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은 언제 오는가

 
2017년 지금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와 나산리 주민들은 봄을 맞지 못하고 있다. 40년 전 원전 때문에 살던 곳을 빼앗기듯 넘겨준 주민들은 고향과 선산을 버릴 수 없어 그 인근에 터를 잡아 살아왔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오죽하면 고향을 떠나겠다고 하겠습니까. 이정도 희생했으면 됐잖아요. 얼마나 더 참고 살아야 합니까.” 3년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천막농성까지 나선 주민들은 절박하다. 마을 곳곳엔 빈집이 늘어가고 문 앞에는 임대한다는 쪽지만 나붙어 있다. 남은 주민들도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다. 원전 옆 땅과 집을 제값 주고 팔 수도 없고 간혹 임자가 나타나도 어디 가서 전세도 못 구할 정도로 값을 부르니 떠날 수가 없다. 이게 다 원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들에게 봄은 올 것인가. 
 
 
“이 동네로 시집왔지요. 월성1호기 자리가 원래 집인데 원전 생긴다고 지금 이 자리로 옮겨왔어요. 원전 처음 생기고 원전에서 수증기가 막 올라오면 신기해서 아이들이랑 옥상에 올라 구경도 했어요. 그땐 그게 위험한 것인지 몰랐을 때니까. 이제 창문 열기도 무서워요. 전에는 지하수 먹었는데 그것도 못 마시고 생수 사먹어요.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이 건물에 저만 삽니다. 가게들 빈 지 오래 됐어요. 월세를 낮추고 내놔도 안 들어와요. 저 위험한 게 바로 옆에 있는데 누가 들어와서 살겠어요. 바라는 거요? 제발 저 원전 안 보이는 곳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세요.”(석분흠, 65세)
 
 
“그때 몬 나갔다. 땅이 있는데 어떻게 나가나. 원전 반경 914미터 안에 있는 땅은 보상 받았는데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보상이고 뭐고 없었다. 그땐 정부가 하는 일이라 반대도 몬했다. 젊었을 땐 먹고 살라고 원전에서 일도 했다. 보호장비가 뭐꼬, 작업복만 입고 했지. 페인트도 칠하고 쓰레기도 치우고. 근데 그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에 암으로 죽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이 그런다, 할배는 특이체질이라 멀쩡한 거라고. 그래도 여기서 나가고 싶다. 도대체 왜 이주를 안 시켜주는지 모르겠다.”(김재규, 80세)
 
 
“내 평생 처음 겪는 지진이었어요. 집안에 누워있는데 집이 1미터는 왔다 갔다 한 것처럼 흔들렸어요. 근데 더 무서운 건 월성 1호기가 사고날까봐 그게 더 무서웠어요. 처음에 월성1호기 지을 때만 해도 30년 되면 뒷산 파서 묻어버린다고 했어요. 수명이 30년밖에 안된다고. 근데 30년 지나도 계속 가동하고 있잖아요.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수명 연장해 저 고철 덩어리를 계속 돌리고 있어요. 매년 주민지원금이라고 몇 억씩 주는데 그 돈이 주민들한테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돈 때문에 싸움 나고 사람 죽기까지 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주민들 이주시켜주면 되잖아요. 2~3킬로미터 안에 있는 주민들 이주시켜 달라는 게 그리 큰 요구입니까.” (하진용 79세 / 서준필 68세)
 
 
“원전 들어와서 마을 반이 철거되고 그나마 남은 집들도 폐가가 되고 있어요.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월성 1호기 건설 때 우리 땅이 반이나 수용 당했어요. 거의 강제수용이죠. 보상 받아서 논을 샀는데 그 때 산 가격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같아요.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땅값이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것도 팔리지가 않아요. 생돈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원인 제공자가 주민들 이주할 수 있게 주민들 땅과 집을 사달라는 겁니다.” (김진일 69세)
 
 
“저기 안쪽부터 월성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에요. 월성4호기는 우리집에서 1킬로미터 정도 될 걸요. 우리 조상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산 지 450년이 됐어요. 선산도 이곳에 있어요. 근데 오죽하면 이곳을 떠나겠다고 농성하겠어요? 내 몸에도 삼중수소가 나왔어요. 14베크럴. 근데 신기한 게 원전이 안 돌아갈 때는 8베크럴로 수치가 떨어졌어요. 작년에 후쿠시마 피해주민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일본 내에서 후쿠시마 사람이라고 하면 결혼도 안 시킬 정도로 차별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괜찮아요. 근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여기 직원들 5000~6000명 정도 되는데 가족들은 여기 안 살아요. 밤이 되면 깜깜하고 다니는 사람이 없어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이 시골동네가 차들로 길이 막혀요.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어요. 주민들 이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세요.” (김진선 70세)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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