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먹고 가끔 맘이 불편해요.” 기후변화시대의 대안 식탁

 
우리 시대 먹거리의 왕좌에 앉은 것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갖가지 TV 예능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게 주는 제일 좋은 부상은 한우갈비이기 십상이다. 상품이 고기, 더구나 한우라는 걸 내켜하지 않는 출연자를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채식인이 적은 사회라지만 다수 프로의 그 많은 출연자 중 단 한 명도 불편한 이가 없다는 게 놀랍다. 회식문화의 소고기 편애는 더욱 일반적이다. 그날 메뉴가 닭이냐, 돼지냐, 소냐에 따라 회식 등급이 결정되고 중요성도 판단할 수 있다. 닭이나 돼지는 동료끼리 먹는 것이다. 소를 먹는 건 상급자가 주최하는 일의 연장인 오피셜 세레모니라고 보는 게 n년차 사회인의 상식이다. 마시는 물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면 안 된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생수병을 들고 마시는 출연자들이 흔하고 회식 자리에는 정수기에서 받은 물이 놓인다. 마실 물은 생수 아니면 정수기물이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듯하다.
 

탐식의 승리

 
한국인의 소고기 탐식은 유래 깊은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우금령(牛禁令)이 1대 국왕 태조로부터 23대 국왕 순조에 이르기까지 22회 발령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농업국가 조선은 농업 생산력의 핵심인 농우를 지켜야 했지만 소고기의 유혹적인 맛은 범법자를 양산했다. 우금령을 어기고 몰래 소를 도축한 이들은 엄하게 처벌됐다. 태조는 우금령을 범한 자를 태형에 처해 도성 밖으로 쫓아냈다. 이후의 국왕들도 엄벌을 지속했다. 관리라면 파직되거나 변방으로 내쫓겼고 백성들은 태형을 맞고 투옥됐다. 조선 최후의 국왕이자 대한제국 초대황제인 고종 시절에는 우금령을 어겨도 그저 경범죄 정도의 처벌을 받는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조선 개국 초 3만 마리에 불과하던 소 사육 두수가 17세기 후반 이미 100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농우 외에 육우의 지속적 증가 덕분에 조선말에는 명절이면 소고기 한 점 맛보는 일이 식탁의 귀한 풍경이되 희귀한 일은 아니게 됐던 것이다. 조선 우금령의 역사는 탐식의 욕망이 법의 금지를 이겨낸 사례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소고기 탐식은 그 어떤 법도 규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와 시장이 축복하는 일이다. 통계청(「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변화」, 2020.)에 따르면, 2019년 축산농가의 연평균소득은 7547만여 원에 달한다. 전국 농가 연평균소득 4118만여 원보다 45% 가까이 높다. 1983~2020년 사이 소 사육가구는 연평균 6.1%씩 줄어들었지만 한 가구가 키우는 마릿수는 1.5%씩 늘었다. 특히 100마리 이상 키우는 가구의 수는 연평균 12.7%씩 늘어났다. 사육 규모가 늘고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발달해온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축산업 시장의 확대도 같은 구조다. 쇠고기를 원하는 소비 확대에 대규모 방목과 공장식 축산에 의한 생산 확대로 대응해온 역사가 현대 육우 축산업의 발달 과정이고 나아가 닭, 돼지, 양 등 주요 가축 육류 산업의 발달사이다.  
 

막대한 소비, 더 막대한 생산

 
「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변화」에 의하면 1965~ 2018년까지 54년 동안 축산업생산액은 연평균 12.4% 성장했다. 막대한 육류 소비 증가가 이런 성장을 견인했다. 198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소비량(소, 돼지, 닭, 오리, 기타)은 11.3kg(1일 30.9g)이었는데 2018년에는 53.9kg(1일 147.7g)으로 늘어났고 2028년에는 61.2kg(1일 167.7g)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육류 소비를 국내 생산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워 수입도 계속 늘었다. 1980년 우리나라 육류 자급률은 97.6%에 달했으나 2000년이 되자 78.8%로 떨어졌고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18년에는 62.2%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2000년에 39만4000t이었던 육류 수입량은 2018년 104만6000t으로 사상 최초로 100만t이 넘었다.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관세가 철폐되는 효과가 일반화될 2028년이 되면 수입량은 124만4000t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세계 육류 생산량은 2018년 3억2700만t을 기록하고 있고 같은 해 세계 총 육류 수출량은 3400만t에 달한다(『OECD-FAO Agricultural Outlook 2019~2028』, 2019.). 
 
석기시대와 현대의 지구상 총 생물유기체량을 추정한 연구(「The biomass distribution on Earth」, 2018)에 따르면 오늘날의 야생 포유류 생체유기체 총량은 10만 년 전에 비해 5배 가까이 줄었으나 대신 인류와 인류가 사육하는 가축 포유류의 증가로 지구 전체의 생체유기체 총량은 10만 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한 현실을 지탱하기 위해 전 세계 농지 가운데 5분의 4가 가축 사료용 목초지 또는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고발 (「Global meat-eating is on  the rise, bringing surprising benefits」, 2019.)했다.
 

언제까지 가능한가?

 
인류의 엄청난 육류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축산업은 공간을 약탈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소고기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에 방화하고 그 자리를 대형 방목장으로 이용하거나 가축 1두당 사육공간을 극단적으로 줄인 이른바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밀집사육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생산량은 담보할 수 있었지만 거대한 환경적 폐해를 불러왔다. 물 부족과 오염, 구제역과 돼지열병 그리고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 창궐, 곡물의 사료 전용으로 인한 식량난에 이르기까지 현대 축산업의 그늘은 깊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우리 시대의 가장 거대한 환경문제이자 생존의 시험대인 기후변화의 심화로 수렴된다. 
 
기후변화의 위기가 인류의 생존에 끼치는 악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물과 식량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물발자국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의 보고에 따르면 1kg을 생산할 때 채소의 물 발자국은 322ℓ, 곡물은 1644ℓ 정도다. 반면 닭고기는 4325ℓ, 돼지고기는 5988ℓ, 양과 염소는 8763ℓ, 소고기는 1만5415ℓ나 된다. 동물의 사육과 육류 생산에 소비되는 연간 물 사용 총량은 2422G㎥(기가세제곱미터)에 달하는데 그 중 98%가 사료용 작물 경작에 사용된다. 이렇게 막대한 물을 소비해 생산한 사료를 먹고 또 얼마간 직접 물을 음용하는 양도 있으므로, 소고기 생산에만 매년 거의 807.7G㎥(8077억 세제곱미터)의 물이 소비되고 480G㎥의 물이 젖소 사육과 유제품 생산에 소비된다. 
 
육류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세계적 육류 생산 사슬의 복잡한 연관 분야를 생각하면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주요 육류 생산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보면 육류 생산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영리기구 GRAIN이 주도한 연구(「Big meat and dairy’s supersized climate footprint」, GRAIN, IATP and Heinrich Boll Foundation, 2017.)에 따르자면, 2016년 세계 3대 육류 생산기업(JBS, Tyson, Cargill)의 탄소 배출량은 484Mt(메트릭톤)에 달했다. 이것은 같은 해 프랑스의 총탄소배출량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한편 상위 20개 육류 생산기업의 총탄소배출량은 932Mt에 달했는데 이것은 같은 해 독일의 총탄소배출량 902Mt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생활인의 대안 식탁

 
 
세계보건기구(WHO)는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 권장식단의 실천을 ‘가장 확실한 기후변화 대응활동’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스쿨 식량의 미래 연구팀(Oxford Martin Programme on the Future of Food)은 WHO의 권장식단, 여기서 좀 더 나아간 채식, 그리고 완전 채식 3개 식단의 실천이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29~7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Analysis and valuation of the health and climate change cobenefits of dietary change」, 2016.)한 바 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육류 생산에 소비되는 물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음용수를 생수에서 수돗물로 바꾸는 것도 추가할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대부분 70%를 넘는다. 독일처럼 수돗물 직접음용률이 84%를 넘는 나라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 수돗물 직접음용률은 17.4%에 불과(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2020 주요업무계획)하다. 수돗물을 대체하고 있는 생수(먹는샘물)는 수돗물보다 556배, 정수기물(얼음정수기 사용)은 수돗물보다 7300여 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생수 1㎥를 이용하는 경우 104.5kgCO₂의 탄소가 배출되지만, 수돗물 1㎥를 이용하면 0.188kgCO₂만 배출(『수돗물 음용 제고의 사회·경제적 효과』, 2017.)될 뿐이다.
 
“별 생각 없이 먹고 가끔 맘이 불편해요.” 이런 고백은 단지 비만과 성인병 고민 때문에 나오진 않는다. 기후변화시대, 육식이 불러온 환경문제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는 생활인이 취할 가장 확실한 생활 속의 기후변화 대응은 바로 먹고 마시는 식탁의 기본을 바꾸는 것이다. 채식과 수돗물 직접음용이 기후변화시대 생활인의 대안 식탁을 이루는 근간이 돼야 한다. 소띠 해다. 우리 모두가 완전채식에 이르지 않아도 된다. 소고기 회식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