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탈원전 , 한국은 다음 차례가 될까?

일본의 탈원전 , 한국은 다음 차례가 될까?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간사 potentia79@kfem.or.kr

“도망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매일 대응 없는 결단에 시달렸다. 콘센트 건너편에 원전이 있다. 원전과 대치하는 생활을 위해서는 각 개인이 결단을 내리고 행동해야 한다” 무토 루이코(일본 원자로폐지 액션 후쿠시마 원전 40년 실행위원회)

“저항하는 의지를 정당 간부와 경제계를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오에 겐자부로(일본 노벨문학상 작가)
지난 15일 일본 정부는 탈원전을 위한 에너지환경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내용을 보면 2030년까지 원전 의존도 제로 달성, 40년 이상의 원자력발전소 폐기,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성을 확인한 원전만 재가동, 원전의 신설과 증설은 원칙적으로 금지, 재생에너지 비중 현재보다 3배 확대, 전력시스템 개혁 방안 구체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유지 등이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유지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세계 3위 원전대국 일본이 탈원전의 길로 방향을 잡은 역사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대로 간다면 2049년이 되면 일본에는 더 이상 원전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일본은 어떻게 탈원전으로 갔는가
어떻게 이런 결정이 가능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일본 국토의 70퍼센트가 방사성물질 세슘에 오염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오염과 언제 복구될지 모르는 후쿠시마 원전의 상태는 잠들어 있던 일본사회를 깨웠다.

이런 상황에도 일본의 탈원전 결정은 쉽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난 5월 2일까지 54기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지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국민들과 사회의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하지 않는 대규모 수요자에게 전기요금을 감해주는 제도, 근무시간대 조정, 전력사용 제한령 발동, 전력사용이 많은 자동차업계 등의 휴무일 변경, 재택근무강화, 전기요금인상 등 다양한 전력수요관리 정책을 펼쳤다.

전력난을 이유로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원전 없이도 일본은 두 번의 여름과 한 번의 겨울을 전력대란 없이 보냈다. 얼마 전 오이원자력발전소 2기를 재가동하자는 결정도 있었지만, 탈원전 기조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정적으로 시민들의 행동이 일본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원전 재가동 결정을 두고 시작된 도쿄의 총리 관저 앞 탈원전 시위는 꾸준히 지속됐다. 처음에는 수십 명 규모에 불과했지만, 1만 명, 3만 명 그리고 10만 명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일본의 최근 역사를 봤을 때 유례 없는 일이다.

일본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의 의견도 공통적이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많은 사람들은 ‘일본사회가 너무나 조용하고 차분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평가가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사회가 서서히 바닥부터 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

세계 유일의 원전 확대 국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은 어떻게 가고 있는가. 고리1호기의 전원상실사고 은폐사건 등으로 촉발된 고리1호기 폐쇄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원자로압력용기의 부실 문제 등으로 인한 안전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고리1호기의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21기의 원전은 올해 2기(신월성1호기, 신고리2호기)가 추가되면서 23개로 늘어났다. 그뿐인가. 지난 9월 14일 지식경제부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을 원자력발전소 신규부지로 확정고시했다. 1500메가와트(MW)급 원전 4기 이상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다.
정부는 현재 수립중인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이를 반영해 2020년부터는 삼척과 영덕에 원전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23기에서 2030년에는 42기까지 원전이 늘어나고, 용량으로 보면 현재의 2.5배가 된다. 한국만이 원자력 확대를 무식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역시 원자력 확대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그 어떤 정책과 공약에도 원자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내용은 없다. 이를 방증하듯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인물(민병주 의원)을 비례후보 1순위로 공천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 관료들과 원자력계가 대다수 국민과 지역의 반대를 무시하고 원자력확대를 밀어붙이는 힘이 되고 있다.

원자력의 지는 해를 막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후보는 지난 7월 ‘탈원전 생태성장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퍼센트로 늘리고, 2060년에는 원전에 의존한 전력생산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유력한 대선후보인 안철수 원장도 비슷한 시기에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통해 현 전부의 원전 확대정책에 대한 반대와 재생에너지 확충의 필요성을 표현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탈원전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생각의 표현을 넘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원전 확대 정책을 바꿔내기 위한 탈원전운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있지는 못하다. 대선기간 동안 더 구체화된 탈원전 정책수립과 방안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의 반핵운동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반핵운동은 원전이나, 핵폐기장 주변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의 문제를 넘어 전국의 사안이 되고 있고, 다양한 계층과 지역의 사람들이 이 운동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 있다. 또 ‘반핵’을 넘어 ‘탈핵’으로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가는 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후쿠시마사고 1주년을 기념해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당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한국의 탈핵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많은 지역과 단체들에서 회원, 시민들과 함께 원자력발전의 문제점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정책전환의 필요성과 대안 만들기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결과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제여론조사 기관인 IPSOS가 로이터 통신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국민의 61퍼센트가 원자력에 반대하고, 68퍼센트가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다수의 원자력 반대에도 한국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은 조금도 변화가 없다. 하지만 아래로부터 번지고 있는 탈핵의 흐름은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정부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원자력발전의 경제성 하락과 재생에너지의 경쟁력 상승과 발전 속도도 탈핵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탈원전, 다음 차례는 우리다
전국 70여개 단체가 함께 하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다”를 주제로 10월 20일 청계광장에서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에서는 부산기장의 고리원전1호기 폐쇄, 경주의 월성원전1호기 수명 연장반대, 밀양의 고압송전탑 건설반대, 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철회 등 현재 원자력발전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주체들이 함께 탈핵의 목소리를 외칠 예정이다.

또 시민들이 탈핵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 재생에너지 체험, 안전한 먹거리 나누기 등 부대행사도 준비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문화행사와 함께 거리 행진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면서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야 함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핵을 벗어나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길에 적극 나서야 하고, 우리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탈원전의 다음 차례가 한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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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이면 30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월성1호기. 
정부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시도를 반대하며 
환경연합 활동가와 주민들이 벌인 퍼포먼스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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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의 아름다운 임종을 열망하며 풍선을 매다는 사람들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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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에도 정부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을 핵발전소 신규 부지로 확정, 발표했다 
사진제공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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