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안전할 때 꺼야 한다

원전은 안전할 때 꺼야 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 yangwy@kfem.or.kr


8O8O3947.jpg

10월 20일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린 ‘핵을 넘어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행사 ⓒ함께사는길 이성수


가을 들어 갑자기 원전 고장사고가 잦아졌다.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0월 2일, 오전 8시 10분께 신고리 원전 1호기가 제어봉 제어계통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더니 곧 이어 10시 44분께 영광 원전 5호기의 원자로도 정지되었다. 하루에 두 기의 원전이 고장으로 멈춰선 것이다. 

다행히 방사능 누출 등의 위험은 없다고 하지만 가동중인 원전이 자꾸 멈춰서는 것은 불안한 징조다. 특히, 신고리 1호기는 시운전 중에 8번의 고장 사고가 발생해서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그 중 2번이 제어봉 관련한 문제였다. 또한, 최근 들어 영광 원전 5호기, 6호기 등에서 제어봉 제어계통에 문제가 생겨서 가동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제어봉은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장치로서 가동중인 원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안전장치 중 하나다. 이런 제어봉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당장은 큰 사고가 아니지만 다른 자연재해나 고장 등과 같이 맞물려서 발생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제어봉 계통의 문제가 왜 자꾸 발생하느냐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근본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한 부품만 교체해서 다시 가동하게 되면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쓰리마일 어른어른 위기의 한국 핵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은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지 않고 열흘 만에 재가동을 강행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각각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하루 만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신고리 1호기는 문제된 부품을 교체하고 15일 오전 11시 가량 발전을 재개했지만 주급수 펌프에 문제가 발생해서 다시 가동이 중단되었다. 영광 5호기는 13일에 재가동에 들어가서 14일 출력 100퍼센트에 도달했지만 변압기 내 가스농도가 증가해서 출력을 87퍼센트까지 낮추면서 원인을 파악중이라고 한다.

가동하자마자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신고리 1호기는 2011년 2월 28일 상업가동한 신형 원전으로 개선된 한국표준형 모델(OPR1000)이고, 영광 5호기는 2002년 5월 21일 상업가동한 10년 된 원전으로 한국표준형 모델이다. 구형이나 신형이나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총체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 

주급수 펌프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공급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1979년 노심 일부가 녹아내리고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미국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쓰리마일 원전사고는 주급수 펌프의 이상에서 시작되었다. 신고리 1호기에서 문제가 된 주급수 펌프는 최근에 한국형원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위다. 영광 5호기가 지난 10월 2일에 고장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며, 신고리 1호기 시운전 중에도 2회 발생했다. 신고리 1호기와 같은 모델인 신고리 2호기의 시운전 중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변압기 관련 고장사고는 비교적 오래된 원전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제어봉 제어계통이나 주급수 펌프나 모두 원자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함에도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일하게 문제를 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해당 부품을 교체하고 가동을 강행하려다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이다. 

10월 29일에는 월성 1호기가 인적인 실수로 차단기를 잘못 내려 원자로가 긴급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단순 운전원의 실수만이 아니라 예비펌프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냉각수 온도가 섭씨 40도에서 150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백히 고장사고 보고를 축소한 것이다. 인적 실수만이 아니라 기계의 결함까지 있었지만 이를 누락하고 은폐한 것이다. 결국, 월성 1호기는 수명이 만료되는 11월 20일까지 가동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수명연장 승인을 받으면 재가동하기 위해서 준비중이다. 

그러다가 11월 5일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을 가지면서 고리, 영광, 울진, 월성 원전에 지난 2003년부터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237개 품목, 7682개 제품을 납품해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들 부품은 영광 5, 6호기에 대부분 설치되어 위조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서 원자로 가동을 중지시켰다. 영광 3, 4호기와 울진 3호기에 일부 설치되었고 나머지는 재고품으로 보유중이라고 한다. 이는 매우 경악할만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그동안 잦은 고장사고로 인한 부품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밝혀진 것인데 외부 제보가 있기 전까지 10년 동안 내외부 감시체계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지경부 장관의 거짓말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번에 적발된 부품은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원전의 핵심안전설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부품”이라며 원전 안전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미검증품은 모두 원자로 격납건물 외부에 있는 보조설비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즉,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주장인데, 이는 핵발전소 운영의 기본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로 격납용기 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되었는가. 문제가 발생된 기기는 1차 계통도 아닌 2차 계통, 3차 계통이었다. 외부 전원이 끊기고 디젤발전기가 물에 잠겨서 전원공급이 되지 않자 냉각계통이 멈췄고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풀을 식히지 못하자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발생한 수소로 폭발한 것이다. 

격납건물 내 주요 부품들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 핵발전소의 핵분열은 격납용기 내에서 일어나지만 전원 공급, 냉각기기 가동, 관련 기기 운전과 이에 관련한 모든 제어는 모두 격납용기 밖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번에 위조된 품질검증서를 사용한 부품들이 대부분 이 제어계통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제어계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원자로를 어떻게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황당할 뿐이다. 

핵발전소의 1차 계통은 원자로 격납건물과 1차 보조건물, 핵연료 건물을 일컫는다. 이 1차 계통에 총 5144개의 위조된 부품을 사용하였다. 지식경제부는 설사 해당 부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중화 시스템’과 ‘순차적 사고방지 시스템’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입장인데, 고리 1호기가 그런 다중화 시스템에도 정전사고가 발생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그런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에 문제가 있고 인적인 실수와 자연재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를 가정하면 결단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있어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수천 개의 위조된 부품을 사용해도 핵발전소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안전 불감증’ 사고방식과 문화가 더 문제다.


제어봉 관통관 균열 조짐 알고도 모른 채 한 원자력안전위 

지난 11월 9일, 이번에는 원자로의 제어봉 관통관(안내관 또는 유도관)의 균열이 역시 외부 제보로 또 드러났다. 늦장 보고와 사건 축소, 근거없는 안전성 주장은 여전했다. 광주환경연합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유은혜 의원에게 제보하고 유은혜 의원이 마침 위조된 품질검증서에 대한 현안 질의 시간이 마련되어 이에 대해 질의를 하니까 그제서야 한수원이 밝힌 것이다. 영광 3호기의 제어봉 관통관 84개 중 6개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국내 원전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제어봉 관통관 균열이고 지식경제부가 주장한 ‘원전 격납건물 내 주요기기’에서의 문제임에도 국회의원이 밝힐 때까지 함구한 것이다. 한수원은 4일 지식경제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구두 보고했다고 했으니 지식경제부는 위조 부품 사용 건에 대한 발표를 할 당시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지식경제부도 그렇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가동중에 발생한 사고이거나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더 경악할만한 일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04년부터 균열 조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관은 불량 합금인 인코넬 600으로 제작된 것이라서 균열 조짐을 보이기도 전에 파괴되는 파단사고가 발생해서 1990년대 이후에 전 세계 원전에서는 퇴출되고 있는 재질이다. 울진 원전 2호기가 가동한 지 2년 4개월 만인 2002년에 가동을 중지시키는 와중에 갑자기 1만6000개의 전열관 중 하나가 파단되어 10여분 만에 40여 톤의 냉각재가 쏟아져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균열 조짐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도 지난 8년 동안 가동이 끝난 뒤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점검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동하는 1년6개월 동안 파단사고가 발생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뻔 했다. 파단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퇴출되고 있는 인코넬 600합금을 우리나라는 한국형원전인 영광 3, 4, 5, 6호기와 울진 3, 4, 5, 6 호기는 물론 최신형인 신고리 1, 2 호기에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결함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인코넬 600합금을 사용한 원전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전력난을 핑계로 위험한 원전을 가동해서는 안된다. 일본 동경전력의 사례를 교훈삼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동경전력은 이미 10년 전에 원자로 균열 문제를 은폐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때부터 이미 대형사고는 예견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2002년 8월 30일 일본 동경전력회사가 20여 년간 핵발전소 주요 부위의 균열사고를 은폐하여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알려진 이 사건은 추가 조사를 통해서 29건의 균열 등 은폐 건이 더 발견했다. 결국 동경전력회사는 회장, 부회장, 사장을 비롯한 핵심 회사 책임자 5명이 줄줄이 사임하고 동경전력회사 소속 원전 외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예상되는 타 전력회사의 원전까지 포함해서 17개의 핵발전소가 장기 검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었다. 당시에, 동경전력의 원전 중에서 50퍼센트가 가동 중단되었지만 동경전력이 공급하는 동경 주변 지역의 전력공급에는 전혀 차질이 없어 사실상 일본 내에서는 원전이 필수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의 공감대가 이때부터 형성되었다. 


핵발전소가 보내는 안전위기신호에 눈감지 마라

지금은 원전의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한 안전 검사를 총체적으로 실시할 때다. 전력난을 이유로 안전점검에 소홀히 하면서 가동을 강행한다면 대형사고 발생이 아니더라도 언제 또다시 고장사고로 원전이 갑자기 중단될지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수요를 줄이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대규모 용량의 원전이 갑자기 전력계통망에서 탈락하는 것은 정전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안정적인 전기사용을 위해서라도 영광 3호기만이 아닌 전반적인 원전의 안전조사가 시급하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 현재 원전 안전은 외부제보와 사업자에 의존하고 있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무능한데다가 존재감이 없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없고 오히려 큰소리다. 

고장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수원이나 지경부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방사성물질 누출이 없으므로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은 고장사고 정도로 그친 것이 다행이다. 문제는 핵발전소가 계속 보내오고 있는 위험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오고 있는데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은 안전할 때 꺼야한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 사고, 큰 사고로 이어진 다음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