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폐쇄가 정답이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kyongju@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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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월성 핵발전소 단지. 월성1호기는 오는 11월 20일
수명 마감이 예정되어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수명연장을 했던 1호기부터 시작해 낡은 순으로 폭발했다. 결국 총 10기 가운데 가장 낡은 4기가 핵 재앙의 주인공이 됐다. 가장 위험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몰아 안고 사는 경주시민들은 이점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핵발전소와 함께 해온 경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월성원전 1호기(월성1호기)의 수명연장과 같은 카드를 꺼내서는 안 된다.

 

 

가장 낡고 가장 사고 많은 월성1호기

지난 9월16일 월성1호기가 또다시 고장을 일으켜 가동이 정지됐다. 올해 11월20일로 예정된 수명마감을 코앞에 두고 발생한 사고였다. 1호기의 위험천만한 사고와 고장의 역사에서 54번째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수명마감 단지 65일을 앞두고! 이로써 1호기는 총 4기의 전체 월성원전이 일으킨 사고 101건 중 53퍼센트를 차지하는 영광을 계속 이어갔다. 최근에는 신규 원전의 고장이 잦았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신규 원전은 경험부족으로 고장이 잦지만 운영의 노하우가 쌓이면 고장이 줄어든다는 변명으로 여론의 뭇매를 피해갔다. 그럼 다음의 통계자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최근 10년의 사고 통계에 근거한 ‘2002년 이후 사고 비교’ 표를 보면 월성1호기의 사고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압력관 교체를 위해서 2년 3개월간 가동을 멈췄음에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신규 원전은 사고가 잦고 운전 노하우가 쌓이면 사고가 줄어든다는 한수원의 주장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최근 10년의 통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낡은 원전에서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는 사실뿐이다. 특히, 월성1호기의 2차 계통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는 1호기의 설비가 전반적으로 노후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9월 16일의 54번째 사고도 2차 계통인 발전기에서 일어났다. 1차 계통은 물을 끓여 스팀을 만드는 원자로 부분을 뜻하고, 2차 계통은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부분을 뜻한다. 캐나다의 경우 월성1호기와 똑같은 원전인 포인트레프루(Point Lepreau)의 수명연장을 준비하면서 1차 계통뿐 아니라 터빈, 발전기 등 2차 계통까지 모두 교체했다. 이에 반해 월성1호기는 1차 계통의 압력관 등만 교체했다. 수명연장은 그 자체로 범죄 행위에 가깝지만 포인트레프루의 사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원자로 시험시편조차 없는 단종형 중수로, 월성1호기

월성1호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핵발전소와 매우 다르다. UAE 원전수출 이후 정부가 입이 닳도록 자화자찬하는 한국 원전의 우수성(?)과는 거리가 매우 먼 핵발전소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핵산업계가 기술력을 축적해온 분야는 경수로 원전이다. 이에 반해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건설한 중수로 원전이다.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고 일반 물(경수)이 아닌 ‘중수’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중수로 원전은 경수로 원전과 180도 다른 원자로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국내 23기 핵발전소 중에서 중수로는 월성1호기부터 4호기까지 4기에 불과하다. 전 세계의 중수로 비율도 1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 10퍼센트조차 중수로가 세상에 나오기 이전에 건설된 초기 노후화된 경수로들을 최근 10년간 많이 폐쇄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중수로는 캐나다가 종주국이고 제3세계 일부에서 가동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라 ‘중수로는 단종된 자동차’라고 비꼬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말이 내포한 의미는 위중한 것이다. 바로 중수로 원전은 기술과 운영 노하우의 축적도가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팀을 만드는 증기발생기는 많은 세관으로 이뤄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 세관에 슬러지가 쌓여 안전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경수로에는 슬러지를 제거하는 통로가 있으나 중수로에는 슬러지 제거 통로가 없다. 결국 월성1호기는 뒤늦게 슬러지 제거를 위한 통로를 설치했다. 이러한 사후약방문은 시스템의 완결성을 떨어뜨려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나 더 예를 들면, 최근 고리1호기의 압력용기 안전성에 대해 커다란 논란이 벌어졌다. 시민단체는 압력용기 안에 있는 ‘시편’을 꺼내서 직접 안전성 테스트를 하자고 주장했고 한수원은 하나 남은 시편을 지금 사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놀랍게도 월성1호기에는 이러한 시편조차 없다. 이 모든 크고 작은 기술 결함들이 모여 월성1호기의 사고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고리1호기 정전사고, 월성1호기였다면 즉시 폭발

월성1호기는 중수로가 지닌 구조적 결함으로 중대사고에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리1호기의 전력공급 상실 은폐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2중, 3중의 안전장치에도 고리1호기의 전력공급이 모두 중단됐고 짧은 순간이지만 원자로의 냉각에 실패했다. 이는 곧 후쿠시마 핵 참사의 재현을 의미했다. 만일 같은 상황이 월성1호기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월성은 고리처럼 기다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순간의 냉각실패가 곧바로 큰 사고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중수로는 경수로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경수로는 거대한 압력용기에 물이 가득하고 그 속에 핵연료가 들어 있다. 짧은 시간 냉각에 실패해도 많은 냉각수의 대류현상으로 원자로의 온도가 곧바로 급상승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온도가 상승하여 냉각수가 끓으면 오히려 핵분열이 저하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중수로는 압력관 설계의 특성상 그 반대 작용이 발생한다. 중수로는 하나의 커다란 용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작은 압력관 속에 핵연료가 있고 이 관으로 물(중수)이 흐르면서 냉각을 한다. 만일 이런 중수로에서 냉각기능이 실패하면 압력관은 곧바로 온도가 상승하고 핵분열이 촉진되면서 수증기 폭발 등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인류 최대의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평가받는 체르노빌 원전이 압력관 타입의 원자로였으며 캐나다의 NRX, 스위스의 Lucens 원자로가 압력관 원자로 결함 때문에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다행히 캐나다와 스위스는 원자로 규모가 작아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후 중수로의 결함을 보완하는 기술이 추가됐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결함은 여전하다.

 

주민들에게 고농도 삼중수소 피폭 일으킨 월성1호기

월성1호기는 앞에서 살펴본 결함들 외에도 일상적인 환경위험을 발생시키고 있다. 바로 삼중수소의 다량 방출이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로 인체에 쉽게 흡수되어 피폭을 일으킨다.

월성1호기에서 삼중수소가 다량으로 방출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물분자(H2O)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소(H)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구성된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중성자를 1개 지닌 수소가 있는데 이를 중수소(H-2)라 부른다. 그리고 중수소와 산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물을 중수(重水)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수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핵발전소를 중수로 원전이라 한다.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중성자가 다량으로 발생하는데 냉각재인 중수(重水)가 중성자를 흡수하면 중수소(H-2)가 삼중수소(H-3)로 변환되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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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발생되는 삼중수소가 월성1호기 주변을 어느 정도 오염시키고 있으며, 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위험요소로 작용하지는 다음 그래프들을 살펴보자. 그래프는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연구하고 작성한 것들이다.

그래프1은 월성원전과 타 원전 주변의 삼중수소 농도를 비교한 것이다. 빗물과 지하수 모두에서 월성원전 주변지역이 압도적으로 높게 오염됐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성원전 주변지역이 타 원전지역보다 5~10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핵발전소가 없는 서울, 춘천 등과 비교하면 최고 430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소변분석 그래프.jpg

그래프2는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월성원전에서 5킬로미터 반경 내의 나아리, 읍천리 주민의 소변에서 매우 높은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최대 31.4Bq/L(리터당 베크렐)이 나왔다. 체내에는 소변 검출량의 2배 이상이 흡수됐을 것으로 보인다. 월성원전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검출양은 줄어들어 2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경주시내 주민은 미미하게 검출됐다. 그래프1의 거리별 주변지역 오염농도 변화와 일치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삼중수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은 그 누구라도 공감하고 있다. 반드시 더 많은 추가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정부가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관한 역학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원전 주변지역(반경 5킬로미터)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일반 여성보다 2.5배 많았다. 정부는 이런 결과의 원전 관련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나 삼중수소 오염실태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은 ‘암 발생률과 원전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밝히는 몫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삼중수소저감장치(TRF)’ 1대를 설치했으나 효과는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삼중수소저감장치 1대가 2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원전 1기의 삼중수소 농도를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삼중수소저감장치 1대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를 저감시킨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다. 유일하고 진정한 대책은 중수로 원전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월성1호기 폐쇄로 탈핵 주춧돌 놓자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핵발전 정책은 적극적으로 탈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첫 단추로 월성1호기 폐쇄를 단행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고리1호기는 수많은 논란에도 수명연장을 단행했다. 당연히 폐쇄해야 한다.

월성1호기는 아직 설계수명이 남아 있고 정부는 수명연장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만일 월성1호기가 11월 20일 이후 가동이 중단되고 폐쇄가 결정된다면 이는 적극적 의미의 핵발전소 폐쇄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핵정책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설계수명이 다 된 핵발전소를 정상적으로 폐쇄하는 것, 이를 통해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핵발전 정책은 사상누각 마냥 국민적 불신 위에 서있다. 고리원전의 사고 은폐와 대규모 납품비리, 직원들의 마약 투약 사건은 국민적 상식이 됐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추진은 주민들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불신을 키워왔다. 2009년 4월부터 압력관 교체작업에 들어갔을 때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수명연장에 대한 한수원의 입장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때마다 수명연장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한수원이 그해 12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수명연장 신청을 했다. 신청서류에 포함된 각종 안전성 평가서들은 2년 전부터 작성된 서류들이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한수원은 최근 수명연장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국회에 제출하는 공식자료에 월성1호기의 발전량이 대구시 연간 전기소비량의 38퍼센트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이미지 부풀리기다. 한국의 전력망은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며 월성1호기는 전체 전력설비의 0.8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물론 0.8퍼센트가 적은 전력은 아니지만 전력예비율을 감안하면 폐쇄를 해도 문제가 없다. 지난 9월 16일 월성1호기가 54번째 사고를 일으키자 보수언론들은 겨울철 전력난을 걱정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비상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수명마감을 65일 앞둔 핵발전소가 사고를 일으키면 당연히 안전성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 참 언론의 자세일 것이다. 핵발전소가 혹한기나 혹서기의 일시적인 전력피크나 처리하는 발전원이 아님은 점점 국민적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핵산업계와 보수언론의 거짓 논리가 설 자리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월성1호기가 수명연장 없이 폐쇄되어 상식이 바로 서고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경주시민들의 불안도 조금 줄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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