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73] 탈핵 선행학습의 교훈

탈핵 선행학습의 교훈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지난 6월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력 위기상황에 대비한 민방위훈련이 실시됐다. 국가 규모의 절전훈련이라니 초유의 일이다. 전국 곳곳에서 냉방기가 꺼지고 전력 피크타임을 가정한 공장들이 생산 대신 점검 시간을 갖는 등 전력 사용을 중단, 감축했다. 20분간 한국표준형 핵발전소 4기가 생산해야 하는 전력 400만 킬로와트가 필요 없어졌다. 한국 사회 최초의 동시 절전학습이 이뤄진 것이다. 학습효과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다. 

우선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때문에 누적적자가 쌓여 괴롭다며 지난해 두 번의 요금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시 평균 13.1퍼센트의 요금인상을 요구한 한전의 입장. ‘국민 여러분, 전기 좀 아끼겠다고 에어컨 꺼보니까 힘들죠? 발전소 더 짓게 전기요금 좀 올려 주세요!’ 정부도 인상 쪽에 맘이 있다. 단지 산업계를 표적으로 평균보다 높은 20퍼센트대의 요금인상을 요구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럼 한전과 정부의 압박에 맞서는 산업계 입장은? ‘원가 대비 89퍼센트 수준의 전기요금을 내는 산업계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원가의 34퍼센트 정도로 싼 농업용 등 비산업용 전기의 저요금이 문제죠. 산업용은 전기세 빼 준 거 이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익에 보탬이 됩니다. 한전이야말로 1억 넘는 연봉자가 전 조 직의 7퍼센트에 이를 만큼 방만한 운영을 하면서 무슨 적자타령입니까. 한전부터 다이어트 시키죠!’ 이것이다.

억울한 건 국민이다. 국민들은 오랫동안 산업용보다 비싼 전기를 쓰면서 산업용 전기의 싼값을 지탱해줘 왔다. 전기요금 인상률이 10퍼센트가 되면 물가는 2퍼센트 인상요인이 생긴다. 결국 이래저래 국민들이 더 손해 볼 참이다. 그러니까 이번 민방위 절전훈련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한전과 정부의 꼼수요 퍼포먼스라고 불쾌해 하는 국민들이 많을밖에!

전기요금 인상의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핵발전소를 계속 늘려온 전력정책 탓에 전기가 남게 됐고 이 전기 소비를 촉진하려 요금 인하와 핵발전이 심야에 생산하는 심야전력 소비 촉진을 위한 심야전력제도까지 만들어 전력소비를 부추겼다. 그러자 싼 전기를 이용한 산업용 전력 소비와 민간의 전열기구 사용이 2000년도 들어 치솟기 시작해 결국 작년 가을 정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980년대로부터 30년간 이 땅에서 벌어진 게 그런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요금을 인상하면 그 돈은 발전소 추가 증설에 투여된다. 그 발전소란 게 2030년까지 현재의 21기 핵발전소를 더블로 만드는 걸 기본으로 하는 정부의 전력계획상 결국 도루묵! ‘핵발전소’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이루려면 정책 우선순위를 잘 지켜야 한다. 가장 먼저 핵발전 위주 전력공급정책 실패를 정부가 인정하고 탈핵으로 정책방향을 바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확대와 수요정책 확대에 나서야 한다. 둘째로 그간 국민 세금으로 싼 전기를 맘껏 쓰며 돈을 번 산업용 전기 사용자들에게 제값을 받아야 한다. 총체적인 전기요금 현실화와 왜곡의 보정은 그 다음이다. 이런 순서라야 한국의 전기요금은 정의로운 체계 위에 서고, 탈핵의 길도 가능하다. 일단 급하니까 가정용까지 포함해 모든 용도의 전기요금을 몽땅 올리고 보자는 주장은 사실상 핵발전소 늘리자는 얘기다.

이번 절전훈련을 한전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용 퍼포먼스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한 탈핵 선행학습으로 생각하고, ‘절전하면 핵발전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당장 낡은 핵발전소부터 줄이자고 국민들이 정부와 한전, 자칭 산업역군 전력 뻐꾸기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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