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방사능에 주민들이 피폭됐다

월성원전이 소재한 경주시 양남면 주민들의 몸속에서 방사성 물질이 100퍼센트 검출됐다. 양남면 주민 62명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62명 모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환경이 아프면 사람이 아프다”는 단순한 진리를 재확인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규모 검사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공식적인 대규모 조사에서 확인되긴 처음이다. 우리사회는 새로운 과제를 하나 떠안은 셈이다. 
 
양남면 주민뿐 아니라 월성원전에서 30킬로미터 거리를 두고 있는 경주 시내권 주민의 몸에서도 삼중수소가 18퍼센트나 검출됐다. 시내권 주민 125명의 소변검사에서 23명이 삼중수소 피폭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또한 경주지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며 피폭경로를 두고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월성1호기 반경 30킬로미터까지 주민과 시민들의 몸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정밀한 민관 합동 건강역학조사가 절실하다. 사진은 1만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서명이 담긴 만인소를 펼쳐들고 월성1호기 폐쇄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경주 시민들 ⓒ함께사는길 이성수
 
 

월성원전 반경 30킬로미터까지 삼중수소 피폭

 
경주 시민의 대규모 피폭 사실은 동국대학교산학협력단,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공동 연구로 결과로, 지난 8월 20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동국대는 전체 연구 설계, 조선대는 주민 500명의 소변검사, 원자력의학원은 주민 50명의 혈액검사(염색체 이상 빈도 조사)를 맡았다.
 
이번 연구는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감시기구)’에서 구성한 ‘삼중수소영향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의뢰로 진행됐다. 감시기구는 한수원에서 3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2012년 3월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주민들의 민원이었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많이 배출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문제가 처음 불거진 2009년 즈음에 주민들은 소변검사를 의뢰했다. 여기에서 삼중수소가 지속적으로 검출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주민들은 감시기구에 본격적인 조사를 요구했고, 원인 제공자인 한수원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 목적은 ‘월성원전 주변의 삼중수소 농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것이다. 연구는 총 500명의 주민을 표본으로 진행됐다. 월성원전 인근의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주민 250명, 대조군으로 경주시내 주민 125명, 울진군(경수로 원전 주변) 주민 125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가 진행됐다. 총 500명 중 분석과정에서 부적격 샘플로 판명된 5명을 제외하고 최종 495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원자력의학원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500명 중 무작위로 50명만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광범위한 방사능 피폭 확인은 큰 의미

 
지금까지 공개된 연구결과를 간략히 정리하면, ①월성원전에 가까울수록 소변의 삼중수소 농도가 높고 특히 발전소가 있는 양남면 주민의 경우 100퍼센트 삼중수소가 검출됨 ②발전소에서 3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경주 시내권 주민도 18퍼센트 비율로 삼중수소가 검출됨 ③울진원전(경수로)보다 월성원전(중수로) 주변 주민의 삼중수소 검출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남(월성 89.4퍼센트 vs 울진 40.3퍼센트), ④ 혈액검사(염색체 이상 빈도 조사)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주민들의 건강이상 유무를 확인하지 못함 정도다.
 
월성원전 주변의 삼중수소 피폭 실태를 대규모로 확인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양남면 주민의 100퍼센트 피폭은 나름 예상했으나 시내권 18퍼센트 피폭은 매우 예외적인 결과였다. 두 결과를 종합하면, 경주시내권을 포함해 월성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이상 권역이 일상적인 방사능 피폭 영향권이 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시내권 주민의 피폭 경로가 대기 중 삼중수소 흡입, 수돗물에 의한 삼중수소 음용으로 밝혀진다면 이러한 해석은 정설이 된다.
 
그동안 경주 시내권 주민 중에는 월성원전의 존재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만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역전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시내권 18퍼센트 검출이 알려지면서 일가족이 경주환경연합 사무실을 방문하여 회원 가입의사를 밝히고 이번 연구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아쉽게도 미래의 회원에게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없었다. 이번 조사는 생각보다 부족한 면이 많아서 ‘결과치’만 있을 뿐 원인 분석, 예측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금 시점에선 월성원전 주변의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만족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는 ‘삼중수소’라는 특정 물질에 국한되지 말고 다양한 방사성 물질의 피폭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시간과 예산이 부족한 연구

 
이번 연구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로 인해 연구 목적인 ‘월성원전 주변의 삼중수소 농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지 못했다.
 
①연구진은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도구로 혈액검사(염색체 이상 빈도 조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연구진 스스로 “5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은 예비적 실험의 성격”이라며 신뢰성을 부인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염색체 이상 빈도’ 추가 조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저선량 피폭의 경우 ‘염색체 이상 빈도’를 확인하기 어렵다. ‘염색체 이상 빈도’란 1개의 모세포가 2개의 딸세포로 분열될 때, 모세포와 딸세포의 염색체를 비교하여 ‘이상 염색체’ 발생 비율을 살피는 것인데 저선량 피폭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비정상 염색체를 가진 모세포가 변형 없이 딸세포로 분열하면 ‘염색체 이상 빈도’는 합격이다. 그러나 모세포가 이미 방사능 피폭으로 비정상일 가능성은 제외된다. 
 
심지어 “이번에 대규모로 혈액검사를 했다면, 한수원은 발전소가 주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원죄에서 벗어나고, 주민들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심리적 안정을 회복할 수 있는 윈윈전략인데 예산부족으로 50명만 조사해서 아쉽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렇듯 혈액검사(염색체 이상 빈도 조사)를 통한 건강영향 조사는 중단해야한다.
 
②방사능 피폭 수치가 이상하게 높은 시료들을 분석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다. 소변검사 결과를 보면 월성원전에 가까울수록 검출비율이 높아져서 양남면의 경우 61명 주민 모두가 삼중수소에 피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방사능 검출 농도가 가장 높은 시료도 당연히 양남면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최대 검출량을 비교하면 울진군에서 120베크렐(검출률 40퍼센트), 경주시내에서 36.2베크렐(검출률 18퍼센트)이 나온 반면 월성원전 바로 옆인 양남면에서 28.8베크렐(검출률 100퍼센트)만 나왔다. 이는 정상적인 검출 결과가 아니다. 울진군과 경주시내의 최대 검출량은 이상 수치이며 시료에 대한 추적조사를 해서 경위를 밝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일 이러한 ‘이상 수치’들이 제외됐다면 월성원전이 소재한 양남면의 피폭량은 상대적으로 더욱 높게 나타났을 것이다.  
 
③이번 연구는 40대, 50대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도 40, 50대 장년층만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만큼 삼중수소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데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건강역학 조사 필요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월성원전에 의해 주변지역이 광범위하게 피폭되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정부(산업부) 기관인 감시기구에서 키를 잡고 사업자(한수원)가 자금을 출연하여 주민, 사업자, 시의회 등이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인 만큼 삼중수소 피폭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예산 부족과 시간 제약, 연구 방법의 문제 등으로 삼중수소 피폭이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지 못했으며, 월성원전에서 30킬로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있는 주민이 광범위하게 피폭된 경위를 밝히지 못했다. 또한 유난히 피폭량이 높게 나타난 몇몇 이상 시료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무리하게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에서 우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의문을 해소할 심층적인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연구는 사업자의 예산 지원이 아닌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민관 합동조사로 진행돼야 한다. 혈액검사(염색체 이상 빈도 조사)와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연구가 아니라, 역학조사의 기본에 충실한 광범위한 건강역학조사가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 핵발전소의 유무를 제외한 기타 환경이 비슷한 어촌 마을을 대조군으로 하여 건강조사를 해보면 월성원전이 주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주 시내권 주민의 피폭경로도 하루빨리 규명돼야 한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rhcquf1@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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