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피리 부는 후쿠시마 핵 마피아

2014년 6월호 『DAYS JAPAN』 표지
 

에피소드1. 『DAYS JAPAN』의 특집기사

 
지난 4월 석면문제로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다. 항만노동조합 지부 부위원장 출신으로 오사카노동안전센터에서 퇴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직업병 문제를 돕는 활동을 하는 나카무라 다케시 선생님 댁에서 이틀을 묵었다. 1989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스키장갑을 만드는 ‘아시아 스와니’라는 이름의 일본기업이 있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직장폐쇄를 해버렸는데 이에 항의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노동자를 돕는 활동에 참가한 것을 인연으로 나카무라 선생은 이후 매년 두세 차례 전주를 찾아 한일 노동자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틀째 되는 날 나카무라 선생님이 집에서 구독한다는 『DAYS JAPAN』이란 이름의 월간 사진잡지를 보여주었다. 전문 사진기자들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전쟁, 환경, 인권 등의 사회이슈의 생생한 사진을 담고 있었다. 이 잡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방사능 오염현장에 대한 표지특집을 실어왔다. 나카무라 선생님은 2014년 6월호의 표지기사를 살펴보라고 권했다. 기자가 직접 방사능측정기를 들고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오염지역 구석구석을 측정하여 인공위성 사진 위에 해당위치의 방사능수치를 표시한 기사였다. 후쿠시마 시가 위치한 지역 즉 사고원전으로부터 60킬로미터이상 떨어진 곳의 학교들의 등하교 길과 학교운동장의 방사능 수치가 체르노빌 사고원전으로부터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아 폐쇄된 프리퍄티 지역의 방사능 수치와 비슷했다. 
 
후쿠시마 시 지역은 사고원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하여 전혀 통행통제를 하지 않고 있는 곳이고, 체르노빌은 프리퍄티를 포함하여 반경 30킬로미터의 넓은 지역이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통행금지 구역이다. 놀라웠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넘어가면서 언론에서 관련 뉴스를 접하기가 어려워지고 점차 잊으며 막연히 괜찮겠지 하는 분위기다. 『DAYS JAPAN』의 특집기사는 사고지역으로부터 6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의 오염도가 체르노빌 인근 통제구역 오염도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후쿠시마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에피소드2. 백혈병에 걸린 사회운동가

 
지난 4월 오사카 방문을 하루 앞두고 놀랍고 슬픈 소식을 접했다. 오사카 지역의 산업보건운동가 가타오카 아키히코 선생님이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아니, 백혈병이라니! 순간 떠오른 것은 후쿠시마였다. 백혈병의 발병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방사능 노출이 유력한 원인 중 하나다. 4년 전인 2011년 4월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진 지 한 달 후에 나는 가타오카 선생님과 함께 언론인, 대학교수, 산업보건 및 환경운동가 등 7명으로 구성된 한일시민조사단을 꾸려서 현장조사를 한 바 있었다. 당시 60킬로미터 떨어진 후쿠시마 시에서부터 사고원전 인근까지 두루 다니며 원전피난민들의 삶과 쓰나미 사고현장을 3일 동안 돌아보았었다. 
 
그는 교토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30년 넘게 산업보건운동에 전념해온 사회운동가다. 일본사회가 석면문제에 눈을 뜨게 된 사건인 구보타쇼크를 석면피해자 유족인 후루카와 카즈코 선생과 함께 발굴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석면사용을 금지하며 기존에 사용한 석면을 추방하고 석면피해자운동을 펼치며 활발한 한일연대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사카 시내에 위치한 병원에서 가타오카를 만났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뒤라 머리가 모두 빠져버렸고 눈만 휑한 그가 말했다. “삼성백혈병 피해자인 황유미 씨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나도 그 신세가 되었잖아요.” 그는 병상에서 황유미 씨를 많이 생각한다고 했다. 그에게 말했다. “사실은 제가 작년에 양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어요. 그때는 설마 했는데 가타오카 상 백혈병 소식을 듣고 ‘이거 후쿠시마 방사능 때문이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멍하게 얼굴만 쳐다볼 뿐 자세히 말을 잇지 못했다. 백내장의 유력한 발병원인도 방사능 노출이다. 다른 요인이 겹쳐서 병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만 사고 직후 후쿠시마 현지를 돌아볼 때 노출된 방사능이 나에게는 백내장을 그에게는 백혈병을 가져다 준 것이 가장 유력한 원인이었다. 게다가 나는 1994년에 체르노빌도 다녀온 바 있지 않은가. 이 글을 쓰는 8월 18일 가타오카는 여동생으로부터 골수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다. 그가 후쿠시마발 백혈병을 이겨내고 석면추방운동가로서 다시 활동하길 소망한다. 
 
2011년 4월 후쿠시마 핵사고지역 한일시민조사단이 원전피난민 임시거주 시설에서 방사능검사를 마치고 ‘이상없다’는 확인서를 받아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3년 후 사진을 찍은 필자는 양쪽 눈에 백내장이 걸렸고, 사진 좌측의 가타오카 아키히코는 4년 지나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
 

에피소드3. 후쿠시마로 간 청소년들

 
지난 7월 28일 오전 전북환경연합이 전날 낸 보도자료가 환경연합 활동가들에게 전해졌다. 제목은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한일청소년문화교류단 170명 일본 후쿠시마 방문에 대한 전북환경연합의 우려와 당부”였다. 에? 아이들이 170명이나 후쿠시마에 간단 말이야! 내용을 보니 전주지역 청소년을 주축으로 일본 외무성이 지원하는 한일교류 프로그램인데, 하필이면 후쿠시마 지역이 답사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보도자료는 방문지역이 후쿠시마 현에서 비교적 방사선량이 낮은 지역이라고 하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 가더라도 비를 맞지 말고, 흙을 만지지 말고 현지 음식을 가져오지 말고 방사능 계측기를 휴대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전북환경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에게 상황을 물었다. “행사 주최 측에서 만나려고 하지 않아요, 참가학생의 학부모와 통화했는데 ‘모레 29일 새벽에 출발하는 일정이라 이제 와서 뭐라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하네요. 해서 가지 말라는 표현은 못하고 주의사항을 전하는 걸로 보도자료를 만들었어요.” 
 
후쿠시마에 가선 안 된다고 강력히 말리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미친 짓이다’로 시작되는 긴급성명서 “전주지역 청소년 170명을 방사능 오염지역 후쿠시마에 보내선 안 된다”를 이날 오후 5시 넘어 발표했다. 후쿠시마가 얼마나 위험한 지역인지 알리기 위해 앞서 소개한 『DAYS JAPAN』 기사와 2011년 4월에 후쿠시마를 다녀온 한일시민조사단 멤버들이 백내장과 백혈병에 걸렸다는 위 에피소드를 성명서에 담았다. 그리고 2011년 4월 사고원전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후쿠시마 시내에서 한일시민조사단이 직접 측정한 방사능데이터 3.66μSv(마이크로시버트) 사진을 소개했다. 연간노출한계를 시간당으로 환산한 0.11을 33배 초과한 심각한 오염도였다. 성명서 마지막 멘트는 “아이들을 사지로 보내서는 안 된다.”였다. 
 
늦게 낸 성명서였지만 파장이 컸다. 여러 언론에서 다루자 전북교육감이 나서서 가지 말라고 말렸다. 많은 학생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인데 주최 측이 협조요청을 하지 않아 교육청은 모르고 있었다. 한 언론에서는 주최 측이 수도권에서 아이들을 모으려다 항의에 부딪혀 지방에서 아이들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주최 측은 행사를 강행했다. 29일 새벽 2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주시내 공설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였다. 전북환경연합과 교육청은 공동으로 만든 안내문을 나눠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버스는 김포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이정현 사무처장에게 가지 않은 아이들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대학생 참가자 2명이 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갔고, 중고생 참가예정자 중 서너 명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대부분은 예정대로 후쿠시마행을 택했다.
 
지난 7월 29일 전주 아이들이 일본으로 떠나는 날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망각의 피해는 아이들에게

 
안타까웠다. 주최 측은 한일 지역 간의 문화교류라고 강변하지만 비난 받아 마땅했다. 핵의 위험에 대해 무지한 건지 아이들이 후쿠시마에 가는 걸 모르는 건지 학부모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인천공항에 나가 가지 말라고 적극 만류하고 싶었지만 주최측와 충돌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불상사가 날까 우려되었다. 해서 일본행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인 오전 10시에 앞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 청소년을 후쿠시마 핵 모르모트로 삼는 일본 외무성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준비했다. “기어이 아이들이 후쿠시마로 간다고 한다”로 시작했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내용을 담았다.   
 
첫째, 참가자 학생본인과 학부모는 시민사회와 교육청이 제공하는 자료와 언론보도를 살펴보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이번 행사참가를 재고하기 바란다. 일부만이라도 일본행을 취소하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둘째, 행사주최 측은 일본 현지 프로그램에서 후쿠시마 방문 프로그램을 변경하여 아이들이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가지 않도록 배려하기 바란다. 셋째,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귀국 직후 국가방사선방재센터(서울 원자력병원)에서 방사능 안전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계 당국은 이를 위한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도교육청은 방사능건강영향을 추적하는 장기간의 추적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수사당국은 어떤 경로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행되었는지 조사하여 행사 주최 측의 불법, 탈법적인 행위가 없었는지 파악해야 하고, 교육당국 등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외교당국은 일본 외무성에 항의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는 이번 행사의 배후에 일본정부가 있다고 본다. 이번 행사는 순수한 민간차원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일본 외무성이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정부와 후쿠시마 지역사회가 핵참사로 얼룩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의 지방도시 중고생과 대학생 등 청소년들을 핵볼모로 삼은 것이라고 본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후쿠시마와 한국 측 문화교류 단체들은 일본의 핵마피아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전주지역 참가예정자 7명을 제외한 150여 명의 청소년들이 후쿠시마와 동경 등을 열흘에 걸쳐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들에게 위에서 지적한 대로 방사능 안전점검이 실시되었다거나 행사 주최단체를 수사한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후쿠시마를 또 잊으려고 하는 것이다. 전북도육청에서라도 이들에 대한 장기 건강추적모니터링을 진행하기 바란다.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사용된 이미지는 최근에 개봉한 영화 『손님』의 후반부 장면에서 차용했다. 일본의 핵마피아가 부는 핵피리에 홀린 아이들이 따라가는 모습이다. 
 

글·사진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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