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 위해 시민들이 나서다

지난 2월 27일 새벽 1시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서 기습적으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를 표결한 뒤에도 월성1호기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는 1310억 원의 돈을 앞세워 월성원전 인근 동경주대책위(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등 3개읍면 대표들로 구성)와 합의를 추진했지만 월성원전이 입지해 있고 원전과 가장 가까운 지역인 양남면민들의 반발로 합의는 미뤄지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열린 발전협의회 총회에서 마을별 의견을 물은 뒤 5월 28일에 다시 총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20일 하서리에서 열린 첫 마을투표에서는 42가구 중에 41가구가 반대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안전성평가의 핵심 보고서가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월성1호기가 1970년대 안전기술기준으로 평가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월성원전 인근을 비롯해 전국의 시민 2167명은 지난 5월 18일,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의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지난 5월 18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결정과 관련한 무효소송을 제기한 국민소송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대희
 
 

월성1호기 부실안전성 평가 확인되다

 
월성1호기 주기적안전성평가서(PSR)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근거로 쓰인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보고서들 중 안전성 보고서의 핵심으로 그동안 환경연합과 원자력안전과미래에서 지속적으로 공개를 요구했던 보고서다. 그동안 이 보고서를 심사한 결과인 ‘심사보고서’만 공개했는데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를 위한 기술기준이 30년 전 운영허가를 받을 당시의 기준을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 국회 장하나 의원, 최원식 의원을 통해 최소한 열람이라도 요구했지만 한수원은 의원을 제외한 전문가 열람조차 거부했다. 그런데 직접 그 보고서를 보고 나니 왜 비공개하고 그토록 비밀에 부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주기적안전성평가서를 통해 월성1호기가 R-7 뿐만 아니라 R-8, R-9, ASME Code, CSA Code 등등 다른 전반적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각각 캔두형 원전의 격납건물계통, 원자로정지계통, 비상노심냉각계통 등에 대한 규제기준과 미국 기계공학회와 캐나다의 안전기술기준 등이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 보고서를 심사한 결과인 계속운전 심사보고서에서는 이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전 사고 시 핵연료 노심을 냉각시키는 계통 기준(R-9)에 대해서는 한수원에 보완을 요구했지만 격납건물계통 기준(R-7)에 대해서는 한수원의 부실한 검토결과를 그대로 수용했다. 한수원은 사고 시 압력을 기존 설계압력과 비교하는 수준으로 해석결과만을 검토했으며, R-7에서 요구하는 격납용기 압력경계의 설계요건을 검토하지 않아 핵심 평가가 누락되었음에도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에 대한 보완요구 등의 검토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음을 계속운전 심사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R-7은 계속운전 관련 고시에 명시된 기술기준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이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에서 적용한 안전해석에서의 최신기술기준인 C-6 역시 관련 고시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고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원자력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국내외 최신 연구개발, 운전경험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관련 고시에는 월성1호기와 같은 가압형중수로 원전의 수명연장에 대해서는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의 G-360(현 RD-360의 이전 버전)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G-360의 핵심이 바로 수명연장하려는 원전 상태와 현재의 최신기술기준을 비교 검토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월성1호기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를 보면 월성1호기는 운영허가 당시에 적용된 1970년대 기준이 근간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운영허가는 이미 2012년 11월 20일로 만료되었고 10년 추가 운영을 하기 위한 허가 절차에는 당연히 새로운 기술기준으로 평가되고 검토되며 허가되어야 한다. 기술기준의 적용기준일(Code Cut-off Date)은 수명연장을 하려는 시점일 수밖에 없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주기적안전성검토보고서는 2009년 12월에 제출되었다. 그렇다면 1991년에 개정된 R-7을 비롯한 당시의 기술기준이 적용되어야 했지만 원안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교훈조차 반영되지 않은 1970년대 기준으로 2022년까지의 운영허가를 승인한 것이다. 
 
결국, 안전과 직결된 기술기준에 대해 최신기준이 미평가된 것은 물론, 자의적이고 선택적으로 취사선택된 기준에 의해서 월성1호기 계속운전이 통과, 승인된 것이다. 앞으로 10여 년간 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이 12기인데 월성1호기처럼 안전성 평가가 부실하다면 원전안전과 국민안전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대한민국의 안전을 무시하고 내린 결정이다. 사진은 지난 1월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를 위해 원안위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 월성원전 주민들 ⓒ장병진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무효’

 
지난 5월 18일, 2167명 원고의 이름으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확인 등의 소’장이 서울 행정법원에 접수되었다. 원안위는 부실한 심사·심의로 안전성과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채로 수명 끝난 노후원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소송에 약 한 달간 모집된 원고는 전국적으로 2167명에 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험으로 원전 사고 시 영향을 입을 수 있는 거리는 반경 250킬로미터 이상이 될 수 있으므로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이 해당되나 방사선환경영향 평가 시 인구분포 상주인구 기술기준 상 80킬로미터를 기준으로 나누면 80킬로미터 내 지역은 ‘경주, 포항, 양산, 밀양, 대구, 부산’이 포함된다. 이 지역에서 참여한 원고는 624명에 이른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녹색법률센터, 민변환경보건위원회, 탈핵법률가 모임, 환경법률센터 및 개인변호사 등 총 31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월성1호기 수명원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확인 국민소송대리인단(단장 최병모 변호사)’은 두 달 동안 관련 내용과 법을 검토한 결과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는 취소 사유뿐만 아니라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임을 확인했다. 
 
월성1호기의 10년 수명연장 가동 허가는 최종안전성분석 보고서에 있는 운영기간을 30년에서 40년으로 변경하는 절차로 ‘운영변경허가’에 해당된다. 이를 위해서 사업자인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 20조와 시행령 34조, 시행규칙 17조에 의해 ①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에 관한 운영기술지침서, ②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③운전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④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⑤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해체계획서 등과 변경되기 전과 변경된 후의 비교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원안위는 이들 서류를 기초로 운영변경허가 여부를 심의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①주기적안전성평가서, ②주요기기성능평가서, ③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만을 제출했고 원안위는 이들 자료만을 대상으로 운영변경허가 여부를 심의하였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해 주기적안전성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나와 있지만 주기적안전성평가 등 서류의 심사만으로 운영변경허가 절차를 대신할 수 있다고 언급되어있지 않다. ‘법정 신청서류의 부존재 및 심의 부존재’에 해당된다. 결국, 월성1호기는 10년 수명연장 운영허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 심사 과정이 없이 운영변경허가를 내린 것으로 원천 무효에 해당되는 셈이다.
 
또한,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의결은 결격자인 위원장이 소집하고 주재한 회의에서 이루어진 의결이므로 원천 무효에 해당된다. 회의 소집 권한이 있는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의 위원 결격사유인 제10조 제1항 제5호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된다. 이은철 위원장은 2013년 4월 12일 원자력안전위원장에 임명되었으나 1년 4개월전인 2012년 12월에 원자력이용자인 한수원의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는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 등 현안 대책 마련을 위해 만든 협의체다. 따라서 이은철 위원장은 애초부터 피고의 위원 또는 위원장이 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은 무효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시민들이 나섰다

 
두 가지 무효사유 외에도 취소사유는 6가지가 존재한다. 이미 수차례 확인한 바 있는 최신 운전경험과 연구결과를 반영한 기술기준에 따른 격납용기 안전성 평가 누락, 방사성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시 주민의견수렴절차 위반, 후쿠시마 원전사고 교훈인 다소호기 동시사고에 대한 미평가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 재차 확인되었다.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시민들이 원고로 참여한 이번 소송이 원전 안전과 국민 안전보다 원자력계의 이익을 더 살핀 원안위의 부실한 심사에 대한 법적인 심판이 될 것이다. 수명 끝난 노후원전의 재가동을 멈추는 것이 안전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다. 원전 안전을 책임져야 할 규제기관조차 사업자에 포획된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원전사고 위험이 높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팀 처장 yangw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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