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준 따르는 재생에너지를 키워라

온배수의 신•재생에너지 둔갑술 깨려면

 
국내 에너지 정책은 경제 및 산업육성과 물가안정의 측면을 우선 고려하여 값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값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정책적으로 억제하는 경향이 있었고, 실제로 국내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그 결과 최종에너지 중 산업부문의 소비 비중이 2007년 57.5퍼센트에서 2012년 61.4퍼센트로 증가하면서 산업부문이 전체 에너지 소비를 주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종 에너지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용량 화력과 원자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고, 신•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정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는 청정에너지로서 온실가스 감축 등 여러 장점이 많음에도, 경제성이 떨어지고 불편한 에너지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다.
 
 
 

발전차액지원제 포기로 중소 시민주도 발전 급락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은 대표적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로 볼 수 있다. FIT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전력 가격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발전사업자에 대하여 발전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이후 FIT를 계속 시행해 오다가 발전사업자 간 시장경쟁 강화와 발전차액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FIT제도를 RPS 제도로 대체하였다. RPS 제도는 500메가와트 이상 설비용량을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시행중인 RPS는 정해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비용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급비용이 낮은 신•재생에너지로 투자가 편중될 우려가 있고, 중소규모 시민주도형 사업 추진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국내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통합한 용어로서 자연에서 얻는 태양광, 풍력부터 수소, 연료전지, 석탄가스화 등 새로운 에너지 기술과 폐가스, 정제연료유 같은 화석연료도 포괄하고 있다. 또한 폐기물에 생물기원 재생에너지 외에도 화석연료에서 기원한 폐가스, 정제연료유, 시멘트 킬른 보조연료 등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분류는 국제기구 및 주요국가의 재생에너지 분류에서 제외하는 신에너지와 폐기물 중 비재생폐기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신·재생에너지 통계와 국제 기준의 통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2012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폐기물은 약 60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폐기물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하면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2년 3.66퍼센트이지만,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1.4퍼센트로 대폭 낮아진다.
 
신·재생에너지 분류 기준에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은 지열 중 히트펌프, 수력 중 양수발전 및 대수력, 폐기물 중 산업폐기물, 도시폐기물, 폐열 등의 포함여부이다. 히트펌프의 경우 미국, 독일,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에 포함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나 기관은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지하의 열온도차를 히트펌프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에너지절약기술에 가깝다. 그래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심부지열만을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 또한 폐기물 에너지 중 화석계 폐기물은 열분해하거나 고체화하여 연료로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포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발전소의 냉각수로 활용되고 버려지는 온배수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발전소 온배수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하고, 발전소에서 인근 농가 등에 온배수를 이용한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경우 RPS 의무이행으로 인정하여 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찬성하는 입장은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가 환경성 및 입지규제 등으로 원활한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RPS 의무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사들에게 의무이행수단을 확충하고, FTA 확산에 따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농가 지원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반대 입장은 발전소 온배수는 재생에너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온배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더 많이 태워야 하는 모순과 발전소 온배수 등장은 태양광과 풍력 등 기존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산업과 투자 위축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은 신에너지와 비재생 폐기물을 포함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의에 따라서 정책을 입안하고 통계를 수립하다 보니 국제 통계체계와 괴리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정부지원의 분산으로 재생에너지의 효과적 보급 및 육성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황은 향후 목표 설정에도 그대로 왜곡되어 반영될 수밖에 없다.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상 2035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인 11퍼센트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분류기준에 따를 경우 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기준 무시한 제멋대로 한국 신•재생에너지

 
위와 같은 국내현실 속에서 향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국제적 기준에 맞게 신·재생에너지를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 2013년 7월 법률 개정을 통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정의)에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법률 개정에 따라서 IEA와 한국 정부 간의 통계의 불합치를 해소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게 재생에너지 통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정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및 범위에 해당하는 폐기물에너지 중에서 화석연료 기원인 비재생 폐기물에너지는 제외하여 국가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 보급을 위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고 신에너지는 다른 법률체계에서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기술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하여 국내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 27개국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퍼센트 높이는 정책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11퍼센트로 유럽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보급목표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일은, 시민참여형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노력하는 지자체를 지원하고 도시에서 시민주도형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주로 태양광)를 확대하기 위해 중소규모(태양광의 경우 100킬로와트 이하) 발전소에 대한 촉진책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주도형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대규모 발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여 별도의 쿼터를 두거나 중소규모 발전소 전기에 대해 1킬로와트시(kWh)당 50원을 지원하는 서울형 햇빛발전 지원 사업을 양성화,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도심에 태양광발전소가 쉽게 입지할 수 있도록 공공건물 옥상이나 환경기초시설 등 시유지 임대료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 서울시는 기존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서 규정한 방식대로 임대료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조례 개정을 통해 시유지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때 1킬로와트당 2만5000원의 임대료를 부과하여 시유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을 활성화하고 있다. 
 
 

시민 발전소 확대가 해법이다

 
시민들로 하여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전환과 사회적 수용성 제고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과 간헐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불편한 에너지라는 인식과 오해가 있다. 심지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비판과 오해가 편견을 조장하고 확산하여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주민 수용성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중대한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화석연료 및 원자력계의 비판과 오해를 극복하고 주민 수용성, 나아가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려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제공 및 교육, 사회적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러 곳에 분산된 재생에너지 홍보기능을 통합하고 신·재생에너지 홍보예산을 확충하여 전문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전문기관은 신·재생에너지 산업계 협력을 기반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활용한다면 효율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yooneffec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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