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부르는 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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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1일에 이어 지난 1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시작됐다.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이 발생한 이후로 두 번째 훈련이다. 1차 때는 548만 킬로와트(kW) 분량, 원전 5개 반 분량을 간단히 줄였다. 이번에는 아직 통계가 정확히 잡히지는 않았지만 777만kW, 거의 원전 8기에 해당하는 분량의 전기를 줄였다는 보고다. 기기를 바꾸지 않고 절약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원전 수기 분량의 전기를 줄일 수 있는데, 왜 전기가 부족하다고 할까.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올해는 여느 해보다 한파가 심한 가운데 원전 가동 수가 적어서 전력난이 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원전은 4기다. 원자로 헤드 관통관 균열 문제가 발생한 영광원전 3호기, 수명이 다해서 멈춘 월성 1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문제로 중단된 울진 4호기가 그것이다. 해당 부품 중 위조 부품이 97퍼센트를 차지한 영광 5, 6호기의 경우 전력난 여론에 힘입어 우선 확인된 부품만 교체하고 연말연초에 가동을 시작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상임 민간위원이 영광 5, 6호기 가동은 법에 어긋난 것이라며 위원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무리하게 재가동을 결정했다. 전력난 때문에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울진 1호기는 계측기 고장으로 다시 멈춰서 버렸다. 결국  원전이 부족해서 정전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전 때문에 정전 위험이 있는 것이다. 

정전과 블랙아웃, 10만kW만 있어도 괜찮아
우선 ‘정전’과 ‘블랙아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정전은 송전선이 번개를 맞아서 발생하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전봇대가 넘어져서 선로가 끊기거나 도로공사 중 굴착기가 지하 송전선로를 건드렸을 때도 발생한다. 변전소의 결로현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정전은 오래가지 않는다. 수십 분 또는 수 시간 내에 복구가 가능하다. 문제는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전체 송전망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경우다. 그게 블랙아웃(계통 붕괴)이다. 문제가 생긴 지역의 송전선로를 차단해서 해당 지역을 복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차단이 늦어지거나 이런 경우가 여기저기 발생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순식간에 전체 송전망으로 문제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역적인 정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모든 전력시스템이 정지되는 ‘블랙아웃’은 복구하는 데 빠르면 3일에서 10일까지 걸릴 수 있다. 
예비전력이 400만kW이하일 때부터 경보를 발령하고 100만kW 이하로 예비전력이 떨어지면 ‘심각’ 단계의 경보가 발령한다. 하지만 예비전력 10만㎾만 있어도 정전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비전력은 그날의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되는 시점에서의 남는 전기량이다. 최대전력소비는 하루 중에 두세 시간으로 보고 있지만 최대전력소비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전기가 일단 부족해지게 되면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기가 부족한 지역의 송전망을 전체 송전망에서 탈락시키고 나서 다시 전기를 공급하면 된다. 가정에서 갑자기 전기 과부하가 걸렸을 때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가고 다시 차단기를 올리면 회복되는 이치다. 
이를 위해서 한전에서는 송전망을 24시간 컴퓨터 화면으로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지역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지역을 다른 지역과 송전선로를 차단하고 즉시 복구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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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정전 위험 요소는 불안전한 원전
전기 수요는 예측 가능하다. 수십 년간 계절별로,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소비패턴이 반복되고 일정한 추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전기 수요를 일으키는 환경 역시 예측이 가능하다. 예상 전기 수요는 오차가 별로 없다. 공급에서 예상과 달리 갑자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정전발생의 위험요인이 된다. 100만㎾짜리 대규모 발전소,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고장이 발생해서 갑자기 송전망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문제다. 대용량 원전이 갑자기 전기 공급을 멈추게 되면 지역 송전망 차단으로 복구할 수 없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 원전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가동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만약에 울진 1호기가 최대전력소비시간대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가동이 중단되었다면 정전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 대용량 원전이 오히려 전기 공급 체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전력난은 전력소비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전력난을 우려할 만큼의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하는 날은 1년 중에 며칠이고 그 며칠에서도 한두 시간이다. 여름에는 한낮에 더운 열기 때문에 발생하는 냉방전기 수요로 오후 3~4시쯤에 발생한다. 겨울에는 전기난방 수요로 오전 10~11시에 발생한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제히 조명과 컴퓨터, 복사기 등 전기제품을 사용하고 식당에서는 점심 손님을 맞기 위해 가게들이 일제히 전기난방 스위치를 올리는 시간대다. 전력수급 경보는 이때를 위한 것이다. 

공포심 조장하는 정부
전기 소비가 늘어나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관심’ 단계 발령을 내리는 것과 함께 전기요금을 두 배쯤 올리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당연히 전기 소비를 줄일 것이다. 최대전기소비 시간을 피해서 전기를 소비할 것이다. 전기제품의 사용이나 전기를 이용한 공장 업무도 전기 소비가 적은 시간대로 분산해서 사용할 것이다. 전력난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비용도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싼 것에 더해서 전기 소비가 아무리 늘어도 요금 변동이 없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계와 상가 등 일반 건물이 쓰는 전기요금은 누진제도 없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보니 벽이 온통 유리인 건물이 최신 건물로 등장하고 있다.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에 더 추운 이런 건물들이 냉난방, 환기 모든 것을 전기로 사용한다. 
원전비중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가 원전단가가 싸다는 것이다.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전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싼 전기요금으로 전기 사용이 필수적이지 않은 난방이나 건조 등에도 전기가 쓰이고 있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가동으로 인한 사고 비용, 핵폐기물 비용, 폐로 비용, 환경오염 비용 등은 과소 책정되어 있거나 전혀 책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미래세대에 미루고 있는 셈이다. 
원전 산업계에서는 독일이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비판하지만, 그런 독일이 우리보다 더 잘 살고 행복지수도 더 높다. 전기요금 싼 게 국민들 삶의 질 개선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특정 에너지다소비층에게는 특혜를 주는 구조다. 에너지 다소비층에게 주는 특혜로 한국전력공사는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다 보니 전기소비가 늘어날수록 적자를 기록한다. 산업계가 2011년에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으로 받은 특혜가 2조 원이 넘는다. 작년까지 비공식 누적 적자가 10조 원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에너지빈곤층이 쓰는 전기는 기껏해야 한 가구에 2~3만 원 수준이다. 가정용 전기를 통틀어도 전체의 1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전기 다소비층이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 빈곤층의 핑계를 대는데 이들에게는 다른 지원정책을 쓰는 게 맞다. 
전력시장에서 시장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니 정부가 할 일이라곤 전력난 공포감 조성이다. 전기가 부족하니 지금 전기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정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겁 주는 것이다. 
원전이 중단되어 전력난이 발생했다며 국민들을 겁주면서 한편으론 전기 다소비업체와 건물에다가 지원금을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산업체와 상업건물의 1킬로와트시(kWh)에 대한 전기요금이 70~80원대 인데 이들 대규모 전기 소비업체들이 1kWh 줄이면 150원가량 지원금을 준다. 올해 이렇게 주는 지원금만 4000억 원으로 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다. 이런 지원금은 기계의 효율을 향상시켜서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못한다. 그때 잠깐 뿐인데다가 아까운 국민세금 낭비다. 정책만 제대로 만들어 적용해도 되는데 말이다. 

핵 전기 소비 줄이는 방법
이제는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보자.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될 때 잠깐 가동할 수 있는 소규모 가스발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형 건물에 있는 비상용 자가발전설비만도 원전 19기 분량으로 6만 대가 넘는다. 웬만큼 큰 공장들도 자가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전력난이 예상되는 몇 시간만 주요 대규모 전기 소비자들, 대형 건물, 백화점, 큰 공장들이 냉난방기 온도를 조정하면 된다. 난방기 온도를 1도만 조정해도 원전 1기 분량을 절감할 수 있다.
산업계의 저효율 전동기를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것만으로도 7~8퍼센트의 전기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번 쓰고 마는 지원금이 아니라 효율을 높이는 데에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전기난방을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1년 최대전력소비에서 전기난방 비중이 25퍼센트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을 가동해서 생산한 전기가 30퍼센트인데 이 대부분을 난방하는 데 쓰는 셈이다. 전기난방은 전체 에너지효율을 따지면 20퍼센트를 넘기 힘들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센터는 가스로 냉난방을 한다. 가스냉난방기의 효율은 70퍼센트를 넘는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가스냉난방기가 효율적이지만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전기냉난방기가 저렴한 현재의 비상식적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얼마든지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 사용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원전의 안전조사가 시급하며 원전 중심의 전력정책은 전력수요 관리와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국장 
yangw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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