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뜨거운 여름, 핵 없이 보낸 오오니시 가족

일본의 뜨거운 여름, 핵 없이 보낸 오오니시 가족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오오니시 카오리(37세) 씨는 도쿄에서 유학생을 상대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박소영(37세) 씨는 일본에서 공부할 당시 그녀에게 일본어를 배웠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유학생들이 줄어들면서 오오니시 카오리 씨는 일을 관둔 상태다. 지난해 그녀는 공무원인 남편의 근무 발령으로 서울에서 1년을 보내다 올봄 도쿄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이번 여름은 조금 특별했다.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 처음 맞은 여름이었으며 핵 없이 보낸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두 여자가 모처럼 만나 서로의 여름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박소영 그나마 더위가 한풀 꺾였다. 지난주까지도 한낮더위가 36도를 치솟고 밤에도 열기가 가시지 않는 날이 계속 됐다. 덥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들리는 소리엔 지난해보다 0.6도에서 0.8도 더 높은 기온이었다고 하던데.  

오오니시 카오리 엄청 더웠다. 실내온도가 30도를 웃돌았다. 어느 날은 마유키(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가 흠뻑 젖어 왔다. 수영하고 왔냐고 물었더니 더워서 흘린 땀이라고 하더라. 

학교에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항의하지 그랬나.
지금 일본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되도록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모여도 ‘좀 덥네요.’ 하고 만다. 지금은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하는 비상상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항의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다행히 별 탈 없이 여름을 보냈다.

핵발전소 사고 전과 후 시민들의 여름나기가 달라진 게 있나.
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됐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나 상점의 조명 밝기가 전보다 어둡고 실내 온도도 전보다 높다. 에어컨이 없는 가게도 많고 있어도 설정온도가 높다. 하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 밤 10시에 문을 닫는 24시간 편의점들도 생겼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손 선풍기나 차가운 타월, 손냉로, 냉매트 등 각종 아이디어 상품이 대인기를 끌었다. 남편도 30도가 넘는 사무실에서 에어컨 대신 손 선풍기를 들고 일을 할 정도였다. 집에서도 오래된 가전제품들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교체를 하거나 가정계량기를 한 단계씩 낮춰 전력소비량을 줄인 집들도 많았다. 아, 나도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반바지 입었다. 원래 일본 아줌마들은 반바지를 잘 입지 않는다. 근데 이번 여름에는 반바지 입는 아줌마들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기업과 공장의 에너지 절약이 눈에 띄게 컸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은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을 하는가 하면 보통 공장노동자는 10일 정도의 여름휴가가 있었는데 최대 2~3주까지 늘리기도 했다. 20퍼센트 정도 에너지를 절감했다고 알고 있다.

놀랍다. 우리도 에너지 절약을 하고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개인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산업계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여름에 전기요금이 올랐다. 산업계는 15퍼센트, 일반 가정은 3퍼센트 인상됐다. 처음엔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결국 받아들였다. 물론 이런 상황이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있다.  

불편하지 않았나.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하지 않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불편이기에 참을 수 있었다. 다만 남편이 공무원인데 매일 칼퇴근을 했다.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야근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게 좀 귀찮았다. (웃음) 정말 더위를 참을 수 없을 땐 나도 에어컨을 켠다. 

한국에서는 연일 에너지사용량과 예비전력량을 수시로 보여주며 비상상황임을 강조했다. 일부 지역에선 갑자기 늘어난 전력사용량 때문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가 돼 가동이 중단된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이어 신고리1호기, 신월성1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2개가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결국 이번 여름에 2개의 핵발전소가 추가돼 총 2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하고 있다.

사실 좀 놀랐다. 일본보다 국토도 적고 인구수도 적은데 그렇게나 많은 핵발전소가 필요한가. 일본은 총 50개 핵발전소 중 48개 핵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에 원전 2개를 다시 가동했는데 다른 곳은 주민들과 지방정부 반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이 부족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보니 사고 나기 전 도쿄전력이 생산한 전력은 시간당 7800킬로와트였는데 이중 원전이 차지한 부분은 1700킬로와트 정도였다. 사고 나기 전 최다전력사용 시에도 5000킬로와트 정도로 결국 원전이 생산하는 1700킬로와트가 없어도 상관없는 거였다. 그 전에는 원전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원전이 없어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었다.  

어찌됐든 전력부족으로 불편한 여름을 보낸 일본이다. 핵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본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지진 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물론 경미한 진도지만 언제 또 큰 지진이 와서 원전 사고가 날지 모른다며 모두들 불안해한다. 지진이 아니어도 실수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불편해도 원전을 가동할 수는 없다. 특히 원전지역 주민들과 도쿄시민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에 남편 근무지 발령으로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옮겼는데 후쿠오카보다는 도쿄가 더 민감한 것 같다. 사고 지역과 가깝기도 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도 한 몫 한다. 후쿠오카는 농업도시라 90퍼센트 이상 먹을거리 자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쿄는 그렇지 않다. 전 지역에서 먹을거리를 수입하는데 혹여나 사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이 섞여 있을까 불안해한다.

아 그리고 도쿄에서는 지금 태양광 발전이 유행하고 있다. 도쿄에는 단독주택이 많은데 정부 지원을 받아 지붕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 거기서 발생한 전력을 사용할 수도 있고 남는 전력은 도쿄 전력에서 판매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아파트 옥상에도 설치해달라는 주민들도 많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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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니시 카오리 씨(왼쪽)와 그녀의 아이들. 오른쪽은 박소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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