따라 갯벌을 매립하던 초기에는 갯벌 자체의 가치보다는 육지로서의
가치가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시기였다. 80년대 중반까지도 환경가치의 중요성을 크
게 인식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갯벌의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
한 것은, 80년대 이후 갯벌의 상실로 피해가 나타나고, 한편으로는 심각한 오염으로
인하여 환경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매립의 결과, 경제적 가치 외에도 갯벌이 수행하던 환경조절기능이 상실되었으며, 목
포지역의 잦은 해일, 인천지역 연안 주민들이 만조 때마다 겪는 하수구의 역류현상
등과 같은 피해가 생겨났다. 대규모 간척사업과 담수호 조성을 위한 하구 둑, 방조제
등의 건설로 만조시 밀려드는 바닷물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육상에서 발
생된 오염물질이 정화과정을 거치지 않은 체 연안으로 유입된 결과 연안어장의 황폐
화를 가져와 수산물생산의 감소로 이어졌으며, 때에 따라서는 갯벌을 막아 조성한 담
수호의 오염된 물을 방류해 주변의 양식어류들이 몰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갯벌의 정화기능이 특히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시화방조제가 건설된 후 호수내부가
급격히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이후 부터이다. 시화방조제가 건설되기 전부터 이 지역
의 갯벌은 공단폐수와 생활하수로 인한 심각한 오염에 시달려 왔다. 그러던 것이 방
조제의 건설과 더불어 갯벌이 사라지게 되자 호수 내부가 급격히 썩어들어가 호수 상
부에 위치하는 퇴적토에서는 고등생물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모
두가 갯벌이 지닌 정화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다(물론 시화호 문제의 근원은 오
폐수를 정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방류시킨 것에 있다. 즉 갯벌의 정화기능이 주목받게
된 원인은 육상에 있는 것이다).

갯벌의 오염물질 정화능력
그렇다면 갯벌이 어떻게 오염물질의 정화에 기여하는지 또한 정화능력은 얼마나 되는
지 살펴보자. 갯벌은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에 위치하며 하천을 따라 흘러내려온 오
염물질이 일차적으로 거쳐가는 곳이다. 오염물질은 염생식물로 이루어진 초지에서 일
단 걸러져 쌓이게 되며 퇴적된 유기오염물질은 세균과 식물에 의해 분해된 다음 이용
된다.
또한 갯벌에 서식하는 게, 갯지렁이, 조개를 비롯한 대형저서생물과 선충류 등의 중형
저서생물, 이들을 먹이로 하여 찾아드는 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은 갯벌 깊숙이
까지 산소가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와 같은 산소의 공급은 세균의 활성을 높여
주어 유기물 분해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만들며, 이 과정을 거쳐 분해된 유기물은
저서식물과 염생식물류의 영양원으로 작용하게 되어 갯벌생산력의 기초를 이룬다.
그러나 현재 국내 갯벌 중 염생식물군락이 넓게 펼쳐진 공간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비교적 넓은 면적을 지녔고 상대적으로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강화도 남단 갯벌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해안선이 방조제로 막혀 있으며, 염생식물군
락은 방조제가 없는 일부 해안선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간척작업을 통해 방조제가
만들어진 거의 모든 해안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연정화능력이
가장 뛰어난 갯벌의 초입부분이 대부분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갯벌의 유기물 정화능력은 미국 조지아대 오덤(Odum)교수팀의 계산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하루에 1ha당 21.7㎏의 유기
물을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영국의 브리스톨대 파키스(Parkes)교수팀이
측정한 강하구 갯벌의 유기물 분해력은 하루에 1ha당 BOD기준으로 9.8∼18.3㎏에 달
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영국에서 측정한 값의 경우 대형생물이 배제된 상태임을 감
안할 때 갯벌의 유기물 분해력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와 같은 조사를 근거로 미국에서는 갯벌의 오염물질 정화가치를 6천6백96달러로 평
가하기도 했다. 국내 갯벌의 경우 BOD기준으로 정화능력을 측정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어 실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오덤교수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할때 새만금지구의 갯벌이 지닌 정화능력은 하루
10만 톤 처리하는 전주하수종말처리장 보다 40배나 높은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특히
세균의 현존량과 생산력을 근거로 해서 추정해 볼 때 강화도 남단 갯벌의 경우 영국
의 갯벌에 비해 평균적으로 두 배 이상의 정화능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갯벌 본연의 가치를 살려주자
환경부가 펴낸 『서남해안 갯벌생태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영광 해남 장흥군
갯벌 네 곳에서 조사된 질소 제거능력은 영국 염습지의 15∼200배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지역에는 갯개미취, 칠면초,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 47종과 해조류
2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갯벌의 정화능력은 대단히 우수하다. 또한 갯벌을 없앤 결과로 겪어야 할 환
경재앙 역시 엄청나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것이 갯벌을 매립하는 대신에 육지
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유기오염물질을 투기해, 육상의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탈
출구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갯벌에서 진행되는 유기물
분해의 절반이상은 해양환경 자체에 널리 존재하는 황산염을 이용한 무기호흡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따라서 갯벌의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육지 오염물질의 투입은 갯벌 자체를 썩
게 할 것이다. 갯벌을 육지의 오염문제 해결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기에 앞서 육상
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될 때 갯벌도 그 본연의
가치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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