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후위기 책임투자’를 시작하라

지난 4월 20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국민연금 북부지사 앞에서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펼쳤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4월 13일 환경연합은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에 ‘기후위기 책임투자’도입을 제안했다. 이를 시작으로 4월 20일에는 전국 국민연금 19개 지사 앞에서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책임을 지는 투자기관으로서 역할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연금과 기후위기, 표면적으로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단어는 어떻게 조응하게 되는 것일까?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석탄발전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석탄발전은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실제로 한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이 약 60기의 석탄발전소로부터 배출되고 있다. 이렇듯 석탄발전이 단일 배출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출원이기 때문에 언제나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퇴출 1순위로 거론된다. 이는 세계적 추세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15개국은 이미 석탄발전의 퇴출을 공식화했으며 대부분 2030년 이전으로 시점도 명시했다.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니 석탄 발전의 퇴출이 불가피하다.
 
지구 온도 상승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상 높아져선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UN IPCC)’의 『1.5℃ 특별보고서』에서는 2050 탄소중립(Net Zero)과 2030년 배출 절반(2010년 대비 45% 감축)을 권고했다. 『1.5℃ 특별보고서』의 보수적 접근을 비판하는 연구자나 활동가들도 많은 만큼,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적 재앙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온실가스 저감 경로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 보수적 저감 경로를 분석하다보면, 한국을 포함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은 늦어도 2030년 전에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은 아직 기후위기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할 만한 석탄퇴출이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관련된 계획도 없다. 그 까닭으로는 과감한 탈석탄 정책의 부재, 국내 에너지·전력 시스템의 경직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흔히 간과되는 문제는 바로 ‘돈’이다. 석탄발전소를 건설·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무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수익을 목적으로 ‘기후위기’에 투자하며, 석탄발전소의 빠른 퇴출에 방해 요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에 10조 원 투자한 국민연금

 
국내 금융 기관들이 지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간 석탄발전에 투자한 금액은 약 60조 원이다. 그중 63%인 37.4조 원 가량은 민간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액 22.2조 원을 한참 상회했다. 하지만 기관별로 순위를 매겨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적 금융기관인 국민연금의 투자액이 민간 금융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10여 년간 9조9955억 원의 자금을 석탄발전에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주로 주식, 채권 및 부동산, 대체투자(인프라 등)의 방식으로 석탄발전에 자금을 제공했고, 이 10조 원 가까운 자금은 대부분 국내의 석탄 산업에 투입되었다. 국민연금은 2021년 2월 기준으로 855조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의 금융기관이자 자본시장의 대통령과 같다. 국민연금의 투자 행위가 금융권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막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연금의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기금운용방식은 후진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국제적으로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금 캘퍼스(CalPERS), 스웨덴 국민연금(AP) 등 다수의 주요 연기금 등이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을 선언하고 있으며, 지난 3월 9일에는 국내 112개 금융기관(운용 자산 규모 5563조5000억 원)까지 ‘기후금융지지 선언’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 역시 2019년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 중 환경·사회 분야에도 중점관리사안을 지정하여 이를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책임투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중점관리사안 지정을 포함한 책임투자 방안 이행에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국민연금이 ‘기후위기 책임투자’하려면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즉, 국민연금은 그 규모와 별개로 원칙적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활동을 진행할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그 안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이행되어야 한다.
 
환경연합은 「국민연금 ‘기후위기 책임투자’ 도입 제안」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ESG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위기’ 지정 △석탄발전과 연계된 대상을 투자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지지 및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서명기관 등재가 그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TCFD 지지와 CDP 등재를 통해 기후위기와 관련된 재무 정보 공개 인프라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 과정에서 ‘기후위기’ 관련 사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도록 하여 석탄발전 같은 기후위기 유발 사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슈는 어떤 기준으로 투자 대상과 기후위기(또는 석탄발전)와의 재무적 연계성을 판단하고 ‘투자 배제’할 것이냐는 점이다. 환경연합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국내외 석탄발전 건설을 위한 모든 프로젝트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확장·유지를 위한 모든 프로젝트 △연간 석탄 사용량 200만 톤 이상인 투자대상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500만 톤 이상인 투자대상(또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20개 기업). 
 
앞의 두 기준은 향후 국내외에 석탄발전소가 신규로 건설되거나, 설비 개선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기화로 수명연장 시도하고자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준이다. 뒤의 두 기준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신규투자를 배제하도록 하여 석탄발전을 운영하는 것의 재무적 부담을 높이도록 하는 기준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 투자 활동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유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끝까지 책임져야

 
국민연금의 ‘기후위기 책임투자’는 단기간의 투자 전략 구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신규 투자를 배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이미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석탄발전과 연계된 자산을 처분·철회하는 것이 더 핵심적인 문제다. 환경연합은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기후위기 책임투자’ 이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장기과제 또한 제안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포함한 책임 투자의 대상 자산군 확대 및 기준 강화 △투자 제한 방식의 다변화 및 투자 제한 비중치 강화 △현재 보유 자산의 처분을 포함한 ‘2030 석탄 투자 철회 로드맵’ 마련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의 석탄발전은 2030년 이전에 모두 퇴출되어야 한다. 석탄발전 자체의 타임라인이 그렇다면 여기에 투입된 자금 역시 그에 맞춰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이 ‘기후위기’를 투자 의사 결정의 중점 요소로 파악한다면, 석탄발전이 퇴출되어야만 하는 시점에 맞춰 운용 중인 자산의 처분과 철회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조속히 ‘석탄 투자 철회 로드맵’을 마련하고 석탄산업계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또한 석탄발전을 포함하여 기후위기 책임투자의 대상이 되는 자산군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하고, 그 기준을 점차 강화해 나감으로써 기업들의 기후위기 책임경영을 유도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일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 배제를 포함해, 투자 제한의 방식을 다변화 하며 ‘기후위기 책임투자’를 유연하고 실효성 있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것이 공적 금융기관인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일 것이다. 
 
글 /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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