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들을 재생에너지 이해당사자로

제주 강정마을에 설치된 분산형 태양광발전소 Ⓒ주용기
 

#1 제주 강정 마을 사례

 
지난 3월 1일, 제주 성산지역의 조류 조사를 마치고 제주 강정 마을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하루를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을 보는데 바로 앞 주택 지붕에 태양광발전용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맑은 날이라 센터 옥상에서 한라산을 조망하기 좋을 듯했다. 한라산 정상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다. 시야를 돌리는데 강정 마을 집집마다 태양광발전용 패널이 설치된 게 보였다. 늘 보던 것이었는데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주택 지붕과 마당마다, 멀리 교회 건물 옥상과 강정초등학교 건물 옥상, 농협 건물 옥상에도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고 보니 평화센터 옥상에도 당연한 듯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안내판을 확인해 보니,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와 제주도가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 마을에 ‘2019년 융복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재정 지원을 해서 2020년 6월 30일에 설치를 완료했다고 적혀 있다. 산자부와 제주도가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지어 강정 마을이 쓰게 한 것보다 이렇게 소규모 분산형으로 마을 건물의 지붕이나 마당에 설치하도록 도운 것은 좋은 정책이고 지원사업이다 싶다. 
 
마을 주민을 만나 태양광 패널에 관해 물어봤다. 매달 전기료가 지출되지 않아 생활비 부담이 줄었다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 건물 소유자가 이같이 정부 지원으로 설치한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두 소비하면 당연히 전기료 지출할 일이 없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전력 생산량보다 사용량이 적으면 남은 전력을 건물 소유자가 다른 소비자나 한전에 판매할 수 없고 그 남는 전력으로 생긴 이득을 정부가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태양광발전 시설의 소유자가 사용하는 전기를 절약해도 건물 소유자에게 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전력절약의 유인이 없어진다. 시급히 사용 후 잉여 전력 판매 수익금이 각 건물 소유자에게 돌아가도록 정책을 바꾸는 것이 재생에너지 전력 확대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니즈를 키우는 길일 것이다. 
 
정부가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함으로서 정부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이런 지원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사실 원래 정부는 강정마을 앞에 해상풍력을 건설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분산형 태양광을 마을에 설치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정부가 소규모 분산형으로 태양광발전 설비를 지원한 것은 잘한 정책이다. 주민 생활복지 지원사업이자, 주민소득 대체사업으로서도 기능하는 정책이라 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심화되는 한반도 기후위기 심화의 최전선인 제주가 재생에너지의 생활화를 도모한 귀한 사례이기도 하다. 
 

#2. 두어리 마을 사례

 
2012년에 고창군 심원면 두어리 마을도 집집마다 태양광발전용 패널을 설치했다. 필자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직접 이 마을의 역사에서 살림살이까지 마을조사를 한 뒤 2011년 2월에 마을지를 발간한 바 있다. 마을조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친분을 쌓게 됐다. 마을지 발간 이후 주민들에게 생활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씀드리면서 ‘태양광발전용 패널 설치’에 관해 알려드렸다. 주민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우선 비용도 많이 들고, 이전에 마을 앞 폐염전부지에 사업자가 태양광발전용 패널을 설치하려 할 때 주민들이 반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반대를 해놓고 이제와 마을에서 태양광발전설비를 들이면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설치비 일부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고, 개인사업자가 마을의 공공자산으로 볼 수 있는 대규모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차리는 것과 소규모 분산형으로 집집마다 마당과 지붕에 설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라고 다시 설명하고 “다른 마을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견학을 다녀오자!”고 제안을 드렸다. 서로 신뢰가 있던 처지여서 제안을 받아주셨다. 당시 전현직 이장님, 노인회장님 등 다섯 분과 함께 승용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부안군 주산면 갈촌리 화정 마을을 방문했다. 
 
2012년 고창군 심원면 두어리 마을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주용기
 
화정 마을은 40호 가구의 마을로 정부로부터 전액 지원을 받아 3kW급 태양광 패널을 30가구에 설치했고, 태양열 온수기를 10가구가 설치했다. 화정 마을 견학 뒤 두어리 주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두어리로 돌아가는 길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설치비용을 전액 지원받지 말고 최소한 집집마다 100만 원씩 자부담을 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전력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 정도의 자부담은 모두 가능할 것이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두어리 마을은 마을회의를 통해 전체 67가구 중 자부담이 어려운 혼자 사시는 어르신 분들을 제외한 30가구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필자가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고창군의 관련 책정예산을 지원받는 방법을 알려드렸고 주민들은 발로 뛰며 태양광 패널을 마을 단위로 설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두어리 마을은 2012년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그린홈 100만호 그린빌리지 보급사업’에 선정됐다. 당시 가구당 태양광 패널 3kW 설치에 중앙정부 지원금이 137만 원, 전북도비가 100만 원, 고창군비가 100만 원, 그리고 자부담이 150만 원(패널 설치를 위한 토지측량비 45만 원 포함)이 들었다. 태양광발전용 패널을 설치하기 이전에는 전기료가 매월 5내지 7만 원 정도가 나왔으나 설치 이후 매월 5000원 내지 6000원 정도로 줄었다. 최근 가동 상황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설치 이후부터 지금까지 시설은 한 번도 고장 나지 않고 전력을 잘 생산하고 있었다. 주민 반응은 칭찬 일색이다. 두어리 마을의 성공을 본 인근 만돌리 마을도 태양광발전설비를 집집마다 시행했다.  
 

마을을 재생에너지 산업의 이해당사자로 만들려면

 
강정 마을과 두어리 마을의 사례는 중앙정부와 자자체가 어떤 형태로 태양광발전설비를 확산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소규모 분산형 방식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재정지원 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신속하게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정책적 강박 아래 대자본을 갖춘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면서까지 산과 농경지, 그리고 저수지 수면 등 지역의 공공자산이나 공적 공간에 대규모 단지형 방식의 설비 확대를 추진하다보니 생태계 파괴 등 문제를 일으키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 문제를 부르는 현재의 방식은 문제적이다. 
 
속도와 규모에 집착하면 그 어떤 정책사업이라도 거의 반드시 지역 생태계 파괴를 부르고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산림 훼손, 산림생태계 파괴, 급경사지 설비공사로 인한 토양침식과 붕락사고 빈발이 산림에 설치된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면, 논과 밭에 설치돼 농경지와 식량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저수면에 설치해 수생태계 파괴, 수질 악화를 부르는 역효과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속도와 규모에 대한 집착은 비단 태양광시설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인천, 전북, 전남, 제주도, 부산의 해상에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조류 영향, 그리고 해상풍력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육상의 소비지까지 전송하기 위해 필요한 송전탑 건설이 불러오는 환경적 위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육상풍력도 사정은 거기서 거기다.
 
속도와 규모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라 하더라도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시설을 대규모로 집중화해 설치하는 방식은 속도와 규모에 대한 단면적 고찰에 따른 잘못된 정책이다. 이런 방식은 재생에너지의 특징인 분산성을 떨어뜨려 화석연료 발전산업의 특징인 대규모 부지와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필요하게 만든다. 그런 시설의 건설 주체는 실제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이고 실제 소비자들은 생산된 전력이 재생에너지 전력인지 모르니 전력을 아낄 동기가 없는 상황이 된다. ‘내가 만든 녹색전력’이라는 인식이 ‘전력 절약’을 부른다. 그 어떤 발전방식이든 대형화되면 지역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소규모로 분산된 재생에너지만이 정답이다. 산, 농경지, 호수면, 해상, 간척지 등 대형 부지에 쏠린 시설 대상지 탐색을 생활의 공간으로 돌려야 한다. 마을이 대상이어야 한다. 마을의 생활공간이 발전지가 되어야 한다. 마을 집집마다 지붕, 벽면, 마당,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소형 풍력설비를 설치해서 자가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전력을 팔아 수익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2050년 긴급한 탄소중립 시한을 생각하면 쫓기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지 중심의 대형 발전시설 건설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정책이 시행된 결과 전국 곳곳에서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저항이 생겨났다. 주민들이, 시민들이 수용을 거부하는 정책은 결국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해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명분 아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예사로이 여기고, 절차 간소화라는 미명하에 대규모 집중화 방식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가 불러올 것은 단지 재생에너지 확산의 장애 정도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 그런 정책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민주주의의 실패를 불러온다. 마을이 에너지 전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마을 단위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건설을 지원하고 그들이 재생에너지 산업의 이해당사자가 되도록 권하고,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의 초점 변화’가 필요하다. 강정 마을과 두어리 마을의 지붕에서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들이 그러한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증거일 것이다. 
 
글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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