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사건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

월성 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가운데 경주 시민들이 이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최근 월성 원전 삼중수소 유출로 인한 논란이 뜨겁다.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삼중수소의 배출관리기준인 4만Bq/L(리터당 베크렐)를 넘는 농도의 삼중수소가 측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주의 탈핵 시민단체들은 작년 12월부터 문제를 제기해왔고,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많은 다수 시민사회단체와 포항 MBC, 한겨레 등의 언론에서도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로 인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일부 원자력계 학자들은 ‘월성원전의 지하수 삼중수소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안전성 문제를 부인하고 있다.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고, 지하수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멸치 1g과 바나나 6개를 먹는 것과 같은 정도라는 것이다. 삼중수소 유출과 그 위험성에 대한 정반대 주장 속에서 시민들과 지역 주민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다.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유출 사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짚어 보았다.
 

삼중수소 유출은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월성원자력발전소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 경주환경운동연합으로 누군가 익명으로 보고서를 보내면서부터다.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2020.06.23.)란 제목의 보고서는 한수원이 작성한 내부보고서로 2020년 6월 지하수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을 담고 있었다. 보고서에는 지하수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배경도 담고 있었다. 
 
2012년, 월성 1호기에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CFVS)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이하 ‘SFB’)의 차수막이 손상됐고 한수원은 6년여가 지난 2018년, 한참 지나서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 차수막 손상 인지 이후에도 SFB의 하부 지하수 및 일부 지하수 관측정의 삼중수소 농도가 높게 관측되자, 2019년 6월부터 지하수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어느 관측정에서 최대 어느 정도의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기술돼 있다. 월성 3호기 터빈 건물 지하수 배관계통에서 가장 많은 71만 3천 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차수막이 손상된 1호기의 SFB 하부 지하수에서 최대 3만 9,700Bq/L, 그리고 4호기의 SFB 집수정에서는 최대 53만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특히, 월성 1~4호기의 지하수 관측정 중 1, 2호기의 보초우물인 WS-2에서 최대 28,200Bq/l의 삼중수소가, 부지 경계우물에서는 최대 1,32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삼중수소 누출이 ‘비계획적 유출’이라는 점이다. 즉, 지정된 경로를 벗어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것이다. 
 

원전 내 규제의 사각지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고시하고 있는 삼중수소의 외부 배출관리기준은 4만Bq/L이다. 이 기준치를 적용하면, 월성 3호기 터빈 건물에서는 기준치의 약 18배에 달하는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SFB 집수정이나 하부 지하수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웃도는 수준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4만Bq/L은 부지 외부로의 유출 기준이기 때문에 부지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수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비계획적 유출에 대한 배출기준치는 없었다. 게다가 한수원의 보고서에서도 비계획적 유출 판정 기준으로 배출관리기준치인 4만Bq/L를 적용했다고 기술돼 있다. 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관리하는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배출관리기준치를 임시로 가져다 쓴 것이다. 이는 원전 부지 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비계획적으로 유출되어도 규제 기준이 없어 관리할 수 없는, 이른바 ‘규제의 사각지대’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준치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바나나 6개와 멸치 1g이 원전 삼중수소와 같다고?

 
삼중수소 유출로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건강과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비계획적 유출에 이어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월성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3~6개, 멸치 1g 내외’라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바나나, 멸치와 삼중수소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나나와 멸치에 들어있는 자연 방사성 물질인 칼륨과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우리 몸의 구성 성분과 결합하여 핵종변환도 일으키지만, 칼륨은 우리 몸의 구성성분과 잘 결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통의 바나나 선량과 삼중수소의 단순 비교는 옳지 않다.
 

다양한 주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 필요

 
이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많은 이슈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논점은 어떻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이를 두고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민관합동조사단을 실시하여 명확한 원인 규명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유사 사례처럼 민관합동조사단이 한수원이나 원안위, 혹은 지역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구성으로 만들어진다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될 것이 명백하다. 현재 경주시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월성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서는 지역은 물론 다양한 시민사회, 외부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민관합동조사단이 꾸려져야 한다. 또한, 사건이 엄중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조력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명확한 원인의 규명-사용후핵연료저장조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비계획적 유출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현재 그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원인 조사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와 폐수지저장탱크(SRT)를 중점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설비 모두 콘크리트 구조물로 되어 있어 방사성 물질의 오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SFB의 방수 역할을 하는 에폭시라이너가 매우 얇고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스테인리스 강철로 교체하는 설비의 보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한수원 보고서에 따르면 SRT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가 SFB의 약 100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 설비들을 중점에 두고 원인 조사 및 설비 보강을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오염수가 부지 외부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지 내외부의 삼중수소 농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부지 내외부의 지하수, 토양, 부지 경계 등의 삼중수소 오염도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월성원전 가동 후 발생한 삼중수소의 발생량, 배출량, 누설량을 정확하게 조사하여 비계획적 유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 필요

 
지난 1월 12일 경주시청 앞에서 탈핵시민단체들이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오염 사고에 대한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번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한시적인 감시기구 운영이 대책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 원인이 규명되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월성 원전 이외의 원전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보수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을 ‘월성1호기 폐쇄 정당화를 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하며 정쟁화하고 있다. 억지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방사능 유출에 따른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있다. 정쟁의 시비거리로 삼아 국민 안전을 외면하는 행태가 지속돼선 안 된다. 현재 안전 규제의 미비점을 짚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임무가 돼야 한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미 해외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왔던 ‘비계획적 방출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예방에도 실패하고 실제 국내에서 동일 문제가 발생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문제의 원인 대부분이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지하배관, 탱크 등에서의 누설이었다는 점을 볼 때 월성 원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안전 규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 / 송주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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