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제습기 사려다가 “당황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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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제습기를 갖고 싶었다. 큰맘 먹고 산 가방에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활짝 피질 않나 잘 보이고 싶은 이성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아뿔싸 쉰내 나는 옷이 웬 말인가. 옷장 뒤며 서랍장 아래, 스멀스멀 올라오는 곰팡이와의 전쟁을 치러본 이라면 이 심정 이해할 터다. 

“잠깐 돌렸는데, 보이세요? 물이 이만큼이나 찼어요.” 홈쇼핑 쇼호스트의 호들갑에 휴대전화를 든 적도 여러 번이다. 버튼을 끝내 누르지 않았던 이유는 사실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루기를 몇 차례, 어느 날부턴가 점점 마음 깊은 곳에서 뾰족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제습기, 꼭 살 필요가 있나?   

 

제습기 145만 시대, 필요전력은?

말 그대로 제습기 열풍이다. 그동안 제습기 없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싶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습기 예상 판매량은 145만 대다. 2000년대 초반 연간 판매량 1만~2만 대로 시작해 2009년 4만 대를 넘는 수준이었던 제습기가 불과 4년 만에 3배를 넘어선 것이다. 제습기 보급률도 10퍼센트를 넘어섰다. 

제습기를 구입한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잘 샀다.”다. 얼마나 습기가 가득한지 몇 시간도 안 돼 금세 물통에 물이 찬다, 빨래도 잘 마르고 눅눅했던 집안이 뽀송뽀송 살아났다,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통방통한 제습기의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집안 공기를 빨아들여 제습기 안 냉각판에 통과시킨다. 공기 중 수분은 냉각판에 달라붙고 공기는 다시 집안으로 내보내는 원리다. 이때 압축기 안에 들어있는 냉매를 사용하기 위해 열이 필요하다. 에어컨과 비슷한 원리다. 

제습기를 찾는 이들의 이유는 대부분 장마철 습기 때문이다. 집안에 습기가 가득차면 곰팡이와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고 옷이나 가구는 물론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습도가 부족해도 문제가 생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미생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70퍼센트 이하로 습도가 유지돼야 하고 피부에 존재하는 미세한 구멍을 통한 피부자극 및 점막을 통한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30퍼센트를 넘는 게 좋다. 그렇다면 70퍼센트가 넘는 날은 얼마나 될까. 2012년 기상청 관측 자료를 분석해보니 상대습도가 70퍼센트를 넘은 날은 365일 중 67일이었다. 난방으로 제습기가 필요 없는 겨울을 제외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제습기 열풍 시대가 불편한 이유는 또 있다. 제습기가 습기를 잡아먹는 신통방통한 물건이지만 전력도 잡아먹는 가전기기다. 제아무리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이라고 해도 플러그를 뽑는 순간 무용지물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습기는 한 시간당 약 300와트의 전력을 먹는다. 하루 8시간을 돌린다고 하면 2400와트다. 2013년 제습기의 예상 판매량이 145만 대라고 하면 어림잡아 3480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2013년 1월 고리1호기의 일일 전력생산량이 1만4622메가와트였다. 기존에 있는 가전 제품 플러그를 뽑아도 모자랄 판에 고리 핵전기의 23퍼센트 이상 잡아먹는 제습기의 플러그를 꽂는 건 말이 안된다. 일부에선 에어컨 대신 제습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제습기는 에어컨을 대신할 수 없다. 업계 관련자들은 오히려 제습 시 열이 나와 방안 온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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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이 제습하는 일곱 가지 방법

사실 그동안 우리는 제습기 없이도 장마철을 잘 대비하고 극복해왔다. 단지 우리의 방법이 전기 제습기에 비해 조금 불편하고 느릴 뿐이다. 우리의 지혜와 능력을 버리지 말자. 이웃들의 지혜까지 보태 집안 습기를 잡아보자. 제습기는 그 이후에 사도 늦지 않는다.

하나, 환기가 중요하다. 비가 오는 날이든 해가 쨍쨍 든 날이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자.  

둘, 우리 주변에 습기를 빨아들이는 탁월한 제품들이 있다. 염화칼슘은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매우 강한 물질로 흰색고체 상태에서 최대 자신의 무게 1.4배 이상의 물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물 먹는 하마의 성분이 바로 이것이다. 습기를 흡수한 염화칼슘은 액체상태가 되는데 그 물을 버리고 그 통에 염화칼슘을 다시 채워 재사용할 수 있다. 신발장, 옷장, 서랍장, 침대 밑 등 집안 구석구석에 두면 제습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염화칼슘을 사용할 때 피부에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염화칼슘의 수질오염이 걱정된다면 반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한 제품들도 있다. 실리카겔 또한 제습 효과가 탁월한 물질이다. 각종 건어물이나 김 등에 들어있는 하얀 색 종이봉투, ‘먹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는 그 종이봉투 안에 들어있는 물질이 바로 실리카겔이다. 1제곱미터 당 600그램의 실리카겔이 맥주컵으로 약 2.6잔의 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알갱이 형태로 부직포 안에 들어있어 먼지가 날릴 일은 없다. 또 한 번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수분을 흡수한 실리카겔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주거나 햇볕 좋은 날에 말리면 빨아들였던 수분이 날아가고 제습 능력을 되찾는다. 카메라가방이나 각종 전자기기, 가방, 서랍장, 양념통 등에 넣어두면 된다.

제올라이트, 천연화산석, 숯 등도 제습제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들의 미세한 구멍들이 습도가 높을 때는 수분을 빨아들이고 반대로 습도가 낮을 때는 수분을 방출한다고 한다. 6개월마다 한 번씩 햇볕에 말리거나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리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셋, 신문지를 활용한다. 물은 공기보다 무겁다. 고로 물을 먹은 공기, 즉 습기는 아래서부터 차 올라온다. 옷장이며 서랍장에 신문지를 깔아두면 습기가 옷까지 올라오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또 가방이나 신발 안에 신문지를 뭉쳐서 넣으면 곰팡이 피는 걸 막을 수 있다. 습기제거제와 함께 넣는다면 효과는 두 배다. 

넷, 눅눅한 밤, 전기불보다 촛불이 효과적이다. 초가 타면서 쾨쾨한 집안 냄새를 잡고 습기도 다소 잡아줄 것이다. 한밤의 촛불은 거기에 더해 분위기도 잡고 전기료도 잡아준다. 전깃불 대신 촛불을 켜보면 알 것이다.  

다섯, 아무리 장마라도 최소 일주일에 한 번 볕 뜰 날은 온다. 이 날을 노려 빨래를 하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빨래는 모아서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자. 햇볕과 바람이 반나절이면 빨래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줄 것이다. 또한 섬유유연제 대신 구연산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구연산은 옷감을 부드럽게 하고 정전기 방지는 물론이거니와 쉰내의 원인인 세균을 제거해 옷에서 냄새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섯, 청소할 때 물걸레질 후 마른 걸레로 한 번 더 닦아주자. 

일곱, 한 번 핀 곰팡이는 여간해서 잡기 힘들다. 예방이 최고의 방법이다. 청소할 때 바닥, 바닥과 벽 사이 구석구석 살펴야 한다. 곰팡이가 필 것 같은 곳은 미리 물과 알코올을 4대 1의 비율로 섞어 뿌려두면 예방이 가능하다.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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