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저감하랬더니 수명 연장이 웬말?

지난 1월 25일 환경운동연합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미세먼지 주범 석탄발전 그만!’ 캠페인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그동안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30년 넘은 노후 석탄발전소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최근 석탄발전소의 가동 기간을 30년에서 40년으로 오히려 연장하겠다는 발전 공기업의 황당한 속셈이 드러났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는 물론 세계적인 탈석탄 추세와도 상반된 계획이다. 석탄발전소 가동을 10년 더 늘리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석탄발전의 수명연장 사업을 합리화하기 위해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미세먼지 저감 위해 설비 교체하라”

 
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정부는 2016년부터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석탄발전 미세먼지 대책’을 통해 30년 넘은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지 일정을 수립하고 가동 중인 발전소에 대해서는 터빈 교체를 포함한 성능개선과 환경설비 투자를 통해 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0기의 석탄발전소에 대한 대대적인 설비 교체를 위해 5개 발전공기업은 총 11.6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발전사들이 석탄발전 미세먼지를 저감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운 성능 개선 사업은 획기적인 대책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합리화하는 설비 투자임이 드러났다. 김성환 국회의원실에서 공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당진화력 1~4호기 성능개선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2018.5)는 당진화력 1~4호기의 설비 개선을 통해 설계수명을 2039~2041년까지 연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진화력 1~4호기의 최초 설계수명은 2029~2031년이다. 공공기관은 1000억 원 이상의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돼있다.
 
수도권의 코밑이라고 할 수 있는 태안반도 북단에 위치한 당진화력은 1999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현재 10호기까지 용량이 확대된 최대 규모의 석탄발전 단지다. 당진화력 중 가장 노후된 1~4호기에서는 한해 1200톤의 미세먼지를 배출된다(2017년 기준). 국내 경유차 30만 대에 해당하는 대기오염 배출량이다.
 

가동기간 늘면 배출 총량도 증가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소의 설비 투자는 점차 강화되는 대기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환경설비 개선을 통해 석탄발전 미세먼지를 상대적으로 저감하더라도 가동 기간 자체가 늘어나면 배출 총량이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함께사는길 이성수
 
실제로, 해당 보고서에서도 당진화력의 성능을 개선하더라도 2041년까지 황산화물과 먼지 배출량이 누적돼 각각 4600억 원과 330억 원의 마이너스 편익을 나타낼 것으로 평가됐다. 질소산화물만 유일하게 1조1천억 원의 편익이 있다고 평가됐지만, 이는 성능개선 후 당진화력의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LNG복합화력에 비해 무려 5.7배나 낮다고 계산한 결과라 매우 문제적이다. LNG화력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석탄발전에 비해 낮거나 적어도 유사한 수준이다. 더구나 온실가스 저감은 1조7천억 원의 마이너스 편익을 나타내 총 6250억 원의 대기오염 저감 편익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평가됐다.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가동률을 떨어트려 유연탄의 연소량과 오염 배출량을 줄이거나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과 같은 대기오염물질 저감 장치를 개선하는 기술적 방안 크게 두 가지다. 
 
석탄발전의 가동률을 제한하는 방안으로는, 정부가 노후 석탄발전소에 대해 봄철(3~6월) 가동 중단을 하는 대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4개월간 보령화력1·2호기를 가동 중단했더니 충남 지역에서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24퍼센트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냈다.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 실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의미다. 기술적 방안으로는, 보일러의 효율성을 높여 연소하는 석탄 연료량을 줄이거나 대기오염 저감 설비를 강화할 수 있다. 환경설비를 통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99퍼센트, 질소산화물의 80퍼센트, 황산화물의 95퍼센트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설비 투자비는 그에 비례해 크게 증가한다. 
 
설비 개선을 통해 미세먼지를 과감하게 저감하는 데는 과도한 비용이 드는 반면 대기오염 저감 편익은 낮다. 결국 낮은 경제성을 만회하기 위해 사업자는 석탄발전소의 가동 기한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명연장 위해 경제성도 부풀려

 
당진화력 예비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당진화력 1~4호기의 성능개선에 총 1조5068억 원(1기당 3767억 원)을 투자하면 총 15조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나마 대기오염 저감 편익이 없고 대부분 값싼 석탄 연료를 계속 태울 수 있는 데서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성능 개선을 하더라도 1조 원 가량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의 부정적 편익이 발생하지만 16조 원의 ‘연료비 회피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미세먼지 고통을 떠안긴 채 석탄화력 발전회사의 수익만 올리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환경개선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사업자인 한국동서발전(주)의 입장에서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환경정책에 부응하여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편익이 있으며, 일반 국민에게는 대기환경 개선으로 인한 효용 증가의 편익이 존재한다”면서 사업자 입맛에 맞춘 듯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대체 누구를 위한 석탄화력 수명연장일까.
 
석탄발전 수명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성을 과도하게 부풀린 정황도 있다. 2041년까지 석탄발전의 가동률을 80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전제한 대목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수립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환경급전 등 규제 강화를 통해 석탄발전 비중을 36퍼센트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제시했고, 이에 따라 석탄발전 가동률이 불과 60퍼센트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과거 실적만을 기준으로 향후 20년 동안 가동률을 80퍼센트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진화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중부발전 역시 노후화된 보령 3~6호기를 성능개선 사업이란 명분으로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김삼화 의원실이 발전5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 (삼천포 5·6호기, 영흥 1·2호기) ▲한국중부발전 (보령 3~6호기) ▲한국서부발전 (태안 3~8호기) ▲한국남부발전 (하동 1~8호기) ▲한국동서발전 (당진 1~8호기) 등 총 30기의 석탄발전소에 대해서 환경설비 교체와 설비효율 향상을 통한 성능개선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탈석탄 로드맵 마련돼야

 
지난 1월 9일 당진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당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진화력수명 연장 추진을 규탄했다 ⓒ환경운동연합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물론 국내 석탄발전의 절반이 밀집한 충남도가 석탄발전의 수명을 25년으로 단축해 폐쇄하자고 공약한 상황에서 발전공기업은 석탄발전소의 수명연장이라는 후퇴한 정책을 진행 중인 것이다. 정부가 7기에 달하는 신규 석탄발전소의 추가 건설마저 용인한 마당에 30년 넘은 석탄발전소마저 더 가동한다면 시민의 호흡권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탈석탄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수명연장으로 귀결되는 석탄발전소에 대한 과도한 설비 투자보다는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환경설비 중심의 성능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석탄발전의 수명연장을 용이하게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소 수명관리 지침’을 폐기하고, 석탄발전소 조속한 퇴출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당장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담긴 3400만 톤에 달하는 발전부문 추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곧 수립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글 /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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