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 구멍에 사고까지 시한폭탄 한빛 핵발전소

한빛발전소 ⓒ함께사는길 이성수
 
요즘 한빛 핵발전소에서 계속해서 전해오는 소식들이 심상치 한다. 최근 1년 동안 한빛 핵발전소에서는 7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하였고, 원자로 출력 급상승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역대 최대 깊이의 격납건물 구멍이 발견되는 등 그동안 한국 핵발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였다.   
 
도대체 한빛 핵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있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10일경. 10개월간의 예방정비기간을 마치고, 재가동을 준비 중이었던 한빛1호기에서 원자로 출력이 제한치인 5퍼센트를 넘어 18퍼센트까지 급상승했다. ‘원자로 출력 급상승’은 중대 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이었기에 주어진 조건은 다르지만 체르노빌과 같은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한빛1호기 원자로 출력 급상승 사고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규제관리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설립 이래 최초로 한빛1호기 조사에 특사경을 투입하였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은 무기한 사용정지를 발표하였다.  
 
지난 5월 22일 영광, 고창, 전북, 광주, 전남 탈핵시민진영과 영광주민들은 한빛핵발전소 1호기 제어봉 조작 실패 사고를 규탄하고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원안위 조사결과, 원자로 출력이 5퍼센트 이상 급상승할 경우 원자로를 즉시 멈춰야 했지만, 12시간 이상 원자로를 가동하였고, ‘면허 없는 정비원의 제어봉 조작’, ‘관련 법령과 절차위반’,‘원자로 출력 계산오류’ 등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원안위는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을 인적 오류로 규정하면서, 인적 오류에 의한 재발방지대책으로 4개 분야 26개 과제를 발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심의·의결하였다. 
 
그러나 재발방지대책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과정도 없었고, 대책들이 아직 이행되기 전인데도 한빛1호기의 경우 CCTV만 설치하면 재가동을 허용하겠다고 결정했다. 매우 무책임하고, 우려스러운 결정이었다.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출력 급상승 사고의 주요 원인을 무자격자 정비원의 조작, 한수원의 운영지침서 위반 등 인적오류로 규정하며 이들의 위법 사항을 조사하는 데만 급급했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기술적 결함, 기동단계 현장에서 적절한 감독 업무가 수행됐는지 여부, 동적 제어봉 제어능 시험 실패 후 원인 규명 없이 다른 시험방법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적절성, 중요 시험방법을 14년 만에 변경·시험하는 과정에서의 적절성, 임계를 초과하여 18퍼센트까지 출력 급증한 사실에 대한 인지 여부, 한수원이 열 출력 값 판단을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와 다르게 주장한 이유, 제어봉 인출 결정시 원자로 차장이 반응도 계산 오류를 범한 이유, 계산 시 동료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 출력 급상승 5퍼센트 초과 사실 확인 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수동정지 조치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은 정황 등에 대한 분석을 피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저출력 운전 중 사고 평가 및 관리, 한수원의 축소·왜곡 보고에 대한 대책, 주제어실 출력표시기나 출력계산 소프트웨어 보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기술판단에 따른 규제조치 등 위험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핵심적인 대책이 빠져있다. 
 

그물인가 건물인가

 
지난 2016년. 고리3호기 등에서 격납건물 철판부식이 발견된다. 예방정비기간 중이었던 한빛4호기에서도 격납건물 철판부식이 광범위하게 확인되었다. 철판 부식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수의 격납건물 구멍을 발견되고, 이듬해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이물질까지 발견되면서 전국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이후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되어 2년여 동안의 조사활동이 진행된다. 
 
 
 
한빛핵발전소에서 발견된 구멍들. 현재까지 육안으로 발견된 것만 200개가 넘는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최근에 발표된 원안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빛3호기 98개, 한빛4호기 102개의 구멍이 발견되었다. 전국에서 발견된 격납건물 구멍 중에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이다. 그중에서도 최대 깊이 157센티미터, 폭 330센티미터, 높이 90센티미터에 이르는 동굴 수준의 구멍(한수원은 동굴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반론하였다)은 수많은 사건, 사고들로 단련된 지역민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사 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격납건물이 10센티미터 남짓 남겨두고 20여 년간 운영되었으니, 그 충격은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더 우려스러운 점은 구멍이 200개 이상일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높이 70여 미터, 둘레 폭 약 40~50미터의 커다란 격납건물에서 구멍을 찾는 방식이 너무나 원시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비파괴 검사 등 기계적 측정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벽을 하나하나 두드리는 소리에 의존하며 구멍을 판단하여 찾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구멍이 벽 바깥쪽이 아닌, 120센티미터 두께의 중간 부분에 위치에 있었을 때, 결코 그 구멍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구멍을 예상하는 이유이다. 
 
사실 한빛3, 4호기 부실에 대한 문제제기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한빛3, 4호기 건설공사는 1989년 12월 건설허가와 함께 최초 콘크리트 타설이 이루어진다. 당시 영광에서는 건설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1·2호기 건설과 달리 관리감독이 너무 어설프다. 감독들이 뭘 알고 하는지 모르겠다.” 는 등 3·4호기 건설과 관련하여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였다.
 
이후 종교단체에 많은 제보가 들어와 종교단체와 영광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부실공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당시 한전은 일부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의 일탈로 규정하였다. 또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제보자들과 영광군민들을 향해서는 “국가 기간산업설비 훼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도록 관계당국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라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지역주민의 증언이다.
 
이에 영광군민들만의 힘으로는 한전에 대항한다는 것이 힘들겠다는 판단으로 영광군민들의 의견을 영광군의회가 받아들여 국회청원과 국정감사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당시 한전에서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부실공사는 있을 수도 없으며 각종단계에서 걸러내게 됨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는 내용으로 거짓 보고하였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재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한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주민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진정한 재발 방지대책없이 재가동 안돼

 
계속되는 한빛 핵발전소의 사건, 사고로 지역주민들은 근심과 답답함을 넘어 분노에 이르렀다. 명쾌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인 규명 없이 원안위는 한빛1호기 9월 재가동 승인을 결정하였다. 한빛3, 4호기는 건전성 평가 후, 구멍 보강 작업을 통해 재가동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수급 상항이 어렵지 않고, 여름 이후 전력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발전소 재가동 계획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이유는 뭘까? 발전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즉 지역민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발전사업자 이익을 우선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지역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핵발전소는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고 바로잡지 않으면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크다. 한빛1호기는 또한 설계수명이 5년밖에 남지 않은 노후화된 발전소이다. 이러한 발전소를 정확한 조사와 안전대책 이행 없이 CCTV 설치만으로 재가동하게 된다면, 노후화로 인한 중대사고의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충분히 검토하여 수립해야 한다. 
 
그 전까지 한빛1호기는 무기한 정지시켜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재가동 승인 없이는 결코 가동할 수 없도록 규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빛 1호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핵발전소 전체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다. 
 
한빛3, 4기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0~ 1995년 한빛3, 4호기 건설 당시 영광에서 수많은 집회와 항의, 청원 등을 통하여 제기하였던 부실공사 등의 문제가 지금에 이르러 사실로 밝혀졌다. 이에 국가 차원에 진상조사를 실시하여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불법이나, 각 단위에서 잘못한 일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한수원 사장이 한빛4호기의 원인으로 부실시공을 인정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소재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노후화되고 물리적 결함이 분명한 핵발전소는 유사 시에 안전할 수 없다. 특히 인적문제로 인한 사고와 화재와 같은 특정 형태의 문제가 반복되어 핵발전소 운영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 엄청난 재앙이 따르는 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가족, 국민들을 지키는 방법은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뿐이다.
 
 
글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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