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원전이냐 청정영덕이냐' 주민투표 하루 앞둔 영덕은 지금

오전 11시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영덕읍은 의외로 조용하다. 대신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현장의 치열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주민투표 합법이다. 주민이 결정한다.” “박근혜 대통령 비난하는 도의원, 불순한 외부세력은 영덕을 떠나라” “한수원은 돈과 거짓약속으로 4만 영덕군민을 속이지 말라!” “박근혜 정부 성공 위해 투표 불참 약속하자” 등 현수막 전쟁이 치열하다. 주민들이 아닌 기업들이 내건 현수막도 상당수다.

 

삼성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두산중공업 등 굴지의 건설기업들은 원전 건설로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겠다며 마치 원전 건설이 확정된 것처럼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 건설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적지 않다. 국내 23, 24번째 핵발전소인 신월성 1, 2호기의 총사업비로 5조3100억 원이 투입됐다. 지역경제나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업 이익을 위해 신규원전 건설에 목을 매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후 2시

 “내일 주민투표에 꼭 참여해주세요.” 엄마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거리 홍보에 나섰다. 주민투표 홍보지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한 엄마는 “목포에서 왔어요. 영덕에서 목포는 가까워요. 이곳에서 핵발전소 사가 나면 우리 지역까지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우리 아이의 안전이 걸린 일인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요.”라며 말했다. 경기지역에서 온 엄마도 있다. “저도 아이의 안전을 위해 왔어요.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 원전의 위험성을 알았어요.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폐쇄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전기도 남아돈다고 하는데 원전을 짓지 않고 지금 있는 원전을 서서히 줄여나가면 언젠가 핵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왜 자꾸 신규 원전을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3시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와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투표 사수 및 4만 영덕군민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백운해 위원장은 “군사독재 정권에도 찾아볼 수 없는 방해공작에도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준비해왔다. 지금 이 시각에도 한수원은 투표장 주변에 현수막을 치고 내일 있을 주민투표를 어떻게 방해 할까 모략중이다.”라며 “내일은 잘못된 주민 의견 수렴을 고치고 주민 의사를 확인하는 기획이며 영덕군민의 주권을 되찾는 날이다. 군민들이 주인이라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 노진철 위원장은 “영덕원전유치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영덕군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주민자치와 민주주의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영덕의 발전과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라며 “11월 11일과 12일은 영덕군민들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날”이라며 주민투표장으로 나와주길 강력히 호소했다.

오후 7시

“그짝은 찬성이요 반대요?” 한 사내가 묻는다. 기자라는 말에 “나는 여기 사는 주민인데 요사이 외지인들이 많아졌어요. 현수막도 요란하게 걸리고. 근데 나는 아직도 결정을 못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내 나이가 50이 넘어요. 둘째 아이가 낼 모레 수능을 봐요. 아이를 생각하면 반대하는 게 맞는데 저도 은퇴가 코앞이라 일자리를 생각하면 원전이 들어오는 것이 나을 것 같고. 오전에 한수원 직원들을 만났는데 투표하지 말라고 하대요.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아 골치 아파요.” 옆에 있던 주민투표 자원봉사자가 말을 한다. “찬성을 하던 반대를 하던 그건 주민들 권리입니다. 주민투표는 영덕주민들만 할 수 있습니다. 주민투표에 꼭 참여하셔서 권리를 행사하세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영덕주민도 내일 주민투표를 기다리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