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연료로 차가 달린다? _ 김연지



식물연료로 차가 달린다? 일반 사람들에겐 너무나 생경한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 태극전사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 저 독일 땅에는 이미 전국 주유소의 10퍼센트가 식물연료 100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 식물연료 100퍼센트로 독일 땅을 누비는 자동차가 이미 300만 대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식물연료를 공급해왔다. 2002년 5월부터 국내 주유소에서 시범사업으로 식물연료 바이오디젤 20퍼센트와 경유 80퍼센트를 혼합한 BD20을 시판해왔다. 100여 개로 시작한 식물연료 주유소는 한때 250여 개가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줄었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식물연료 20퍼센트 혼합 경유(BD20)를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일반 주유소에서는 식물연료 0.5퍼센트를 혼합한 경유가 판매된다. 이로써 장장 4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던 시범사업이 후퇴하는 것은 물론 식물연료 시장마저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식물연료란?
식물연료는 경유차에 쓸 수 있는 바이오디젤과 휘발유차에 쓸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로 나뉜다. 바이오디젤은 콩, 유채, 폐식용유, 팜유 등 유지식물에서 기름을 받아 가공한 경유자동차의 연료이다. 반면 바이오에탄올은 식물을 발효시켜 얻은 알코올을 가공한 휘발유차의 연료이다.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 모두 식물을 원료로 한 수송연료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아직까지 국내에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바이오디젤은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식물연료 활용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브라질의 경우 사탕수수를 통한 수송연료의 25퍼센트를 바이오에탄올을 활용하고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 국가들의 경우 유채기름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디젤을 통해 석유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온실가스도 줄이며 농촌도 살리는 정책을 꾀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기술도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그동안 갖은 시련을 헤치고 바이오디젤 기술 개발에 투자해 온 바이오디젤 생산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산업자원부의 식물연료 보급계획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그대로 강행할 경우 전체 에너지시스템에서 식물연료에 관한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조금씩 기반을 다지고 있던 바이오디젤 생산기업들에게 타격을 안겨줄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위해 녹색소비를 촉진해야 할 마당에 바이오디젤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도 바이오디젤 보급 의사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석유 위기의 답이자 희망인 식물연료 바이오디젤을 확대하지는 못할망정 퇴행하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연지 kimyj@kfem.or.kr
환경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간사


바이오디젤의 좋은점

1. 경제적인 대기오염 개선방식
미세먼지 배출의 80퍼센트가 경유차를 통해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경유에 식물연료 20~30퍼센트를 혼합해 사용하기만 해도 미세먼지 18퍼센트를 줄일 수 있다. 미국 에너지자원부에 따르면 BD20만 사용해도 발암위험도를 27퍼센트 낮춘다. 바이오디젤 100퍼센트(BD100)를 사용하면 발암위험을 94퍼센트까지 줄이며 매연,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등의 공해물질을 50~70퍼센트 가량 적게 배출한다.
이처럼 식물연료는 대기개선 효과가 크다. 물론 효과 면에서만 보면 LPG나 CNG 차량의 대기개선효과가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식물연료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차의 엔진에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즉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금 당장 이용이 가능한 유일한 재생가능에너지인 것이다. 더구나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와 재생가능에너지인 식물연료는 차원이 달라진다.

2. 석유위기의 현실적 대안
고유가로 인해 우리나라가 연간 에너지 수입에 쓴 돈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외국에 수출한 연간 수입과 맞먹고 있다. 농촌의 겨울철 유휴지 30만 헥타르에 유채 등 원료유 작물을 재배하면 수송용 경유의 3.2퍼센트에 해당하는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데 이는 원유 2천억 원의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잘 수거해 활용하면 상당량의 바이오디젤을 만들 수 있다.

3. 지구온난화 예방
유럽연합과 일본에서 식물연료가 매년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도전적인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바로 식물연료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탁월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에서 얻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원료인 식물이 자라는 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바이오디젤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로 규정했다. 그래서 경유 대신 바이오디젤 1톤을 사용하면 2.2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

4. 경유보다 싼 가격
최근 고유가 행진으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는 리터당 1300원이 넘는다. 그러나 BD100을 구입한다면 현재도 리터당 약 1천원에 시판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바이오디젤 판매가 제도화 되어 있지 않아 BD100으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도 없고 판매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이 활성화되면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다. 기존 자동차의 엔진과 주유소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 아주 경제적인 에너지이다. 게다가 연비와 출력에도 차이가 없다.

5. 농가 수입에 기여
바이오디젤은 농가에도 도움이 된다. 농민들이 식물연료 원료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약 4200억 원의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식물연료를 얻고 남은 찌꺼기를 사료로 이용하면 60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6. 냄새부터 다른 배기가스
바이오디젤로 달리는 차량의 배기가스는 튀김냄새가 난다. 석유에서 나는 머리 아픈 냄새가 없다. 전국의 모든 차량이 바이오디젤로 달린다면? 생각만 해도 고소해진다.


바이오디젤, 어디서 사요?
경유를 사용하는 모든 자동차는 바이오디젤로 달릴 수 있다. 2002년부터 우리나라는 바이오디젤 지정주유소를 통해 BD20을 시범 판매해왔다. BD20은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기존 경유차에 문제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겨울에는 약간 함량을 낮추면(BD15±5) 안전하다.
BD100을 이용하려면 차의 엔진부품을 약간 개조해야 무리 없이 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LPG자동차로 개조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한 기술이므로 식물연료 이용자가 늘어나면 BD100 자동차도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LPG처럼 별도의 가스충전소를 만들 필요없이 기존의 주유소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하므로 훨씬 경제적이다.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안의 문제점

1. BD20은 고사시키고 BD5는 정유사 맘대로!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안은 한마디로 시범사업보다 후퇴한 것이다. 정부는 2002년부터 서울, 경기, 전북 지역을 대상으로 바이오디젤 BD20 시범보급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는 정유사의 의견에 따라 7월 1일부터 BD20이 아닌 바이오디젤 5퍼센트 미만 첨가의 경유를 보급하는 것으로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바이오디젤은 경유 첨가제로서 시장이 제한될 것이다.
바이오디젤 첨가 경유는 정유사만이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다. 석유 대체재 혹은 보완재인 바이오디젤 보급을 정유사가 좌우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역설적이다. 식물연료 확대에 관한 정부의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유시장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정유사에 식물·연료 보급의 칼자루를 떠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7월 1일부터는 버스회사, 레미콘 회사 등과 같은 자가저유시설이나 자체정비시설을 갖고 있는 집단차량회사에서 제한적으로 BD20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 혜택(비과세)을 적용하던 BD20에 대해 7월 1일부터는 일반 경유와 마찬가지로 과세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바이오디젤이 보급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바이오디젤을 보급하겠다고 하면서 바이오디젤에 경유와 동일하게 과세를 하는 나라는 없다.

2. 바이오디젤 첨가 경유(BD5)는 환경개선 효과가 매우 적다!
BD5는 공해물질 배출 저감효과가 매우 적다. 더군다나 지난 3월, 정부와 5개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연간 9만 킬로리터(8만 톤)를 보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식물연료는 경유에 0.5퍼센트 이하 수준으로 첨가될 위기에 처했다. 바이오디젤이 아니라 경유에 약간의 첨가제를 넣은 정도의 수준으로 보급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도심을 중심으로 식물연료를 보급
해왔다. 대기환경개선을 위해 인구 10만이 넘는 도심에는 식물연료 사용을 의무화한 국가도 있고, BD20~30의 보급은 물론 심지어 BD100을 보급하기 위해 차량 개조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서울을 비롯한 5대 광역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대기환경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수준이다. 인구와 자동차의 거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더욱 심하게 악화될 전망이다.
산자부의 정책에는 식물연료 확대보급을 통해서 대도심의 대기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05년도의 경우 자동차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대책 예산 총 2247억 원 중 84퍼센트인 1895억 원을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저공해 엔진 개조 등 저공해차 사업에 배정했다. 값비싼 하이브리드카도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의 에너지시스템을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연료 도입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기개선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BD20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보급계획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수도권도 전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식물연료를 0.5퍼센트 미만으로 함유한 경유가 보급될 전망이다. 대기문제와 가장 긴밀한 에너지정책이 현실에서는 유리되어 대도시의 대기환경개선 문제가 통합적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 식물연료를 쓰고 싶어도 살 곳이 없다?
7월부터 제도가 본격화되면 일반 시민들은 식물연료 100퍼센트나 BD20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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